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딩 가이드] 브랜딩은 ‘멋’이 아니라 선택과 신뢰를 만드는 구조다
브랜딩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스타트업과 소규모 조직일수록 브랜딩이 절실합니다. 기업 이미지를 정립하고 고객 접점을 늘려 실질적인 성과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창업자는 제한된 자원을 이유로 브랜딩을 뒷전으로 미룹니다. 이에 IT동아는 장종화 타이디비(Tidy-B)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브랜딩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브랜딩 가이드를 통해 효과적인 브랜딩을 구축하길 기대합니다.
[IT동아] 처음 보는 가게 앞에서 발길이 멈춘 적 있는가. 메뉴는 괜찮아 보이는데 '여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순간 말이다. 그 1~2초의 망설임을 줄이는 일이 브랜딩의 시작이다. 이번 기고에서는 브랜드의 정의와 신뢰의 중요성, 지금 당장 점검해 볼 수 있는 진단법을 알아본다.
고객이 망설이는 곳이 브랜딩의 시작점이다

동네에 비슷한 가격대의 샐러드 가게가 두 곳 있다고 가정해 보자. A 가게는 메뉴가 많다. 사진도 예쁘다. 하지만 대표 메뉴가 무엇인지, 주문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 등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후기도 흩어져 있고, 매장 안내 문구도 들쑥날쑥하다.
B 가게는 메뉴가 적다. 대신 ‘바쁜 점심시간, 5분 안에 받는 건강 샐러드’라는 문구를 잘 보이게 걸어놨다. 재료 원산지와 알레르기 등의 정보도 한 장으로 정리해 두고, 리뷰도 잘 보인다. 포장도 ‘항상 같은 방식’으로 나온다.
두 가게의 맛이 비슷해도, 소비자가 처음 선택하는 곳은 대개 B 가게다. '멋'이 아니라 '안심'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브랜딩이란 고객이 선택을 미루지 않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브랜드는 고객이 느끼는 신뢰의 총합

브랜드를 간단히 정의하면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우리를 구분하게 만드는 표식’이다. 미국마케팅협회(AMA)는 브랜드를 '이름, 용어, 디자인, 상징 등으로 다른 판매자와 구별되게 하는 특징'으로 정의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속에 이미지와 연상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무형자산'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마음속'이다. 브랜드는 결국 고객의 머릿속에 ‘이 가게/이 회사는 이런 곳’이라는 구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브랜드는 기대, 기억, 이야기, 관계의 총합이다. 이것들이 모여 소비자가 한 제품을 다른 제품 대신 선택하게 만든다"라고 표현했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이름, 로고, 말투, 응대, 후기, 제품 경험이 모두 합쳐져 ‘판단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고객이 느끼는 신뢰의 총합이 곧 브랜드다.
고객은 정보·신뢰·비교가 없을 때 망설인다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을 선택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정보가 부족할 때다. 무엇을 파는지는 보이는데 정작 ‘나에게 맞는지’가 보이지 않으면 고객은 망설인다. 가격표만 있고 기준이 없으면 더 어렵다.
둘째, 신뢰가 없을 때다. ‘돈만 쓰고 후회하면 어쩌지?’ ‘시간만 버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망설이게 된다. 특히 첫 구매는 실패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진다.
셋째, 비교가 어려울 때 고객은 망설인다. 서비스나 제품이 비슷해 보이면 고객은 가격, 거리, 유명세 등 가장 쉬운 항목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차별화된 기준이 없으면 대부분의 고객은 ‘제일 저렴한 것’을 선택한다.
구글의 소비자 인사이트 팀은 이를 '복잡한 중간지대(messy middle)'라고 부른다. 지난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탐색과 평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검색하고, 비교하고, 다시 검색하고, 또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리뷰 같은 '사회적 증거', 전문가나 기관 같은 '권위', 지금 당장 가능한 '즉시성' 등 6가지 인지 편향이 결정을 좌우한다. 결국 고객의 머릿속 질문은 늘 하나로 모인다. "이 선택, 안전한가?"
브랜딩을 '신뢰의 구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에델만이 지난 202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자신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신뢰한다’라고 응답했다. 신뢰가 형성된 브랜드는 선택의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다.
신뢰는 광고보다 추천을 통해 더 빠르게 형성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56개국 4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글로벌 광고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내가 아는 사람의 추천'을 신뢰한다. 처음 구매하는 제품에서 후기와 추천이 눈에 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쁜 디자인 vs 약속 설계
이전에 브랜딩을 도왔던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자. 이 스타트업은 사료, 간식, 영양제 등 반려동물 제품을 평가 및 소개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시중의 수많은 제품 중 반려인이 '진짜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창업자 의도는 좋았다. 문제는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귀엽고 완성도 높은 로고와 예쁜 강아지, 고양이 일러스트가 가득한 앱, SNS에 올리기 좋은 감성 카드뉴스. 디자인은 좋았다. 하지만 고객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왜 좋은지, 어떤 기준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니, 커뮤니티나 후기에는 광고나 협찬을 의심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브랜딩 방향을 바꿨다. '보호자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약속'을 먼저 정리했다. 첫째, 한 문장의 약속을 만들었다. 의미가 모호한 기존 슬로건 ‘반려동물을 위한 똑똑한 선택’을 ‘수의사와 영양학 전문가가 7가지 기준으로 평가합니다’로 바꿨다.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한 문장에 담았다.
둘째, 평가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원재료 안전성, 영양 균형, 제조 환경, 성분 표기 정확성 등 7가지 평가 기준을 첫 화면에 고정했다. 각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항목별 점수와 평가 코멘트를 명시했다. 평가 근거를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셋째, 고객 상황에 맞는 필터를 만들었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 제외, 노령견용, 체중 관리, 신장 건강 등 조건별 필터를 추가해 고객이 반려동물에 맞는 제품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막연한 추천 대신, 선택의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6개월 뒤 서비스의 재방문율과 체류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평가 기준이 명확해서 믿음이 가요’ ‘우리 애 조건에 맞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아요’ 등의 후기도 많아졌다. 업체의 입점 요청도 크게 늘었다. 이는 고객 머릿속에 '이 서비스는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쁜 디자인은 시선을 끌지만, 명확한 약속이 재방문을 만든다.
신뢰는 3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리처드 에델만 에델만 CEO는 신뢰를 구축하려면 3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에델만 CEO가 제시한 3개의 문은 ▲제품(품질이 괜찮은가?) ▲고객 경험(응대가 괜찮은가?) ▲사회적 영향(약속을 지키는가?)이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브랜딩은 고객이 빠르게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게 하는 신뢰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핵심 포인트
- 브랜드는 이름과 로고가 전부가 아니다. 고객의 마음속에 남는 '연상'이다.
- 고객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불안하거나, 비교가 어려울 때 결정을 미룬다. 신뢰는 구매를 좌우한다.
- 브랜딩은 '예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빨리 고르고 믿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오늘의 브랜딩 미션, "선택·신뢰 진단표" 작성하기

목표: 고객의 망설임(정보 부족·불안·비교 어려움)을 찾고, 이번 주 개선할 1개를 정합니다.
소요 시간: 30분
실행 스텝 (5단계)
-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작성(누구에게 / 무엇을 / 왜)
- 고객이 망설이는 이유 3가지(정보 부족, 불안, 비교 어려움) 중 1개 선택
- 지금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안심 증거' 2개 작성(후기, 사례, 과정, 보증, FAQ 등)
- 첫 방문 고객에게 '가장 먼저 보이게 할 한 문장' 작성(OO 상황에서 OO 을(를) OO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 '개선안'을 어디에 적용할지 위치까지 정하기(예: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 고객 후기 노출 등)

글 / 장종화 타이디비 대표
15년 경력의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전문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디다스 등 100여 개 기업에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했다. 지난 2021년 타이디비(Tidy-B)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AI 브랜딩 자동화 솔루션 '요비(Yo-B)'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