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퀵서치] 왜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 분산 규제를 반대하나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에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소유 분산 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디지털자산 업계와 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거래소 투명성을 높이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왜 반대할까요? 이번 시간에는 디지털자산 업계 및 학계가 거래소에 대한 소유 분산 규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금융당국 “거래소 투명성 향상 위해 소유 분산 규제 도입 검토”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마련하면서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소유 분산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유 분산은 기업 지분을 여러 주주에게 분산해 지배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소유 분산 기준은 대체거래소(ATS) 수준인 15~20%입니다. ATS는 한국거래소(KRX)처럼 시장 역할을 수행하는 증권 거래 시스템입니다. 지난 2025년 3월 국내 최초 ATS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KRX, ATS와 같은 공공 인프라로 보고, ATS 수준의 규제를 적용한다는 입장입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약 1100만 명이 이용하는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지만, 소수 창업자나 주주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지배구조 투명성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KRX, ATS에 준하는 지배구조 규제를 적용해 투명성을 높이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15~20%의 소유 분산 기준이 적용되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모든 주주는 해당 기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재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은 모두 20% 이상입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경우 송치형 의장이 지분율 25.52%로 최대주주이며,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인원은 창업자 차명훈 대표가 53.44%, 코빗은 엔엑스씨(NXC)가 60.5%, 고팍스는 바이낸스가 67.45%를 각각 보유 중입니다. 즉 모든 거래소의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해야 합니다.
업계 “문제의식은 공감, 소유 분산 규제 도입은 반대”
디지털자산 업계와 학계는 소유 분산 규제 도입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지난 1월 13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소유 분산 규제 도입에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DAXA의 주장입니다. DAXA는 “민간기업의 소유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책임 경영 약화, 글로벌 경쟁력 상실, 기업가 정신 및 투자 위축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이용자 자산에 대한 최종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지분을 분산시킬 경우 이용자 자산의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최종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져 이용자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이미 성장 단계에 진입한 민간기업의 소유 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창업 생태계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기업가 정신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DAXA의 주장입니다.
학계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김윤경 인천대학교 교수는 지난 1월 16일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국회 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운영, 매매, 중개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플랫폼”이라며 “ATS와는 기능,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윤경 교수는 “소유 분산 규제는 주요 의사결정 지연, 경영권 분쟁 가능성 증가, 책임 경영 약화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및 국가 혁신 생태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상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 거래소들도 창업자의 높은 지분율을 기반으로 경영 혁신과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거래소의 창업자·주주 중심 운영의 불투명성,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경영진 책임 및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유 분산 규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유 분산 규제 대신 시장 친화적 규제 필요
디지털자산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특성 때문에 글로벌 정합성에서 벗어난 규제는 이용자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강력한 소유 분산 규제를 도입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죠. 또한 두나무와 네이버 파이낸스의 합병, 코빗과 미래에셋의 인수 협상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유 분산 규제가 도입되면 전통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결합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거래소의 운영 투명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정합성과 산업 발전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한다면, 소유 지분 기준 도입이 아닌 시장 친화적 규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적합한 규제 수단일 것입니다.
업계와 학계 역시 소유 분산 규제가 아니어도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통제할 방법은 존재한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업공개(IPO) 유도, 행위 규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 지분 구조 불투명성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공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라며 “소유 분산 규제는 강한 규제이기 때문에 문제에 맞춰 적합한 규제 수단을 신중하게 찾아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