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규제 국회 본회의 통과, 시장 개설은 지연
[IT동아 한만혁 기자] 토큰증권(Security Token)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자산을 쪼개서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 개설이 지연되고 있다.

토큰증권 규제 통과, 제도권 편입 본격화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토큰증권은 발행, 유통 등에 대한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분산원장에 기재 및 관리하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말한다. 이번 법률 개정은 토큰증권에 활용하는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이 부여되는 증권 계좌부로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23년 7월 제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제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돼 지난해 11월 27일 정무위원회, 12월 3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쳤고, 2026년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번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이 허용된다.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 개념을 정의하고, 분산원장을 증권 계좌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전자증권법이 정의한 분산원장의 개념은 ‘정보가 다수 참여자에 의해 시간 순서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재되고, 공동 관리 및 기술적 조치를 통해 무단 삭제 및 사후적 변경으로부터 보호되는 장부 및 그 관리체계’다.
토큰증권 발행인은 법률상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 전자등록기관에 사전 통지하고 전자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므로, 증권 관련 규제를 그대로 적용한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아니한 사업자가 토큰증권의 중개 영업을 할 수 없으며, 토큰증권 공모 시 증권신고서 제출 및 공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 방식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이 허용된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비정형 증권’이다. 기존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의 비정형적 특성 등을 고려해 증권사를 통한 유통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투자계약증권도 다른 증권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를 통한 중개가 가능해졌다.
토큰증권 법률 개정안은 분산원장 기반 증권 계좌관리 인프라 신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제도 정비 등을 거쳐 공포 1년 후인 2027년 1월에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즉시 본격적인 토큰증권 생태계가 열릴 수 있도록 유관기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토큰증권 협의체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시장참여자, 학계 및 연구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협의체에 기술·인프라, 발행제도, 유통제도 등 3개 분과를 개설해 세부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토큰증권 협의체의 첫 회의는 오는 2월에 열린다.
투자 선택지 확대, 접근성 향상 기대
토큰증권 제도화는 투자자에게 투자 선택지 확대, 투자 접근성 향상, 자산 유동성 증가 등의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투자 상품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에는 발행이 어려웠던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콘텐츠 IP 등 다양한 권리의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
투자 접근성도 향상된다. 토큰증권을 이용하면 수십억 원대 부동산이나 고가의 미술품을 소액 단위로 쪼개 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 투자자는 그동안 자금력이 부족해 투자하지 못했던 고가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증권사를 통한 중개가 가능해지면서 투자 정보 확보, 안정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자산 유동성도 증가한다. 기존에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자산은 거래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토큰증권으로 발행되면 장외거래소를 통해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산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는 원하는 시점에 빠르게 매매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 편의성도 높아진다.
이와 함께 보안 및 투명성도 강화된다.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성이 확보되고,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행 총량을 관리해 투자자 보호도 강화된다. 발행 비용과 시간도 절감할 수 있다. 기존에는 증권 발행 시 증권사, 변호사, 회계사 등 여러 중개인이 필요했지만,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승인 논란으로 시장 개설 지연
토큰증권 규제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토큰증권을 유통할 시장 개설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14일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장외거래소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해당 안건 상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금융투자업 예비인가에 신청한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 루센트블록 컨소시엄 3곳 중 최대 2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한국거래소-코스콤,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고, 이에 루센트블록이 지난 1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인가 승인 절차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2018년 창업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으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5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4년간 플랫폼을 운영한 자사보다 사업을 영위한 경험이 없는 기업이 ‘사업계획, 기술력 및 안정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심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넥스트레이드가 자사 내부 자료를 제공받은 후 동일 사업 영역에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며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루센트블록이 제공한 자료는 사업 소개 수준의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여러 핀테크 기업의 자료를 검토한 후 협업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에 합류한 뮤직카우는 루센트블록 외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사업자도 토큰증권 유통 경험이 있는 혁신기업이라며 다른 혁신기업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선정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1월 14일로 예정됐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공정성 의혹과 심사 요건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토큰증권 법제화가 완료되면서 국내에도 조각투자 시장이 열렸다. 부동산, 미술품, IP 등 다양한 실물자산 기반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투자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고가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시장 개설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