“AI로 관리하고 즐거움은 데이터로” 테마파크 경험 혁신한 9.81파크

[IT동아 강형석 기자] 전통적인 테마파크는 경험 자체에 집중한다. 입장권을 구매해 줄을 서고, 정해진 동선대로 시설을 이용하는 구조다. 짜릿한 쾌감이 따르지만 한 번 즐기면 소비되는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최근 테마파크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인다. 장비를 직접 다루고 경쟁하며 얻는 차별화된 경험이 테마파크의 진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제주 애월과 중문을 잇는 길목에 자리한 9.81파크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즐길거리 자체는 여느 테마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공지능(AI)부터 사물인터넷(IoT), 실시간 위치 추적, 비전 인식 기술 등을 시설 곳곳에 녹여냈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역동성을 한 공간에 담은 셈이다.
9.81파크 제주는 그래비티 레이싱(Gravity Racing)을 테마로 한 스마트 레이싱 테마파크로, 핵심 어트랙션인 레이스 981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내외 시설을 갖췄다. 애월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경사지를 활용해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박태언 대성파인텍 모노리스 사업부 대외협력팀장은 "그래비티 레이싱의 특성상 경사진 지형이 필수 조건이었다. 제주도 내 여러 후보지를 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뒤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가능한 최적의 부지를 선택했다. 개발 제한 구역이 많고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제주에서 9.81파크의 모든 구성 조건을 충족하는 입지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시설의 출발점은 아날로그 감성이다. 박태언 팀장은 "서양의 차고지 문화, 아이디어로 만든 카트로 마을 언덕을 내려오는 유럽의 소프박스(Soapbox) 대회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게임과 디지털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몸으로 직접 느끼는 체험을 되살리고 싶었다는 의미다. 아날로그적 감각 위에 첨단 기술을 얹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9.81파크의 지향점이다.
9.81파크 제주에는 어떤 즐길 거리가 있나?
9.81파크는 평범한 레이스 테마파크가 아니다. 경사지를 타고 내려오는 아웃도어 레이싱이 핵심이지만, 실내 공간도 촘촘하게 채웠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체류 시간을 확보하도록 실내 즐길거리(인도어)와 야외 즐길거리(아웃도어)를 제공한다.
대표 어트랙션인 레이스 981(Race 981)은 중력가속도만으로 속도를 즐기는 다운힐 레이싱이다. 레이싱을 마치면 차량이 자동으로 회차하며, 이 과정에서 한라산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용 차량에 탑승하면 그래비티 레이싱에 최적화된 편경사와 회전 구간이 반영된 트랙을 달리며 속도감을 체감하게 된다. 최고 시속은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마스터 등급 차량은 최대 시속 60km까지 구현했다.

차량은 GR-E, GR-D, GR-X 등으로 구성했다. 탑승자의 체형과 경험 수준에 따라 다른 차량 선택이 가능하고, 코스는 난이도에 따라 네 가지(1ㆍ2ㆍ3ㆍX)로 구성했다. 초보자는 완만한 코스부터 시작해 점차 레벨을 높여가는 구조다.
여러 경쟁자가 함께 경사면을 내려가는 루지와 달리, 레이스 981은 단독 출발이 원칙이다. 사고 위험을 줄여 주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헬멧 없이도 탑승이 가능하다. 충돌 위험 때문에 실력 발휘가 어려운 루지와 달리, 레이스 981은 트랙 위를 혼자 달리므로 오로지 기록 단축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트랙 주행을 마치면 차량이 자동회차 방식으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점도 눈에 띈다. 한라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 마무리 구간은 내려오며 느끼는 아드레날린과 대비되는 여운을 남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하늘그네는 현장에 비치된 모니터를 통해 현재 높이(각도)와 등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각도가 클수록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방식이다. 안전성 확보에도 힘썼다. 다중 안전장치로 손목, 발목, 허리를 고정해 노약자도 최대한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다.
실내 공간에는 두 가지 형태의 서바이벌이 운영된다. 하나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일반 서바이벌, 다른 하나는 성인 전용 프로 서바이벌이다. 프로 서바이벌에 사용되는 총기는 군수업체에서 개발한 실내 훈련용 레이저 장비다. 실제 총기와 유사한 무게감을 제공해 몰입감을 준다. 두 서바이벌 모두 앱과 연동돼 개인 순위와 랭킹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범퍼카 시설인 링고는 일반 범퍼카와 차별화를 뒀다. 탑승자끼리 서로 치고 받는 게 아니라, 랭킹 시스템과 순위 요소를 접목했다. 구글 글라스와 자이로 센서가 탑재된 큐브를 들고 플레이어를 추격하는 꼬리 자르기 게임, 큐브버스도 시험 운영 중이다.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안경과 자이로 센서 기술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박태언 팀장은 "큐브버스는 현재 개발 단계이지만 반응이 좋으면 정식 서비스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9.81파크 제주는 어떻게 AIㆍIT 기술과 융합했나
9.81파크가 기존 테마파크와 다른 출발점은 기술 구현 방식이다. 시설 입장 단계부터 스마트 기술이 작동한다. 일반 테마파크는 입장권 구매 후 시설 이용 때마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쓰지만, 9.81파크는 스마트폰 전용 앱(9.81파크 앱) 없이는 시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개인정보를 등록하면 사용 준비가 끝난다.

시설을 이용하기 전에는 입장권에 내장된 칩을 스마트폰 근거리 무선통신(NFC)으로 인식하는 과정도 거친다. 인식이 완료되면 게임별 기록과 관련 데이터를 앱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레이스 981 차량에는 피지컬 AI 기반 기술이 적용됐다. AI, 로봇 제어, 사물인터넷(IoT), 비전 인식·영상 처리, 실시간 위치 추적(RTLS), 위성항법 시스템(GPS) 등이 두루 쓰였다. 박태언 팀장은 이 중 대부분이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스 981에 적용된 라이다(LIDAR) 센서는 놀이기구 전용이 아닌, 실제 상용차에 쓰이는 센서를 그대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놀이용이 아닌 실차 기준의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차량은 0.2초 간격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탑승자가 어느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밟는지, 어떤 코너에서 핸들을 얼마나 꺾는지, 어떤 속도로 진입하고 탈출하는지 등 모든 조향 데이터가 실시간 전송된다. 수집된 운행 데이터는 파크 내 관제실에서 분석·통제한다. 동시에 현장 곳곳에 배치된 인력이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완한다. 실시간 현장 대응이 필요한 경우와 관제소 차원의 통제가 필요한 경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수집한 데이터는 안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위 기록 보유자들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게임적 요소를 설계하거나, 부스터 획득 조건을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박태언 팀장은 "탑승자들의 주행 데이터를 취합해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부스터를 부여할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주행을 마치면 AI 편집 기술이 적용된 주행 영상도 함께 제공된다. 앱을 열면 기록·순위와 함께 하이라이트 영상이 자동으로 완성돼 있다. 별도 편집 없이 바로 공유 가능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차별점이다.

9.81파크의 즐거움은 기존 테마파크와 결이 다르다. 한 번 이용하면 소비되는 일회성 콘텐츠가 아니라, 기록을 쌓고 경쟁하며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여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9.81파크는 테마파크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