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우리만의 AI 필수"... 세계 각국이 '소버린 AI'에 꽂힌 이유
[IT동아 김영우 기자] 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가트너(2026년 2월 2일)
제목: 가트너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 소버린 AI로”

요약: IT 컨설팅 기업 가트너(Gartner)가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가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현재 약 5% 수준인 전환율 대비 7배나 증가한 수치다.
가트너는 소버린 AI를 국가나 조직이 자국의 법, 규제, 문화적 맥락 안에서 AI 개발과 운영을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서구 중심의 기술 생태계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소버린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가트너는 소버린 AI 스택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2029년까지 국가 GDP의 최소 1%를 AI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향후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 인프라가 소버린 AI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며 , 지역 특화 AI 모델이 비영어권 환경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설: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전 세계는 'AI 골드러시'에 빠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흐름이 조금 바뀌고 있다. 단순히 성능 좋은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누가 그 AI를 통제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 다룰 '소버린 AI'의 핵심이다.
소버린 AI는 말 그대로 '주권(Sovereign)'을 가진 AI를 뜻한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모델과 인프라에만 의존할 경우, 자국의 역사나 문화적 맥락을 AI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데이터 주권' 문제다. 국가의 민감한 데이터나 기업의 기밀이 해외 서버로 넘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AI 독립'을 외치며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 AI', 아랍에미리트의 '팔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트너가 이번 보고서에서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가 소버린 AI로 전환할 것이라 예측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일명 국가대표 AI)' 확보를 목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팀만 남기는 치열한 '서바이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15일 발표된 1차 단계 평가 결과는 업계에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내로라하는 기업(컨소시엄)들이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에서 국내 AI 시장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네이버클라우드, 그리고 게임 AI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NC AI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의 모델은 글로벌 성능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오픈소스 모델(해외 모듈)의 가중치를 활용해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단순한 성능이나 기능을 넘어, '소버린 AI'로서의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결과다.
한편, LG AI연구원은 100% 자체 기술력과 제조·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전체 1위로 통과했고, SK텔레콤은 통신 인프라와 결합한 멀티 LLM 전략으로 생존했다. 특히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가 거대 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기술력 하나만 있다면 체급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꼽힌다.

최종 선발 시점이 올해 12월로 정해진 가운데 정부는 현재 생존한 3개 사에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올 1개 사를 더해, 연말까지 최후의 2개 기업을 가리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발된 기업이 받게 될 혜택은 파격적이다. 정부는 올해 AI 전환(AX) 예산으로만 전년 대비 5배 늘어난 2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최종 선발된 기업들은 이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국방·의료 분야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자사 모델을 공급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가장 큰 비용 부담인 GPU 등 컴퓨팅 자원을 집중 지원받는 것은 물론,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1100만 건 이상의 양질의 공공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독점 제공받게 된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 AI'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다는 의미다.
결국 소버린 AI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디지털 영토 전쟁'이다. 남의 땅(외산 클라우드/모델)에 집을 짓기보다 내 땅에 내 기술로 집을 짓겠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