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진의 '고대 사상가, AI를 만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면, 요즘 AI 활용은 전부 '반쪽짜리'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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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보면, 요즘 AI 활용은 전부 ‘반쪽짜리’

완) 칸트가 AI 시대에 태어났다면 말했을 한 마디

[IT동아]

출처=황성진
출처=황성진

만약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AI를 멀리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방대한 지식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질문에 즉시 응답하는 존재. 평생 학문을 분류하고 체계화했던 그에게 꽤 유용한 대화 상대였을 것이다. 오히려 하루 종일 AI와 토론하며 생각을 다듬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들이 있다. 요즘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들.

첫째, 결과만 받고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레테(탁월함)'를 말했다. 그가 말한 탁월함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었다. 한 번의 좋은 선택도 아니었다.

"성격적 탁월성은 습관의 결과로 생겨난다."

한 줄로 풀면 이렇다. 덕은 가르침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반복된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용기 있는 사람은 용기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 용기 있는 행동을 반복한 사람이다. 절제하는 사람은 절제를 배운 사람이 아니라, 절제를 실천해온 사람이다.

판단도 마찬가지다. 좋은 판단은 한 번의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을 직접 겪으며 단련된 능력이다. 이걸 요즘 상황에 대입해보자.

AI에게 기획안을 맡긴다. 세 가지 방향이 나온다. 두 번째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대로 쓴다. 결과물은 훌륭하다.

며칠 뒤 누군가 묻는다. "왜 이 방향으로 갔어?"

순간 말이 막힌다. 분명 내가 선택한 안이었다. 그런데 왜 이 방향이었는지, 다른 두 안은 왜 아니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머릿속에 근거가 없다.

그냥 '그럴듯해 보여서'였다.

결과는 손에 들려 있다. 그런데 과정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면 이건 반쪽짜리다. 결과만 있고 판단이 없는 선택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판단을 위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에토스'라는 개념이 있다. 습관(ἔθος)과 성격(ἦθος), 그리스어로는 철자가 거의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어원적 연결에 주목했다. 반복된 습관이 성격을 만들고, 그 성격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거다. 판단은 근육과 같다.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요즘은 어떤가. AI가 분석해주고, AI가 비교해주고, AI가 추천해준다. 편하다. 확실히 편하다. 고민의 무게가 줄어드니까.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선택은 하는데, 선택의 언어가 사라진다. 결과는 쌓이는데, 판단의 기준은 흐려진다. "왜?"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 멈칫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면, 판단을 위임하면 판단 습관이 사라진다. 습관이 사라지면 성격이 바뀐다. 결국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AI가 문제가 아니다. 판단을 건너뛴 인간이 문제다. AI는 선택지를 정리해줄 수 있다. 장단점을 비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뭘 고를 건데?"라는 질문에는 내가 답해야 한다. 그 과정을 생략하면, 선택 근육은 조금씩 줄어든다.

셋째, 반복 없이 성장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습관을 들였는지, 저렇게 습관을 들였는지는 결코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큰 차이, 아니 모든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습관은 반복에서 온다. 그런데 AI는 반복을 줄여준다. 예전엔 열 번 해야 감이 오던 일이, 이제 한두 번이면 결과가 나온다. 효율은 올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빠진 여덟 번의 반복은 어디로 갔을까.

그 반복 속에서 길러졌을 감각, 그 안에서 쌓였을 기준, 그걸 통해 형성됐을 판단력. 이런 것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건 더 빠른 결과가 아니다. 더 단단한 판단 습관이다. 결과는 AI가 앞당겨줄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을 대신 연습해주지는 않는다.

출처=황성진
출처=황성진

그래서 우리에게 남는 질문

아리스토텔레스는 AI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대화 상대는 언제나 환영할 인물이었다. 다만 결과만 받고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하루, 이 질문을 한번 던져보면 어떨까.

"나는 결과를 얻고 있는가, 아니면 판단을 연습하고 있는가?"

"이 선택이 왜 이 방향인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가?"

AI는 답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을 왜 선택했는지, 어디까지 믿을지는 여전히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생각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더 깊게 만들어주는 대화 파트너. AI를 그렇게 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판단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

(주)비즈마스터 황성진 의장

'AI 최강작가'와 'AI 최강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I를 활용한 콘텐츠 창작과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생각을 확장하는 대화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전파 중. 서경대학교 'AI 퍼스널브랜딩' 비학위과정 주임교수 역임.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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