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ㆍ혁신기업에 투자” 기업성장펀드(BDC)는 다른 펀드와 무엇이 다를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기업성장펀드(BDC)가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기업성장펀드(BDC)가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IT동아 강형석 기자] 혁신 기업 투자는 그간 기관투자자와 일부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반 개인 투자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 기업을 찾아도 투자할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혁신 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유망한 기술을 보유해도 특정 산업에 쏠리는 투자 심리 탓에 자금 유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이 빠진 자리를 정부 재원이 일부 대신하지만, 성장에 속도를 붙이기엔 한계가 따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기업성장펀드(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BDC는 정부 주도의 모험자본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자생적 성장 구조를 확립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성장펀드를 도입하는 이유

기업성장펀드는 미국이 1980년에 도입한 제도다. 당시 규모가 작은 기업 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 유동성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진입 문턱을 낮춰 성장 과실을 나눠 갖는 수단으로 설계됐다. 미국 중소기업투자협회에 따르면 BDC는 2024년 기준 1590억 달러(약 233조 5233억 원) 규모로 운영 중이다. 투자 가능한 BDC만 50개에 달한다.

대한민국이 BDC를 도입하는 이유는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침체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0조 원이던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2022년 17조 6000억 원까지 치솟았다가 2024년에는 10조 6000억 원 규모로 줄었다.

게다가 벤처투자 시장에서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민간자본 중심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모태펀드 비중도 2024년 기준 22.4%로 2021년 대비 5.7% 증가했다. 민간 출자자(LP, Limited Partner) 위축 국면에서 정부가 마중물 공급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1조 원을 출자한 데 따른 결과다.

BDC는 대기업에 집중된 투자 시장을 벤처ㆍ혁신기업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과거 벤처 투자는 소수 기관이나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일반 투자자는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견해도 투자할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BDC 도입으로 개인 투자자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에 참여하고, 성과를 골고루 나눠 갖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돈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구조가 고착되면 벤처ㆍ혁신기업 성장 생태계는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한다. BDC는 생태계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민간자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기업성장펀드는 다른 펀드와 무엇이 다를까?

펀드라는 이름 때문에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지수추종펀드(ETF)와 유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BDC도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는 점에서 ETF와 외형이 비슷하다. 다만, 투자 대상의 성격이 다르다. ETF 편입 종목들은 시장에서 가격이 매일 형성되는 상장 기업들인 반면, BDC 편입 기업들은 코스닥(KOSDAQ)·코넥스(KONEX) 등에 상장됐거나 비상장 기업들로 구성된다.

BDC는 상장공모펀드다. 기존의 벤처펀드가 소수 투자자들끼리 모여 사모펀드(49인 이하 고액투자자로 구성된 펀드) 형태로 운용되어온 것과 달리, BDC는 코스닥에 상장돼 누구나 ETF처럼 매수ㆍ매도가 가능하다. 일반 투자자도 성장 잠재력을 품은 기업에 투자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 출처=금융위원회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 출처=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벤처투자시장의 회수·재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조합 및 시가총액 2000억 원 이하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허용했다. 다만 자산총액의 60% 이상을 비상장 기업에 집중 배분해야 한다. 투자 대상은 벤처기업, 초기창업기업, 중소기업, 신기술사업자 등이며, 벤처조합·신기조합·개인투자조합 등의 출자지분(구주)도 포함된다. 비상장 기업 중심의 사모펀드 특성에 공모펀드의 접근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에 가깝다. 이 외에는 국공채를 포함한 안전자산 10%, 나머지 30%는 공모펀드 운용규제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하다.

투자 방식에도 제한이 따른다. 모험자본 공급 취지에 맞춰 주식·전환사채(CB)·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 매입으로 한정했다. 금전대여는 전체 투자금액의 40% 이내에서 허용되며, 신용위험 평가·관리를 위한 내부통제체계 구축도 의무화했다.

BDC 운용구조 / 출처=금융위원회
BDC 운용구조 / 출처=금융위원회

코스닥 기술특례상장과의 연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BDC 투자를 받은 비상장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받을 때 BDC 투자 이력이 가점 항목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BDC 투자부터 피투자기업의 코스닥 상장, 실현 수익 배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정책 설계의 밑그림이다. 기업과 투자자,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나눠 갖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금융당국은 투자 시장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BDC는 설정·설립일로부터 90일 내에 집합투자증권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전문투자자 자금만으로 설정된 경우는 3년 이내다. 공시 의무도 강화됐다. BDC 자산의 5%를 초과하는 규모의 자산 취득·처분·변동이 발생하면 즉시 공시해야 한다. 투자 비중이 5%를 넘는 주투자대상기업은 부도·영업 전부 정지·회생·해산·합병 등 경영상 중대 변화가 생기면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 불성실 공시에 대한 제재 근거도 마련했다.

자산 가치 평가 주기도 기존 공모펀드보다 촘촘하다. 분기별로 펀드재산의 공정가액을 평가하고, 외부평가를 반기별로 실시하도록 했다. 일반 공모펀드가 연 1회 외부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검증 빈도가 높아진 셈이다. 비상장 기업의 가치평가는 주관이 개입하기 쉽다는 점에서, 반기마다 진행되는 외부평가는 신뢰성 확보의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투자자 유입 위한 규제 장치 마련

투자자 보호를 위한 요건도 세밀하게 설계됐다. 일반 투자자가 비상장 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 관리 장치도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펀드의 최소 규모에 하한선을 뒀다. BDC는 5년 이상 만기를 설정해야 하며 최소 모집가액은 300억 원이다. 지나치게 소규모 펀드가 난립해 관리 부실이나 운용 비효율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운용사의 책임 운용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운용사는 모집가액 600억 원 이하분에 대해 5%, 초과분에 대해 1%를 시딩투자하고, 5년과 만기의 1/2(최대 10년) 중 긴 기간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집가액 300억 원인 BDC는 운용사가 최소 15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고 최소 5년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 전문가 평가도 의무화된다. 채권평가회사·신용평가회사·회계법인·감정평가법인·기술신용평가(TCB) 전문기관 등 외부 기관의 사전 평가를 토대로 투자심의위원회가 대상 기업의 성장가능성과 신용위험을 검토한 뒤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다만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은 이미 공시 정보가 충분한 만큼 외부평가를 면제했다.

투자자 유입 방안은?

문제는 BDC의 상장 이후다. 상장하더라도 중견·대기업 중심의 ETF만큼 매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투자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유인책이 필요하다. 아직 BDC 활성화를 위한 수요 유인책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생산적 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2026년 1월, 기획재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해외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과 첨단산업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에게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생산적 금융 전환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출처=재정경제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출처=재정경제부

ISA는 예금·펀드·주식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담아 굴리면서 세금 혜택을 받는 절세형 상품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ISA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가입자 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청년형 ISA, 국민성장 ISA 등을 도입해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와 국민의 자산 형성을 장려할 계획이다.

두 ISA는 가입 조건이 다르지만 여러 금융상품을 관리하며 세금 혜택을 받는다는 점은 같다. 청년형 ISA는 총급여 7500만 원 이하인 만 19세~34세 청년이 대상이다. 가입하면 이자·배당소득 과세특례뿐 아니라 납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부여된다.

납입금 소득공제는 기존 ISA에 없던 혜택이다.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처럼 투자 자금 자체에 대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소득이 아직 많지 않은 20~30대가 기업 투자와 연말정산 환급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와 절세를 한 번에 만족하는 형태다.

국민성장 ISA는 국내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자유롭게 가입 가능하다. 구체적인 세제 혜택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ISA(비과세 200만 원, 9.9% 초과분 분리과세) 대비 혜택을 확대할 예정이다. 청년형 ISA와 국민성장 ISA는 동시에 가입할 수 없다. 반면 기존 ISA와 생산적 금융 ISA는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

BDC가 국내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 할까?

금융당국은 2026년 3월 17일 BDC 도입에 필요한 법안들을 시행한다. 2026년 4월까지 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정비를 마무리해 BDC 출시와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BDC 운용사의 상품 구성과 상장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2026년 상반기 중에는 다양한 BDC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상장 전 은행 및 증권사를 통해 청약 가능하고, 상장 이후에는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과 함께 BDC 제도 안착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BDC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혁신 기업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설계된 대로 작동한다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혁신 기업으로 유입되고, 성공적으로 성장한 기업이 상장해 수익을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혁신 기업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 조달의 부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BDC가 그 빈자리를 채워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비상장 기업 투자는 높은 수익률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도 크다. BDC가 분산 투자와 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표방하지만, 개별 기업의 도산이나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자는 BDC 상품이 제시하는 투자 대상과 운용사의 역량을 면밀히 살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세워야 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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