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올해 목표는 지역 여행 활성화”…제주서 꺼낸 해법은 ‘공간·콘텐츠·사람’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에어비앤비가 제시한 지역 여행의 해법은 분명했다. ‘더 많이 방문하게 만드는 관광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여행’이다. 특정 식당과 호텔, 유명 관광지에 쏠리는 국내 여행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지역만의 숙소, 콘텐츠와 더불어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함께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비전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에어비앤비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비전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에어비앤비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을 주제로 비전포럼을 개최하고 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공유했다. 올해 지역 경제와 여행 생태계 활성화에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 ‘지역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어비앤비 “지역에 머물 이유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데이터가 함께 제시됐다. 국내 여행이 특정 지역과 미식, 호텔 중심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보인다는 진단과 함께, 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데이터로 짚어냈다. 이후 설문조사와 아태지역 사례를 근거로 로컬 숙소 확대와 지역 체험 콘텐츠 강화가 지역 관광 활성화의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 / 출처=에어비앤비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 / 출처=에어비앤비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지난해 영업신고 미신고 숙소를 플랫폼에서 전면 퇴출하는 등 굵직한 변화를 단행한 에어비앤비는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깊이 고민해 왔다. 그 결과 올해 집중하고자 하는 방향을 지역 살리기로 정했다”며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다. 머무르고 싶은 ‘공간’,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콘텐츠’, 그곳을 채우는 ‘사람’이 어우러질 때 지역에 머물 이유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비전포럼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국내 여행의 문제를 단순히 교통이나 가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굳이 그 지역에 가서 머물러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에어비앤비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최근 1년간 국내 지역여행 경험이 있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공유했다.

한국인 국내여행의 현실…‘미식과 호텔, 특정 지역 쏠림’

조사 결과는 꽤 선명했다. 한국인의 국내 여행은 목적과 숙박, 방문 지역 전반에서 ‘획일화’가 두드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여행 목적이다. 응답자의 64.4%가 국내 여행 목적 1순위로 ‘미식’을 꼽았다. 자연·야외활동 여행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는 7.8%, 로컬 콘텐츠 관련 방문은 3.9%에 그쳤다. 결국 많은 여행이 지역 고유의 체험보다는 음식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숙박 형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호텔·리조트 이용률이 70.0%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공유숙박은 19.7%에 불과했다.

방문 지역 역시 강원, 부산, 제주 등 특정 관광지에 집중됐다. 흥미로운 예외는 20대의 대전 지역 선호였다. 대전은 방문 선호도를 기준으로 전체적으로는 하위권 지역이었지만, 20대에서만큼은 상위권에 올랐다.

서가연 매니저는 “대전의 경우, 유명 빵집인 성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빵지순례’가 지역을 움직이는 앵커 콘텐츠 역할을 했다”며 “이처럼 지역 고유의 매력적인 콘텐츠 하나가 사람들의 발길을 바꾸고 체류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싸고, 멀고, 할 게 없다”…국내 여행 주저하는 이유

왜 국내 여행은 자꾸 비슷한 곳만 돌게 될까. 조사 결과를 보면 이유도 비교적 명확하다. 응답자들은 국내 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로 높은 여행 물가(27.9%), 이동 거리 및 소요시간(27.8%), 볼거리·체험 콘텐츠 부족(13.4%)을 각각 1순위와 2순위, 3순위로 꼽았다.

결국 ‘돈은 드는데 체감 가치는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유명 지역과 특정 식당, 특정 호텔에 쏠림이 반복되면 가격은 올라가고 교통 혼잡은 심해지며, 소비자는 피로를 느끼게 된다. 다시 국내 여행을 선택할 유인이 약해지는 이유다.

숙박 문제 역시 국내 여행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응답자의 87.5%는 여행 계획에서 숙박시설 여건이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숙소 예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92.5%에 달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시설 대비 비싼 요금으로 인한 낮은 가성비’가 54.1%, ‘주말 및 성수기 객실 부족’이 46.3%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제약 때문에 일부 여행객은 숙소를 먼 외곽 지역으로 선택하거나, 숙박 대신 당일치기로 여행을 축소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결국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저녁 식사나 야간 관광 등 지역 내 소비 기회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

해답은 ‘로컬 숙소’와 ‘로컬 콘텐츠’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에어비앤비가 비전포럼에서 강조한 대안은 ‘로컬 숙소’와 ‘로컬 콘텐츠’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 여행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을 풀어야 하는데, 그 핵심 축이 숙소와 콘텐츠라는 것이다.

서가연 매니저는 “응답자들은 국내 여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로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품질 개선에 이어 ‘지역별 특색 있는 콘텐츠 및 경험 개발’(42.4%)을 꼽았다”며 “공유숙박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현지 동네의 로컬 일상을 경험하고 싶어서’(22.2%)라는 응답도 나왔다. 숙소를 단순한 잠자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경험하는 거점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 / 출처=에어비앤비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 / 출처=에어비앤비

그는 이어 “빈집과 노후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었다. 응답자의 85.7%는 빈집 등을 활용한 지역재생형 숙소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며 “지역의 오래된 공간이 단지 정비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에어비앤비도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에 동참할 예정이다. 제주 지역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국내 공유숙박의 빈자리

이번 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공유숙박을 둘러싼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었다. 한국인들은 이미 해외 여행을 통해 공유숙박의 장점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77.8%는 국내 공유숙박 공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해외처럼 다양한 형태의 공유숙박이 국내에도 충분히 공급된다면, 해당 응답자의 92.9%는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선택지가 충분해질 경우 83.1%는 여행 준비 스트레스 감소, 새로운 도시 방문 등 여행 경험 전반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가연 매니저는 “많은 한국인은 이미 해외여행을 통해 공유숙박의 가격 경쟁력과 로컬 체류를 충분히 경험했다”며 “각 지역의 매력을 담은 로컬 숙소가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된다면, 획일화된 국내 여행 구조를 바꾸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태 지역 여행객 89% 비도시 방문 경험…호주·일본 사례 살펴보니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높은 지역 여행 수요와 함께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 출처=에어비앤비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 출처=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아태지역 여행객 중 지난 12개월 내 비도시 여행지 방문 비율은 89%에 달했다. 향후 12개월 내 지역여행 계획 역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지역여행에서 내국인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지역 여행 활성화의 관건은 외국인 유치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지역을 어떻게 다시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샤론 챈 총괄은 “한국의 지역 여행자 열의 아홉은 내국인일 정도로 로컬을 경험하려는 수요는 강력하다. 콘텐츠만 확실하다면, 다른 아태지역처럼 한국도 지역여행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가연 매니저는 “모두가 AI 앱과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곳만 추천받다 보니 매번 같은 장소가 부각된다”며 “알고리즘을 넘어 사람들이 새로운 지역을 직접 탐색하고 방문하도록 돕는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호주와 일본 등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공통점은 작은 지역도 숙소와 콘텐츠, 이야기를 결합하면 충분히 목적지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론 챈 총괄은 “호주의 경우 응답자 80%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작은 마을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일례로 인구가 250명 정도에 불과한 호주 웨스토니아 지역에 관심을 보인 이용자들이 많았지만, 당시 문제는 숙소 부족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컬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했고, 이용자들은 이런 옵션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크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후나가타 지역은 빈집 프로젝트 성공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일본에는 약 900만 채의 빈집이 존재하는데, 에어비앤비는 이를 지역 관광숙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오래된 전통가옥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하고, 셀럽과 협업해 새로운 공간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역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 출처=에어비앤비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 출처=에어비앤비

이어 호주의 와인 투어리즘 사례도 함께 언급됐다. 숙소만 제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와인 산지와 자연, 체험 콘텐츠를 함께 묶어 소개함으로써 숙박과 지역 활동이 함께 소비되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숙소 밖에서도 돈이 돈다…지역경제로 번지는 체류 효과

숙소가 생기면 단지 하룻밤 수요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샤론 챈 총괄은 아태지역 통계를 근거로 여행이 분산될수록 지역사회가 더 큰 혜택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박비를 제외한 1인당 평균 지출액은 한국 기준 169달러(약 25만원), 아태지역 평균은 157달러(약 23만원)로 집계됐다. 또 87%의 게스트가 호스트로부터 로컬 추천을 받았고, 97%는 이런 로컬 추천이 실제 지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숙소가 지역 상권과 연결되는 ‘로컬 소비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강조한 그림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여행자가 지역 숙소에 머무르고, 호스트 추천을 통해 동네 식당과 카페, 체험을 이용하며, 그 소비가 다시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를 지속해서 설계 중”이라며 “지역 여행의 활성화는 결국 숙소 하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체류시간과 소비 동선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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