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소상공인 100만 시대, 우리은행 ‘AIgency’팀이 보낸 따뜻한 '시그널' 이야기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실효성 있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다. AI를 활용해 소상공인을 돕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으니 시작점을 잘 잡아야 했다. 시그널을 개발하는 모든 과정은 즐거웠고, 회사 본연의 업무를 넘어 자유롭게 창작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좋았다”

좌측부터 정광진 정보보호부 대리, 황혜지 플랫폼사업부 계장, 김도담 AI 데이터사업부 계장, 전윤회 플랫폼사업부 계장 / 출처=IT동아
좌측부터 정광진 정보보호부 대리, 황혜지 플랫폼사업부 계장, 김도담 AI 데이터사업부 계장, 전윤회 플랫폼사업부 계장 / 출처=IT동아

은행들은 ‘현장을 모르면 본점 업무도 할 수 없다’는 기조를 바탕에 두며, 기본 연수를 마친 행원들을 각 지역 영업점으로 배치해 개인 금융 및 상담 업무 등을 맡긴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영업점 현장 경험은 반드시 거치며 이 과정에서 많은 행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에 빠진다. 생각보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금융 문제를 어려워하고, 폐업 직전에야 은행을 찾는다는 것이다. 끝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들을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광진 우리은행 정보보호부 대리는 금융과 자금 흐름에 AI를 접목하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고, 더 쉽게 AI로 금융에 다가갈 수 있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정광진 대리와 뜻을 함께하는 동기들이 금융보안원에서 개최한 ‘2025 금융 AI Challenge : 금융 AI 모델 경쟁’ 공모전에 참여한 이유였다.


네 명으로 구성된 우리은행 AIgency 팀은 지난해 11월 금융보안원이 개최한 금융 AI 챌린지 2025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중앙은 박상원 금융보안원장 / 출처=우리은행
네 명으로 구성된 우리은행 AIgency 팀은 지난해 11월 금융보안원이 개최한 금융 AI 챌린지 2025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중앙은 박상원 금융보안원장 / 출처=우리은행

금융보안원은 지난해 9월, 금융 분야의 AI 활용 활성화를 지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25 금융 AI Challenge : 금융 AI 모델 경쟁’ 공모전을 개최했다. 해당 대회는 총 951개 팀, 1249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고 우리은행 사내 스터티 팀인 ‘AIgency’가 대상을 차지했다. 문제의식을 접한 이들이 내놓은 방안은 무엇인지, 또 최종 수상 이후 3개월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 IT동아가 만나봤다.

사내 스터디로 시작해 금융보안원 대상··· 그 중심엔 ‘시그널’ 서비스

AIgency 팀은 정보보호부 정광진 대리를 포함해 플랫폼사업부 황혜지 계장, 전윤회 계장, 김도담 AI 데이터사업부 계장이 한 팀이다. 정광진 정보보호부 대리는 우리은행 정보보호부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을 이끌며 금융 안전 혁신을 도모한다.

또한 황혜지 계장과 전윤회 계장은 플랫폼사업부에서 각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망금융 솔루션 ‘원비즈플라자’의 운영 및 기획, 원비즈 e-MP 서비스 및 데이터 연계, 운영 작업을 진행한다. 김도담 계장은 AI데이터사업부에서 은행 내부 협업 및 효율화, AI서비스 도입을 진행 중이다.

네 사람은 우리은행 입사 동기이자 AI 학습을 목적으로 팀을 꾸렸으며, 지난해부터 1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AI 관련 학습 및 정보 동향 등을 공부해 왔다.


‘시그널’ 서비스는 우리은행 AI 스터디 모임인 AIgency 팀이 기획하고 구축한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다 / 출처=IT동아
‘시그널’ 서비스는 우리은행 AI 스터디 모임인 AIgency 팀이 기획하고 구축한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다 / 출처=IT동아

금융보안원 공모전에 도전한 배경은 무엇일까? 정광진 대리는 “상반기에 학습하고, 하반기에는 결과물을 도출해 보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2025 금융 AI 챌린지에 도전했다. 대회 자체가 금융과 AI로 자율 주제여서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김도담 계장도 “영업점 근무 경험이 있는 모두가 소상공인들이 문제가 터진 이후에 온다고 공감했다.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나 폐업, 상권 관련 데이터 정도로 간단히 상황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대회 주제에도 맞고 도움도 되리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서비스가 ‘시그널’이다. 김도담 계장은 “사업 매출이나 상권 순위 등을 한 곳에 모아서 보자는 게 처음 아이디어였고, 데이터만으로는 분석과 해석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 대시보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챗봇 형태로 대화하며 상황 판단부터 경고까지 제공하는 형태로 제작했다. 은행 서비스인 만큼 필요에 따라서는 정책 자금을 추천하거나 카드나 예적금, 대출 등도 연계하는 것까지 구상했다”라고 말했다.

전윤회 계장은 “데이터가 있어도 그 내부의 패턴은 사람이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 거래에서 오가는 패턴을 AI로 찾아서 유의미한 형태가 있으면 알림을 준다. 또 네이버나 구글, 배달의민족 등의 리뷰 데이터도 점수로 수치화해 매출 데이터와 연계해서 보여주고, 특정 지표가 반복되면 폐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이라고 답했다.


시그널 서비스는 금융 데이터와 챗봇 기능을 결합해 소상공인이 쉽게 금융 상황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출처=우리은행
시그널 서비스는 금융 데이터와 챗봇 기능을 결합해 소상공인이 쉽게 금융 상황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출처=우리은행

당초 공모전에서는 기획안 제출이 필수, 서비스 구현은 선택지였지만 AIgency팀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까지 만들었고, 기존의 비슷한 서비스들을 의식해 시그널만의 특징도 구축했다. 정광진 대리는 “AI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를 호출하는 A2A 기술을 적용했다. 각각의 에이전트는 재무, 리뷰 분석, 상품 추천 등에 특화돼 있고 데이터를 합산하는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이 챗봇에서 응답한다. 또한 은행 서비스인 만큼 자료 제공부터 대출까지 제공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라고 말했다.

김도담 계장은 “최근에는 비대면 대출이 가능해서, 시그널에서 문서 사진 등을 촬영하면 광학문자인식으로 인식해서 신청서까지 대신 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데이터는 상권, 지역 폐업률, SNS 이슈 데이터, 공공 데이터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며, 위험 대응 측면에서는 서울시 안심금리자금, 긴급자영업 자금, 특정업종 및 신용 등급 구간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의 대출 상품을 찾아주는 방안도 구상했다”라고 덧붙였다.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취합해 대시보드로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 출처=우리은행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취합해 대시보드로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 출처=우리은행

이미 시중에는 시그널의 기획안과 비슷한 소상공인 365 등의 서비스가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 다를까. 김도담 계장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차원의 마이데이터는 다른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이중 개인 사업자 데이터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쉽게 자영업자가 서비스를 활용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잘 해설하는데 중요하다 여겼다. 그래서 앱을 처음 시작하면 대시보드가 아니라 챗봇이 먼저 실행돼 오늘의 재무 상황, 리뷰 평가 등을 제공하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시그널 서비스는 어떻게 소상공인을 도울까?


시그널 챗봇은 소상공인을 위한 전담 금융 매니저라고 생각하면 된다 / 출처=우리은행
시그널 챗봇은 소상공인을 위한 전담 금융 매니저라고 생각하면 된다 / 출처=우리은행

소상공인이 시그널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어떨지 예시를 부탁했다. 전윤회 계장은 “일반적인 챗봇은 알고리즘대로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지만, 시그널 내 챗봇은 사전에 확보한 데이터로 응답한다. 마치 운영 매니저가 카카오톡 채팅으로 위험 신호나 재무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서 대답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능하다면 대출이나 영업점 상담으로도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시보드만 보고 이해기엔 한계가 있어서 최대한 쉽게 만들었고, 색상이나 인터페이스로도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요소를 적용했다”라고 답했다.

황혜지 계장은 “혼자 경영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본인의 감각만으로 사업을 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져 놓치는 부분이 많다. 시그널로 데이터 기반 관리를 붙이면 혼자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할거다”라고 말했다. 전윤회 계장도 “데이터 기반 경영에 관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쓰기 어려운 사람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정광진 대리의 경우 “가게를 경영하면 영문도 모른 체 매출이 떨어질 수 있는데 데이터로는 구분이 된다. 매출 데이터를 면밀하게 파악하기에 좋다”라고 말했다.

‘주제의 적절성’이 가장 어려웠다··· 남은 과제는 향후 구현 여부

AIgency팀은 퇴근 시간과 주말을 할애해 서비스를 기획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힘들 법도 하지만 기획부터 개발 과정 전반은 오히려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고,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보다도 처음 주제를 잡고 나아가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김도담 계장은 “공모전 자체가 금융 관련 자유주제다 보니 우리 아이디어가 정말로 필요하고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까 차별화도 많이 했고, 기획안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네 명의 생각을 한데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시그널은 정식 서비스는 아니며, 우리은행에서 사업성 검토 등을 고려하는 단계다 / 출처=IT동아
시그널은 정식 서비스는 아니며, 우리은행에서 사업성 검토 등을 고려하는 단계다 / 출처=IT동아

전윤회 계장도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중복으로 만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장에서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 자체는 동의를 하지만 우리 설루션이 정확한 해결책이 맞는지도 계속 의문을 가지고 진행해 왔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와 달리 자유도가 있는 작업이라 재밌긴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노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 상으로 인정받았고, 이제 남은 과제는 정식 서비스 검토 과정이다. 시중은행에서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개인정보 및 신용정보 활용, 법률 검토는 기본이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성과 트래픽 확장성, 그리고 해당 서비스의 수익성과 대고객용 서비스 적정성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획안이 훌륭하다고는 해도 수익성이 부족하면 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김도담 계장은 “내부적으로 검토 단계다. 정책 기관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할 거라는 생각으로 만든 거라 은행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성, 은행 연계성 등은 많이 고려되지 않았다. 아이디어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높게 평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계속 도전할 것”

금융 데이터는 AI 활용에 유리한 정형 데이터가 많고, 이에 따라 AI 도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자연스레 시장의 초점도 금융 데이터 분석이나 투자 알고리즘, AI 에이전트 등 실질적인 상업성 확보에 맞춰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AIgency 팀은 AI의 힘으로 가능한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고, 그 노력을 인정받았기에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네 명의 개발자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 보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 출처=IT동아
네 명의 개발자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 보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 출처=IT동아

팀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정광진 대리는 “2026년에도 스터디는 계속된다. AI와 금융 트렌드를 꾸준히 짚어가며 하반기에도 우리가 사회공헌할 수 있는 대회가 있으면 도전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우리가 이뤄낸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고, 운영해 보고, 배우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은행 직원으로서 모든 이들의 마음 속 첫 번째 금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윤회 계장도 “수상하겠다는 마음보다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경험을 쌓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가치를 느꼈다. 앞으로도 문제의식을 넘어가지 않고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발간된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 수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각각 16% 및 15%로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경상수지는 역대 최고치 달성을 눈앞에 둔 상황이나, 5년 이내 폐업률은 60%에 육박할 정도로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저부가가치 사업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AIgency 팀은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에서 1090만 명의 소상공인 종사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덕분에 수상의 영예를 이뤄냈다. 꼭 ‘시그널’ 같은 서비스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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