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굴기’냐 ‘실용주의’냐…휴머노이드, 3국 3색 전략
[IT동아 김영우 기자]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 그중에서도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의 전성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가 지난 2025년 9월 발표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향후 5년 내에 인간 노동력과 ‘비용 등가(Cost Parity)’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의 제조 단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해지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역시 지난 5월, 2050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이 10억 대에 달하며 거대한 노동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은 이러한 전망이 단순한 숫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거대한 쇼케이스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휴머노이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미래’가 저마다 달랐다는 것이다.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지향점은 국가별, 기업별 상황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기술 굴기’ 과시한 중국, 화려한 퍼포먼스에 집중
가장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제품 중 하나는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의 ‘유니트리 H2’다. 유니트리 부스는 흡사 서커스장을 방불케 했다. H2는 관람객들 앞에서 쿵푸 동작을 시연하거나 복싱 스텝을 밟았고, 실제 사람처럼 달리기를 하는 등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디자인 역시 이번에 공개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사람과 흡사했다. 관절의 꺾임이나 신체의 비율이 실제 인간과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기술 굴기(우뚝 섬)’를 천명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의 실용성보다는 “우리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잉(Showing)’에 집중한 모습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중국 로봇 산업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가전 명가’의 DNA 담은 한국, 현실적인 ‘가성비’와 연결성
반면, 한국의 LG전자 ‘클로이드(Cloid)’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클로이드는 누가 봐도 ‘로봇’임을 알 수 있는 기계적인 외형을 하고 있으며, 이족보행을 위한 다리 대신 바퀴를 달고 등장했다.

시연 내용 역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쿵푸 대신 빨래를 개거나 주방 일을 돕고, 청소기를 돌리는 등 철저하게 가사 노동 보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연결성’이다. 클로이드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집안의 다양한 가전제품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스마트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홈 허브’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에는 ‘가전 명가’다운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수많은 관절 모터와 복잡한 균형 제어 장치가 필수적인 이족보행 방식은 제품의 생산 단가를 크게 높이는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걷는 형태를 포기하는 대신, 가격을 낮추기 쉽고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바퀴형 디자인을 택했다. 이는 로봇을 연구실의 전시품이 아닌, 실제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 구매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산업 현장 겨냥한 미국, 유연함 속의 강인함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는 중국과 한국의 중간 지점에 서 있었다. 두 다리로 걷는다는 점에서는 인간을 닮았지만,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투박한 로봇의 느낌을 유지했다.

아틀라스는 앉기, 걷기, 방향 전환 등 동작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유니트리 H2와 같은 과격한 퍼포먼스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했다. 대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복잡한 지형을 통과하는 등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능성에 집중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아틀라스를 실제 자동차 생산 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 산업 현장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일꾼’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인건비 부담 높은 선진국, ‘실용성’이 관건
이번 CES 2026에서 드러난 3국의 휴머노이드 경쟁은 각국의 경제·사회적 배경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기술 과시를 위해 화려한 퍼포먼스에 치중했다면, 미국과 한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성’에 방점을 찍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구 감소와 고임금 구조로 인해 단순 노동이나 가사 노동을 대신할 존재가 절실하다. LG전자가 가사 도우미 로봇을, 현대차그룹이 산업용 로봇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결국 휴머노이드의 미래는 ‘누가 더 사람 같은가’를 넘어 ‘누가 더 사람에게 필요한가’를 증명하는 싸움이 될 것이다. 쿵푸하는 로봇에 환호하는 단계를 지나, 내 빨래를 개어주고 내 차를 조립해 주는 로봇이 일상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