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소, 법인 고객 서비스 강화 ‘법인 시장 참여 대비’
[IT동아 한만혁 기자] 법인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을 앞두고 국내 주요 거래소가 법인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빗썸은 대량 거래를 지원하는 시간분할자동주문(TWAP) 서비스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코빗은 자유형 예치 서비스 스테이킹 플러스를 법인 고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앞서 업비트와 코인원은 법인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법인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단계적으로 열린다
우리나라는 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제한한다. 지난 2017년 디지털자산 투기 과열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정부는 디지털자산 관련 긴급대책, 투기 근절 특별대책 등을 발표하며 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자금세탁 및 시장 과열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이어 2021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야 원화 입출금이 가능해지면서 법인은 디지털자산을 직접 사고팔기 어려워졌다. 법인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보호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관련 신사업 수요 증가, 해외 주요 국가의 법인 참여 허용 등 환경이 급변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법인 디지털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 1단계에는 비영리법인과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디지털자산 매도를 허용하고, 2단계에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2500여 개와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1000여 개에 대해 디지털자산 매수 및 매도 거래를 허용한다. 3단계에서는 일반 법인까지 전면 허용한다.
1단계는 지난해 5월 시행됐다. 현재 비영리법인과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원할 때 디지털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 2단계는 아직 시행 전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 법인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논의와 연계해 빠르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자기 자본 5% 이내 투자 가능, 특정 디지털자산 제외 등 투자 한도 및 대상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거래소, 법인 고객 위한 서비스 강화
법인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앞두고 국내 주요 거래소가 법인 전용 서비스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법인 고객 특성에 맞는 대량 거래 지원, 내부통제 강화, 맞춤형 자산 관리 등의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빗썸은 지난 3월 5일 TWAP 서비스의 제공 플랫폼을 PC, 모바일 앱 및 웹으로 확대했다. 법인의 대량 거래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TWAP 주문은 투자자가 설정한 전체 주문 기간과 간격에 맞춰 주문 수량이나 금액을 균등하게 나눠 시장가로 자동 제출하는 거래 방식이다. 이는 대량 주문 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가격 변동 영향을 줄이고 최종 체결 가격이 해당 기간의 평균 가격에 가깝도록 주문할 수 있다. 빗썸의 TWAP 주문은 최대 10억 원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각 회차 주문은 최소 5000원 이상이다.
빗썸은 지난해 3월부터 법인 회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순한 회원 가입뿐 아니라 전담 매니저가 직접 방문해 관련 제도, 가입 시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는 1:1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법인 고객 대상 컨퍼런스 ‘빗썸 BIZ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빗썸 법인 특화 서비스 소개, 디지털자산 회계 처리 지침 및 사례, 스테일블코인 활용 전략 등 법인 맞춤형 투자 전략 자문 등을 제공했다.

코빗은 지난 3월 5일 자사 디지털자산 예치 서비스 ‘스테이킹 플러스’의 법인 고객 확장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스테이킹 플러스는 예치 중에도 입출금과 거래가 자유로운 자유형 스테이킹 서비스다. 일반 스테이킹 서비스의 경우 디지털자산을 예치하면 일정 기간 동안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스테이킹 플러스는 언제든 매도하거나 외부로 출금할 수 있어 기업의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스테이킹 플러스는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트론(TRX), 폴카닷(DOT) 등의 디지털자산을 지원한다.
이용자 거래 편의성과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웹 트레이딩 시스템(WTS, Web Trading System)도 개편했다. 다양한 보조 지표와 캔들 흐름을 보다 선명하게 분석하도록 차트 영역을 확대하고, 화면 좌우 너비 조절과 위치 이동이 가능한 사용자 맞춤형 레이아웃(위젯 커스텀)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초보 투자자부터 법인 투자자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체결 및 미체결 내역을 주문 영역에 통합해 매매 편의성을 강화하고, 검색 및 정보 접근 기능도 개선했다.
코빗은 지난해 7월 법인 고객 전용 서비스 ‘코빗 비즈(Korbit Biz)’를 선보였다. 코빗 비즈는 법인 고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디지털자산을 거래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용 서비스로, 이체 비밀번호 설정, IP 등록, 원격 로그아웃, TWAP, 긴급 출금 제한, 계정 보호 잠금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계정 권한 체계 분리,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 추가 등 고도화를 진행했다. 법인 계정을 '관리자 계정'과 '사용자 계정'으로 분리해 금융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했다. 자금의 외부 입출금은 관리자 계정에서만 가능하고, 운용 실무를 담당하는 사용자 계정은 거래 및 서비스 이용만 가능하다.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은 담당자별, 용도별로 자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으로, 체계적이고 정교한 자산 운용을 지원한다.
이 외에 업비트와 코인원도 지난해 12월 법인 전용 서비스를 각각 출시했다. 업비트 비즈(UPbit Biz)는 100% 콜드월렛(외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 기반 커스터디(수탁), 기관급 시스템 인프라, 국내 최대 거래 유동성, 매매·보관·운용을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All-in-One) 솔루션이 특징이다. 코인원 비즈(Coinone BIZ)는 회원가입부터 거래까지 서비스 이용 관련 정보, 코인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법인 전용 혜택을 제공한다. 자금 분리 기능을 통해 투자 전략과 목적에 따라 자산을 나눠 관리할 수 있고, 거래 보고서 발급, 기관용 지갑 관리, 전담 매니저 배정 등 복잡한 법인 계좌 운영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법인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보다 거래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거래 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법인 투자자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유입되면 거래량과 시장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고, 거래소의 수익 기반도 확대된다. 이것이 거래소가 법인 고객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법인 시장 참여가 확대될수록 디지털자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래소들은 이미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가 관련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확정 짓기를 기대한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