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제한 논란, 업계 “혁신 저해 우려”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부와 혁신을 강조하는 업계 사이에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 출처=셔터스톡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 출처=셔터스톡

금융당국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제한”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50%+1주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제한한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안이 확정되면 은행은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의사결정 주도권을 갖게 되고,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이나 IT 기업 등 기술 기업은 기술과 운영 지원 역할에 머물게 된다.

또한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단일 은행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15%까지만 가능하다. 즉 은행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4개 이상의 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로 제한하는 이유는 시장 초기 안정성 확보와 실효성 있는 감독 체계 구축을 위함이다. 은행은 이미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으며, 은행의 자본력과 신뢰도, 규제 준수 경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시행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는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시장 자율 축소, 혁신 저해 우려”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에 대해 업계와 학계,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한다. 시장 자율성을 축소시키고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다.

이나정 라이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지난 1월 16일 국회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개최한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국회 토론회에서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의 문제점으로 ▲시장 자율성 축소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기존 은행권의 보수적인 기조로 인한 산업 혁신 저해 ▲스테이블 발행에 많은 은행이 참여하면 수탁 인프라에 참여할 은행이 줄어 생태계 불안정성 초래 ▲몇몇 은행이 주도하는 소수 컨소시엄에 의한 독과점 초래 ▲발행 주체 제한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을 제시했다.

이나정 라이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출처=IT동아
이나정 라이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출처=IT동아

이나정 변호사는 “디페깅(1:1 가치 붕괴 현상), 이용자 보호,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소유 및 지배 제한) 등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문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가 아니어도 해결할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를 추진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분 구조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닌 시장 자율 선택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참여를 의무화하는 대신 과반 지분이 아닌 현행 규제에 따른 은행 지분 소유 제한 15%를 준수하면 자연스럽게 복수의 컨소시엄이 생기면서 시장 경쟁 질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경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행 주체의 경우 지분 구조 제한보다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는 무의미하다”라고 강조했다. 준비자산 1:1 요건, 발행잔액 공개, 감사, 자금세탁방지, 해킹 방지 등을 잘 이행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는 은행에 특별 권한을 제공하는 불합리한 규제가 될 수 있다”라며 “향후 핀테크 기업 등 다른 기업 주체 컨소시엄 참여를 점진적으로 허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단계적 허용이 아니라 구조적 배제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을 저해하지 말고 시장 참여자의 자유와 창의가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 안도걸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특정 업권으로 제한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은행은 안정성과 신뢰를 맡고 기술기업은 혁신과 확산을 담당하는 개방적 컨소시엄, 경쟁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 방안을 제외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자체안을 마련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국회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여는 혁신의 전환점 국회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정부는 2026년 1분기 안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다. 업계와 학계, 정치권에서 충분한 의견과 대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안정성과 혁신을 모두 고려한 적절한 타협안이 신속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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