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기업에서 AIㆍ데이터 잘 다루는 기업으로”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6년 2월 3일, 한국오라클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오라클 AI 서밋 2026(Oracle AI Summit 2026)'을 개최했다. 2025년까지 오라클 클라우드 서밋으로 진행됐던 행사가 AI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라클의 사업 방향이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에서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줬다.
행사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AI(AI Changes Everything)'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엔터프라이즈 AI 시대를 맞아 AI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확장된 오라클의 기술 전략, 국내외 기업의 성공 사례를 다뤘다.
오라클은 이제 데이터베이스(DB) 기업이 아니라 AI 기업
"오라클에 처음 왔을 때 AI 시장이 빠르게 변화할 거라는 부분을 예측한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업이고, 그 데이터들을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업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AI 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성하 한국오라클 사장은 현재 오라클을 AI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AI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데이터이고, 미션 크리티컬(작은 실수, 일시 중단만으로 운영에 큰 영향을 주는 필수요소들)한 엔터프라이즈 업무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회사가 오라클이라는 설명이다.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라는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OCI 부문 실적도 다뤘다. 오라클은 회계연도 2025년 기준(2024년 6월~2025년 5월), OCI 부문 매출이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클라우드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가늠하는 클라우드 소비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하 사장은 “클라우드를 시장에 처음 내놨을 때는 많은 고객들이 개념검증(PoC) 또는 파일럿(시범도입) 형태로 사용했다. 그런데 오라클 클라우드가 고객의 핵심 업무에 들어가게 되면서 2025년 클라우드 소비 비중이 2024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파편화는 기업 AI 도입의 최대 걸림돌
생성 AI 서비스,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AI 전환(AX)에도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AI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성하 사장은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문제점으로 ‘데이터 사일로화(파편화)’를 꼽았다.
김성하 사장은 “AI가 특정 부서의 업무를 향상시키는 데는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전사적 업무 프로세스를 향상시키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들이 사일로화 되어 분산돼 있고, 많은 종류의 데이터들이 각 부서의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AI 데이터 플랫폼’을 제안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 기술을 토대로 구축된 AI 기술이 기업의 전사적 데이터 활용으로 이어지도록 도와준다는 게 이유다.
기업은 데이터 보호 환경이 필수다. 오라클은 기업 요구에 맞는 최적의 AI 서비스를 제공해 보안과 업무 효율 개선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예로 오라클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은 없지만, 대다수 AI 모델을 오라클 인프라 내에 수용해 제공한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시장에 알려진 LLM은 오라클 내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 외에도 향후 대한민국 대표 LLM이 선정될 경우, 오라클 내에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준비 중이다.
김성하 사장은 국내 AI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기관 협력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오라클 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그는 “작은 회사들이지만 우리나라 AI 미래를 선도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6AI 공개
이어 연단에 오른 티르탄카르 라히리(Tirthankar Lahiri) 오라클 미션 크리티컬 데이터 및 AI 엔진 부문 수석부사장은 “AI가 인간을 직접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 사용할 줄 모르는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도 생존하려면 경쟁사보다 먼저 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티르탄카르 라히리 수석부사장은 시대 변화에서 살아남고 앞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AI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AI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AI 리더를 만들어 줄 ‘데이터를 위한 AI(AI for Data)’ 전략을 소개했다.
현재 여러 AI 서비스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려면 개별 제품과 기술을 이어 붙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복잡한 소프트웨어 연계와 시간, 비용을 수반한다. 오라클의 데이터를 위한 AI는 학습과 사용 과정을 직관적으로 다듬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는 입장이다.

오라클은 새로운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Oracle Database) 26AI’도 공개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3AI를 대체하는 차기 지원판으로 설계부터 AI와 데이터가 통합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위해 LLM과 AI 벡터 기술을 엔진 내에 적용한 부분이 차별점이다. 티르탄카르 라히리 수석부사장은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려면 설계부터 함께 반영해야 된다. AI와 데이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개방형 표준(오픈 스탠더드)과 호흡을 맞추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6AI는 업그레이드된 기능 외에도 기존 하위 서비스간 호환성도 갖췄다. 23AI 및 19C 서비스에도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6AI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고객들의 레거시 시스템까지 품겠다는 전략이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6AI의 차별점은 AI 벡터 기술과 SQL(데이터베이스 관리용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 단순화다. 먼저 AI 벡터 기술은 수치(값) 기반이 아닌 유사성(Similarity) 기반으로 작동한다. 유사한 데이터간 벡터 데이터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를 활용해 검색 속도를 개선했다. 티르탄카르 라히리 수석부사장은 “벡터 인덱스를 통해 검색 속도가 밀리초 단위로 단축됐다. 파티션 벡터 인덱스 기술을 더해 대용량 데이터도 빨리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검색증강생성(RAG) 애플리케이션 구현 과정도 간단하다. AI 벡터 검색 기술을 활용, 사용자 질문에 의미 있는 문서를 찾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RAG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 식이다. 오라클은 데이터 검출과 활용이 용이하도록 SQL 구조를 단순화했다. 사용자는 한 줄의 SQL 구문으로 질문을 벡터로 변환하고, 연관성이 높은 문서를 찾도록 명령 가능하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API를 활용하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SQL 구문 한 줄로 다중작업 워크플로우 실행이 가능한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베이스 시장 경쟁력, AI로 확장하는데 집중
오라클은 40년 이상 쌓은 데이터베이스 역량을 AI와 결합, 새로운 경쟁 우위를 만들 계획이다. 오라클은 컴퓨팅 외에도 관계형 데이터, 문서, 이미지, 동영상 등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 내에 통합 관리하는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를 구축했다. 여기에 새로운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사용자의 학습 곡선을 최소화할 경우, 서비스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6AI가 초기 서비스인 19C까지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의 멀티클라우드 전략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성하 사장은 “정확한 일정은 언급할 수 없으나 2026년 상반기 중 AWS 데이터 센터에 엑사데이터 플랫폼이 적용될 것이다. 이미 국내 디지털 금융사 한 곳이 미국 리전에 있는 오라클 데이터 센터에서 PoC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쟁 관계인 AWS 인프라에 오라클 엑사데이터를 올린다는 것은 고객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의 선점 효과를 유지하려는 현실적 전략이다. 기업이 AWS 인프라 위에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쓰고 싶다는 수요가 있다면, 이를 수용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 외에도 AI 에이전트 간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오픈 에이전트 사양(Open Agent Specification)을 오픈소스로 공개,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에 대비한 결정이다. 티르탄카르 라히리 수석부사장은 오라클의 AI 전략과 서비스가 고객을 AI 리더, 선도자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