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확장되는 전쟁터, 스타링크 위성통신 역할은
[IT동아 김예지 기자] 전쟁이나 내전 등 비상 상황에서 가장 먼저 마비되는 건 통신망이다. 폭격으로 지상 시설이 파괴되기도 하지만, 정부가 적의 작전을 방해하고 외부 소통을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터넷을 끊기도 한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는 통신망을 파괴했고, 최근 이란 정부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전국 인터넷 서비스를 전면 차단했다.

전장 통신의 핵심이 된 위성 인터넷
물리적 공격보다 정보 고립이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지면서, 지상의 통제를 벗어난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고도 550km의 저궤도(LEO)에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군집으로 배치한다. 위성 하나가 커버하는 면적은 좁지만, 대규모로 지구를 빈틈없이 덮는 방식이다.
신호 왕복시간(지연시간)이 약 20~30ms에 불과해 약 3만 6000km 상공에 위치한 기존 정지궤도 위성(GEO)보다 훨씬 빠르다. 이는 지상 LTE 망과 견주는 수준으로, 민간 통신은 물론 현대전의 핵심인 실시간 드론 조종이나 암호화 화상 통신에 위성 통신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기준 스타링크는 세계 42개국에서 600만 명 이상 고객을 확보했고, 미국에서 평균 20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서도 월 8만 7000원(안테나 55만 원)의 요금으로 공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여러 분쟁 지역에서 비상 통신망 역할을 수행해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으로 수천 대의 단말이 배포됐다. 이는 군부대와 병원, 발전소 등 주요 시설에서 사용됐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를 활용해 정찰 드론 영상을 실시간 전송함으로써 작전 효율을 높였다. 미얀마와 수단 내전 지역 등에서도 스타링크는 소통 창구가 됐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란 내 대규모 시위 당시에도 일부 시민들이 스타링크를 소통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밍과 스푸핑에 맞서는 방어 전략
스타링크가 전장에서 활약함에 따라 이를 막으려는 시도도 지속됐다. 전자전(EW) 장비를 활용해 고출력 노이즈를 방출해 전파를 방해하는 ‘재밍(Jamming)’이나, GPS 신호를 교란하는 ‘스푸핑(Spoofing)’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존 GPS 위성보다 스타링크를 교란하기가 더 어렵다”고 분석한다.
기본적으로 스타링크의 위상배열 안테나는 내부 프로세서로 주변 잡음을 스스로 샘플링하고, 재머 신호를 감지하면 해당 각도에서 오는 신호를 상쇄한다. 또한 주파수 대역을 실시간으로 바꿔 우회하며 재머의 공격을 피하기도 한다. 더불어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에 GPS 전파 교란 방지 모드를 추가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도 진행했다. 이처럼 스타링크는 하드웨어 개선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방어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특히 최신 위성에 탑재된 ‘위성 간 광학 링크(OISL)’ 기술이 결정적이다. 초기에는 위성이 데이터를 지상의 게이트웨이로 직접 전송해야 했다면, 최근 V2 및 V3 위성은 레이저 통신 단말기를 탑재해 우주 공간에서 데이터를 직접 주고 받는다.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은 전파 재밍에 영향을 받지 않아 지상 기지국이 없거나 전파 방해가 있어도 우주망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스타링크 V3 위성 2026년 발사 예정

현재 지구 궤도에는 약 9000개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이 돌고 있다. 스페이스X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6년 상반기부터 3세대 위성인 ‘V3’를 발사할 예정이다. V3은 이전보다 통신 용량이 10배 이상 크고, 더 정밀한 안테나를 갖춰 전파 방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향후 스타링크는 별도의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직접 통신(Direct-to-Cell)’ 기술을 통해 위성 안테나를 완전히 우회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는 인프라가 전무한 지역에서도 통신을 가능케 하며,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에 탑재된 안테나는 전파 방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스타링크는 전쟁터에서 통신망이 현대전의 생명선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전쟁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의 산불, 유럽의 대규모 정전 사태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스타링크는 구호 요원과 피해 주민을 연결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특정 기업의 통신 독점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지만, 스타링크의 도약이 통신의 중심축을 지상에서 우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전쟁터와 구호 현장은 땅과 바다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