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SSD 시장 가까이 가겠다는 키오시아 “크루셜 빈자리 채우러 왔습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고속저장장치(SSD)는 느린 하드디스크(HDD) 대비 빠른 데이터 입출력 성능을 앞세워 PC 시장 주류 저장장치로 자리잡았다. 실제 하드디스크는 1초에 수백 메가바이트(MB) 단위로 저장하지만, SSD는 기가바이트(GB) 단위로 저장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AI PC 보급 확대로 SSD 시장이 격변기를 맞았다. SSD 관련 기업 다수가 소비자 브랜드 운영을 포기하거나 제품 비중을 줄이는 등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키오시아는 소비자 시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발표해 주목받는다.
키오시아코리아는 2026년 1월 20일,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서울(서울 용산구 소재)에서 소비자용 SSD 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신 소비자용 SSD와 8세대 빅스(BiCS) 낸드플래시 기술 등을 공개했다.
호소다 나오요시 키오시아코리아 대표는 “키오시아는 1987년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처음 개발한 이후, 39년간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SSD 연구개발 및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키오시아는 앞으로도 타사를 압도하는 기술을 유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흔들림 없는 독창성과 기술을 토대로 소비자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키오시아 브랜드를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최고의 제품과 뜨거운 열정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토 슌스케 키오시아 상무는 “키오시아는 한국 소비자 시장용 SSD 사업 확대가 목표다. 기술 혁신이 빠른 한국 시장에서 키오시아 SSD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키오시아는 사용자 요구에 맞춘 다양한 SSD 제품군을 준비했다. 2026년 메모리 공급 상황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제조사들은 소비자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키오시아는 소비자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도시바에서 키오시아로, 39년 낸드플래시 외길 걸은 브랜드
키오시아의 역사는 1987년,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바가 제안한 낸드플래시 기술은 데이터 저장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으로 꼽힌다. 하드디스크가 기계적 구동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쓴다면, 낸드플래시는 전기 신호만으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속도와 내구성에서 우위를 점했다. 2007년에는 데이터 저장 구역을 수직으로 쌓는 3D 낸드플래시를 발표했다.
사명을 키오시아(Kioxia) 바꾼 시기는 2019년이다. 도시바 메모리로 분사한지 2년 후다. 키오시아는 기억의 일본어 발음인 키오쿠(KIOKU)와 가치라는 뜻을 품은 그리스어 AXIA를 결합한 것으로 기억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철학을 담았다.
키오시아는 낸드플래시 설계부터 생산, 컨트롤러, SSD 제조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처리한다. 키옥시아 3D 낸드플래시 기술 빅스(BiCS)와 컨트롤러를 결합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조한다.

키오시아가 공개한 소비자용 SSD 제품은 내장형 5종(M.2 NVMe 4종, SATA 1종)과 휴대형 2종 등 총 7종이다. 이 중 최신 전송규격인 PCI-Express 5.0 제품만 3종에 달한다. 장지수 키오시아코리아 책임은 "PCI-Express 5.0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2025년 5%였던 제품 비중이 2026년 20%, 2027년 50%, 2028년 80%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경쟁사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PCI-Express 5.0 SSD를 공급해 한국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오시아의 PCI-Express 5.0 지원 SSD는 엑세리아 프로(Exceria Pro) G2, 엑세리아 플러스(Exceria Plus) G4, 엑세리아(Exceria) G3 등이다. 엑세리아 프로 G2는 최상위 SSD로 PCI-Express 5.0, TLC 낸드, DRAM 메모리 등 고급 사양을 제공한다. 1TB 기준 최대 순차 읽기 속도는 1만 4900MB/s, 최대 용량은 4TB다. 고사양 게임과 4K 해상도(3840 x 2160) 영상 편집, 3D 렌더링처럼 무거운 작업을 겨냥했다. 극한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엑세리아 플러스 G4는 주류 모델이다. PCI-Express 5.0 규격의 빠른 전송속도를 경험하고 싶지만, 발열과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TLC 낸드플래시에 DRAM이 없는 구조(디램리스)를 채택해 원가를 낮췄다. 순차 읽기 속도는 1만MB/s로 프로 G2에 비해 낮지만, 이전 전송규격 세대 제품들을 앞서는 성능을 제공한다. 최대 용량은 2TB다.

엑세리아 G3는 PCI-Express 5.0, QLC 낸드플래시, 디램리스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순차 읽기 속도는 플러스 G4와 동일한 1만MB/s다. 8세대 BiCS QLC 낸드를 탑재해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게 키오시아 측 설명이다. 키오시아는 우선 시장에 1TB와 2TB를 출시한 후, 2026년 2분기 내에 4TB 제품을 추가할 예정이다.
엑세리아 베이직은 SSD의 빠른 데이터 입출력 성능을 경험하는 입문자를 겨냥했다. PCI-Express 4.0 전송대역과 QLC 낸드플래시, 디램리스 구성을 갖춰 합리적 가격을 추구했다. 순차 읽기 속도는 7300MB/s다. 1TB 기준 소비전력이 3.8W에 불과해 발열 걱정 없이 사용 가능하다.
키오시아는 발표회에서 디램리스와 QLC 낸드플래시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집중했다. PC마크10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하며 엑세리아 G3가 일반 디램 탑재 제품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SSD의 성능이 보조 메모리에 좌우하는 게 아닌,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 설계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적층 기술 최대한 활용한 BiCS 낸드플래시
키오시아가 강조한 차별화는 BiCS(Bit Cost Scalable) 낸드플래시다. BiCS는 낸드플래시 속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비트당 비용을 낮추는 3D 낸드플래시 설계 기술이다. 키오시아는 5세대, 6세대, 8세대를 양산 중이다. 7세대가 없는 이유는 레이어 증가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반항 때문이라는 게 키오시아 측 설명이다.
5세대 BiCS 낸드플래시는 112층 구조로 메모리 셀 옆에 CMOS 주변 회로를 가로로 배치한 CNA(CMOS Next to Array)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낸드 인터페이스 속도는 1.2기가비트(Gbps), TLC 기준 512GB와 1TB, QLC 기준 1TB를 지원한다.
6세대는 셀 높이를 162층으로 늘렸다. 메모리 셀 아래에 CMOS 회로를 배치한 CUA(CMOS Under Array) 구조를 도입했다. 새 설계를 통해 공간 효율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전송 속도는 2.4Gbps로 2배 빨라졌다. 소비자용 SSD와 엔터프라이즈 서버 환경에 맞춘 설계다.
8세대는 218층에 CBA(CMOS Directly Bonded to Array) 설계 방식을 적용했다. 메모리 셀 웨이퍼와 CMOS 회로 웨이퍼를 별도 제조한 뒤, 두 웨이퍼를 직접 접합하는 방식이다.

CBA 기술 도입으로 온도 제약을 해소했다. CUA 방식에선 CMOS 회로를 먼저 만든 뒤 그 위에 메모리 셀을 형성했다. 메모리 셀 형성에 필요한 고온 처리가 CMOS 회로에 악영향을 줬다. 이는 전송 속도 저하로 이어졌다. CBA는 각 웨이퍼를 별도로 제조해 최적 온도를 적용했다. 고온 어닐링(가열 후 냉각시켜 전기적, 기계적 특성을 개선하는 열처리 기술) 기술로 메모리 셀 신뢰성을 높이면서 CMOS 회로 성능을 보존했다.
웨이퍼 접합(본딩) 공정은 정밀도가 생명이다. 구리 대 구리 접합 방식으로 두 웨이퍼를 연결하는데, 간격이 마이크론 단위로 정밀하다.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매끄러운 접합면을 구현했다는 게 키오시아측 설명이다. 이 과정을 구현하고자 각 웨이퍼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8세대 BiCS 낸드플래시는 비트 저장 밀도를 50% 높였다. 키오시아는 경쟁사 230층 제품과 비교해 레이어는 5% 적지만, 모듈당 저장 밀도는 15%~20% 높다는 입장이다. 인터페이스 속도는 3.6Gbps로 이전 세대 대비 60% 향상됐다. 쓰기 성능은 20% 개선됐고, 읽기 지연시간은 10% 이상 줄었다.
전력 효율 개선도 특징으로 꼽힌다. 와트당 읽기·쓰기 성능이 30% 향상됐다. PCI-Express 5.0 SSD는 전력 소모에 따른 성능 제한이 변수가 된다. 30% 전력 효율 개선은 곧 30%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메인보드 기본 히트싱크만으로도 충분히 운용 가능하고, 미니 PC에서도 Gen5 SSD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토모노리 츠하타 키오시아 스페셜리스트는 "8세대 BiCS 낸드플래시는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구현했다. 리테일 SSD 외에도 데이터센터, 우주 산업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말했다.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성공에 영향줄 듯
키오시아는 어려운 시장 상황임에도 한국 소비자 시장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과제는 공급 안정성이다. 가격 경쟁력도 필요하다. 키오시아는 메모리 수급 상황이 여유롭지 않지만, 자체 생산 능력을 앞세워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소다 나오요시 사장은 "2026년 메모리 공급 상황이 어렵지만, 키오시아는 소비자 사업을 더 강화하겠다. 일부 제조사들이 소비자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과 반대로 우리는 소비자 곁으로 깊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 시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터프라이즈급 제품에 생산량이 집중되고, 소비자용 제품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키오시아가 설비 투자를 앞당겨 진행 중이지만, 신규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가격 경쟁력도 변수다. 키오시아는 “D램리스 제품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수요를 봤을 때 다른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다"며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D램리스 제품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DRAM 탑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브랜드 인지도 개선도 필요하다. 키오시아라는 이름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4년 하반기부터다. 도시바 시절부터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삼성전자와 전통적인 저장장치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 인지도가 낮다. 호소다 나오요시 사장은 "앞으로는 더 자주 소비자를 찾아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저장장치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전통 브랜드와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