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셀바이오 “상처에 직접 쓰는 바이오 펜...바이오프린팅 통합 플랫폼으로 자동화 공정 선도” [스타트업in과기대]

김예지 yj@itdonga.com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입주공간과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in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보금자리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노인섭 매트릭셀바이오 대표 / 출처=IT동아
노인섭 매트릭셀바이오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예지 기자] 손상된 피부나 연골을 재생할 수 있다면? 3D 바이오프린팅은 약물 또는 세포와 하이드로젤(생체 친화적인 젤리 형태의 물질)을 섞어 만든 ‘바이오젤(바이오잉크)’을 활용해 3D 바이오프린터로 인체 조직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은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거나 신약 효과 시험 등 다양한 재생 의료 및 생명과학 연구에 활용된다.

지금까지 바이오프린팅 기술 연구 과정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많았다. 꿀처럼 점성이 있는 하이드로젤과 세포를 섞는 과정이나, 임상의가 주사기로 분주하는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작업은 숙련자마다 혼합 정도나 주입 속도가 달라 결과의 편차가 컸고, 이로 인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과 높은 비용이 발생했다.

매트릭셀바이오는 이러한 수작업 중심의 바이오 산업을 디지털 표준 공정으로 바꾸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다. 바이오프린팅의 소재부터 장비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노인섭 매트릭셀바이오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약 30년 간 바이오소재, 3D 바이오프린팅과 조직공학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노인섭 대표는 “기존의 수작업 중심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젤의 표준 공정을 구현하는 소재와 장비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프린팅, 조직공학, 재생의학, 신약테스트, 오가노이드 등 첨단 바이오 제품 개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소재부터 장비까지 ‘통합 원스톱 플랫폼’

매트릭셀바이오는 바이오젤 관련 전 공정을 아우르는 장비를 모두 설계했다 / 출처=매트릭셀바이오
매트릭셀바이오는 바이오젤 관련 전 공정을 아우르는 장비를 모두 설계했다 / 출처=매트릭셀바이오

매트릭셀바이오의 차별점은 ▲바이오젤(Biogel)과 이를 다루는 ▲바이오워크 펜(Biowork Pen) ▲바이오프린터(Bioprinter) ▲바이오젤 혼합기 ▲바이오젤 정량 분주기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등 바이오젤 관련 전 공정을 아우르는 장비를 모두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했다는 점이다. 노인섭 대표는 “자가결합 메커니즘을 가진 바이오잉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바이오젤은 회사의 모든 장비에 공통으로 사용 가능하다”며, “표준 공정으로 바이오데이터의 일관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프린터는 바이오잉크 혼합과 압출을 동시에 진행해 정밀한 조직 구조를 만든다. 여기에 적용되는 바이오젤 혼합기는 스크루(screw) 방식으로, 점성이 있는 하이드로젤과 세포와 약물을 기계적 공정으로 혼합한다. 노인섭 대표는 “기존에는 세포 손상 우려로 대부분 공기압출이나 주사기 압출 방식을 바이오프린터에 사용했었지만, 매트릭셀바이오는 디지털 마이크로 컨트롤 기능의 스크루 방식을 적용해 세포 손상 없이 균질한 혼합과 프린팅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젤 정량 분주기는 점성이 있는 바이오젤을 실험용 접시(웰플레이트)의 각 웰에 정량으로 자동 분주해 연구자 숙련도에 따른 실험결과 차이를 최소화 및 자동화한다. 바이오리액터는 신체 하중을 받는 연골 같은 조직 재생에 적합한 장비다. 사람이 걷는 등 물리적 자극을 모사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장착, 바이오프린터로 만든 인체 조직에 주기적인 자극을 가해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노인섭 대표는 “바이오리액터는 4개 샘플에 동시에 물리 자극을 주는데, 각 샘플의 딱딱함이나 부드러움에 따라 필요한 압력을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하여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매트릭셀바이오의 바이오워크 펜 / 출처=IT동아
매트릭셀바이오의 바이오워크 펜 / 출처=IT동아

특히 매트릭셀바이오의 핵심 장비는 손으로 잡고 환부에 직접 프린팅하는 무선 디지털 바이오프린터 ‘바이오워크 펜’이다. 기존 고정형 3D 프린터와 달리, 이 펜을 사용하면 응급센터나 야전병원 등 현장에서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과 하이드로젤을 즉석에서 선택·제조하고, 환부에 맞춤형으로 프린팅할 수 있다. 교체 사용할 수 있는 주사기 노즐로는 연골 같은 복잡한 부위에 직접 주사하고, 롤러 노즐로는 넓은 피부에 프린팅할 수 있다.

바이오프린팅과 헬스케어 분야 선도 목표

2021년 교원 창업으로 시작된 매트릭셀바이오는 국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3년 국가우수개발연구성과 100선에 선정됐고, 2024년에 발표한 콤부차 유래 바이오젤과 디지털 바이오펜 복합기술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생체재료학회, 고분자학회, 조직공학재생의학회, 특허청, 중소기업경진대회 등 다수의 학회와 대회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매트릭셀바이오는 바이오워크 펜과 바이오젤을 중심으로 연구용 장비 판매 단계를 넘어 의료용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있다. 연구용 제품의 글로벌 확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식약처 승인을 통한 의료기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첨복단지 전임상시험 완료를 바탕으로 바이오잉크의 의료기기 인허가도 신청하고, 임상 적용을 준비해 2028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노인섭 매트릭셀바이오 대표 / 출처=IT동아
노인섭 매트릭셀바이오 대표 / 출처=IT동아

매트릭셀바이오는 이미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원(KTR)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인도 국립대학인 보스 연구소(Bose Institute)에 연구용 제품을 수출했고, 현지에서 바이오워크 펜과 자체 개발 펩타이드 하이드로젤을 결합한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한 브라질 국립연구소(CNPEM) 및 일본 바이오 연구 장비 유통업체와도 펜 공급 및 수출 계약을 논의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일본 오프라인 전시에도 참여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노인섭 대표는 “다양한 전시 참여를 통해 병원·헬스테크 생태계와 접점을 만들었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니즈와 피드백을 직접 들었다. 향후 이를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 계획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매트릭셀바이오 성장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지원이 있었다. 법인 설립부터 서울과기대 연구 성과와 연계해 제2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기업부설연구소 공간과 대형장비 활용 지원은 물론, 산학협력단을 통한 기술사업화, 지식재산권 관리, 학생 인턴·연구원 연계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특히 노인섭 대표는 “학부/대학원 학생과 함께 연구하며 교육-연구-산업 현장을 연결한 경험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매트릭셀바이오는 바이오프린팅 조직공학과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노인섭 대표는 “매트릭셀바이오가 개발한 제품이 고객에게 실제 효용을 줄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며, “수작업 중심 바이오젤 산업에서 표준 공정 자동화 기반의 재생 의학 바이오팩토리로 전환하겠다. 연구실에서 수 년간 개발한 기술로 의사와 연구자가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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