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BCMC “블록체인은 AI 시대의 신뢰 인프라”
[IT동아 한만혁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3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2026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BCMC)’를 개최했다. 2022년부터 매년 열리는 BCMC는 블록체인 최신 트렌드와 발전 방향을 살피고 업계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신뢰가 인프라가 되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여는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블록체인이 구현하는 디지털 신뢰 인프라 ▲미래 금융의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집중 조명했다.

홍성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인류의 경제사는 신뢰의 비용을 낮춰온 역사”라며 “지금의 블록체인은 신뢰 비용을 낮추는 기술적 신뢰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이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실증 중심 정책과 민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뢰 대한민국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중 KISA 원장은 개회사에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와 디지털 자산 기반의 새로운 경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라며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 기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KISA는 AI 안정성 확보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실증 사업, 블록체인 AI 데이터 혁신 선도 프로젝트, 블록체인 특성화 대학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확산과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AI 에이전트의 보안 공백, 블록체인으로 채운다
키노트 연사로 나선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AI가 '신뢰'라는 공통 가치로 연결된다”라며 “AI 전환 시대에 블록체인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신뢰”라고 강조했다.
김덕진 소장은 AI가 단순한 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란 목표를 제시하면 스스로 판단하고 도구를 활용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단계마다 지시할 필요가 없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심각한 보안 위험도 뒤따른다”라고 지적했다.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신용카드 정보, 사내 시스템 등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해킹될 경우 개인의 디지털 생활 전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이 회사가 공식적으로 허가하지 않은 AI를 쓰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도 늘고 있다.

김덕진 소장은 AI의 3대 취약점으로 ▲AI를 교묘한 언어로 속여 본래 허용되지 않은 행동을 유도하는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 ▲AI가 학습하거나 참조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낮추는 데이터 위조 ▲공식 AI인지 가짜 AI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신원 불명 문제를 꼽았다.
이어 그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으로 ▲AI의 입출력 값을 디지털 지문인 해시(hash) 형태로 변환해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해시 앵커링(hash anchoring) ▲민감한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영지식 증명 ▲중앙 서버에 신원을 위탁하는 대신 개인이 직접 자신의 신원 정보를 관리하는 탈중앙화 신원(DID)을 제시했다.
김덕진 소장은 “AI 에이전트의 편리함을 누리면서 보안을 강화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라며 “물론 해결해야 할 여러 이슈가 있지만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하면 신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의 핵심 결제 레이어
이어 연단에 오른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여는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대’를 주제로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이종섭 교수는 “전통 자산 시장의 규모는 거대하지만, 거래와 결제 인프라가 느리고 다층적으로 분절돼 있어 자본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지목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나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디지털자산이다.

이종섭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된 자산을 실제 시장 인프라와 연결하는 핵심 결제 레이어”라며 “자산을 토큰화할 때 자산, 화폐, 스마트 컨트랙트 등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 위에서 통합 관리될 때 비로소 토큰화 자산이 완성된다”라고 설명했다. 토큰화된 자산의 결제 체계를 기존 인프라에 적용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토큰화 자산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고 기존 운영 리스크도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어 이종섭 교수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전략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국가 간 결제에 대한 논의가 분절되어 있어 온체인 금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통합 전략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며 “결제 분야의 주권을 확보하려면 원화를 온체인 금융에서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표준 설계에 참여해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규제를 만들고, 플랫폼, 콘텐츠, 수출에서의 강점이 새로운 산업 인프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원화 기반 토큰화 경제를 위해 고려할 세 가지 축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가능하도록 규제 마련 ▲글로벌 유동성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 도모 ▲해외 기관형 블록체인 및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와 연결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기술 표준 설정 등이다. 이를 통해 원화 기반 토큰화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대의 핵심 결제 금융 인프라로, 결제 디지털화를 넘어 자본시장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글로벌 정합성을 모두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