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비어포트브로이는 어떻게 트레비어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했나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울산광역시를 거점으로 23년간 맥주를 빚어 온 비어포트브로이(Beerport breu).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수제 맥주 18종을 판매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맥주 유통을 위한 트레비어(Trevier) 브루어리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23년간 기업을 이어온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고민에 빠졌다.
브랜드 이미지 혁신은 쉽지 않다. 그래서 비어포트브로이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우수 중소기업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울산 중소기업 브랜드 디자인개발 지원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울산광역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는 지역 내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의 브랜드 구축 및 포장디자인 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울산 중소기업 브랜드 디자인개발 지원사업을 운영한다. 시장의 유행에 맞는 브랜드 구축과 디자인 개발을 돕고, 이를 토대로 제품 차별화와 기업 성장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전략 교육과 디자인개발,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비어포트브로이는 이 지원 사업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그래피디자인(GRAFY DESIGN)과 협업해 트레비어 브랜드 로고와 선물 패키지, 캔디자인을 혁신했다. 묵직하고 클래식한 독일 브루어리의 이미지를 벗고, 젊고 친근한 캐릭터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어포트브로이는 어떻게 브랜드 디자인 혁신을 이뤘을까? 오세영 비어포트브로이 대표, 김응석 그래피디자인 대표와 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비어포트브로이ㆍ그래피디자인의 협업 과정
비어포트브로이가 울산에서 쌓은 23년 맥주 양조의 역사는 자부심인 동시에 무게감이기도 했다. 오세영 대표는 전통과 혁신 사이를 고민한 끝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젊은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게 이유다. 오세영 대표는 “맥주는 항상 새롭고 신선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 자리에 멈춘 게 아닐까 생각했죠. 그래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어포트브로이는 리브랜딩을 함께할 파트너로 대기업 맥주 브랜드와 협업 경험을 가진 디자인 전문기업 그래피디자인을 만났다. 오세영 대표는 수제 맥주와 대기업 맥주의 시장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그래피디자인이 가진 감각과 경험이 비어포트브로이의 철학을 잘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오세영 대표는 “대기업 맥주 브랜드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인상 깊었어요. 대기업과 함께 일했다는 건 그만큼 고충도 많이 겪었을 거란 뜻이죠. 까다로운 업체의 요구에 충분히 단련됐을 것이라는 믿음, 맥주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믿고 그래피디자인을 파트너로 선정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비어포트브로이와 협업을 결정한 그래피디자인의 생각은 어땠을까? 김응석 그래피디자인 대표는 비어포트브로이와 만난 건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그래피디자인은 화장품 업계 위주였던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범위를 넓힐 필요를 느꼈다. 마침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디자인 지원 사업 공고를 접했다. 여러 지원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김응석 대표는 비어포트브로이에 주목했다. 평범한 수제맥주 브랜드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매력이 많아 도전 욕구가 생겼다.
김응석 대표는 “협업 논의 전에 비어포트브로이의 재무제표를 봤어요. 흔히 가치 투자를 하려면 재무제표를 보라고 하잖아요? 기업의 가치와 잠재력을 보니 같이 하면 분명 즐거울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꾸준한 매출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제맥주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울산 내 입지가 탄탄했거든요. 게다가 디자인 혁신에 적극적이니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라고 말했다.
함께 성장 가능한 파트너와 재미있는 결과물이 기대되는 프로젝트. 두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며 비어포트브로이와 그래피디자인의 협업은 시작됐다.
순탄치 않은 협업, 자신감과 설득이 변화를 이끌다
두 기업이 만나 디자인 혁신을 진행하는 과정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비어포트브로이는 트레비어 브랜드 로고와 선물용 맥주 패키지의 디자인 변경을 우선 사항으로 정했다. 반면, 그래피디자인은 맥주 캔 디자인까지 생각했다. 김응석 대표는 고객과 가장 접점이 많은 것이 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캔 디자인이 빠진 리브랜딩은 앙금 없는 찐빵과 같다고 판단, 캔 디자인 개발을 설득하기로 전략을 짰다.
김응석 대표는 “로고와 패키지만 하면 하나의 브랜드로 완성되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브랜드를 제대로 완성하려면 캔까지 디자인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맥주 브랜드는 보고 마시는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비어포트브로이에 특별한 제안을 했어요. 안 한다고 말해도 되는데 그래피디자인을 믿고 결정을 내려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영 대표는 두 가지 제안을 받았다. 하나는 먼저 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 후, 매출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합리적인 비용에 캔 디자인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는 그래피디자인이 비어포트브로이의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응석 대표는 브랜드의 이미지 혁신을 주장하며 오세영 대표를 설득했다. 김응석 대표의 적극적인 설득에 오세영 대표는 캔 디자인 혁신을 결심했다.
오세영 대표는 "김응석 대표가 트레비어 브랜드를 혁신하려면 캔 디자인까지 완성해야 된다고 말했어요. 변화하려면 과감해야 된다고 강조하더군요.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감을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믿고 변화를 받아들였죠”라고 말했다.
디자인 혁신의 시작, 클래식과 이별하고 캐릭터로 승부하다
협업을 결정한 후, 양사는 시장 분석을 시작으로 디자인 콘셉트 설정에 돌입했다. 오세영 대표는트레이버의 역사를 토대로 브랜드 디자인 방향을 정하려 했다.
2002년 울산광역시 남구에 처음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트레비 브로이 하우스는 오늘날 비어포트브로이를 만들어 준 매장이다. 2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피자와 수제맥주를 판매하며 지역 내 관심을 받았다. 인근 지역민들은 트레비 브로이 하우스가 위치했던 거리를 ‘트레비 사거리’라 불렀을 정도다. 이 부분이 울산 지역과 사람들 간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하는 근거가 됐다.
오세영 대표와 김응석 대표는 이를 토대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유쾌한 느낌으로 풀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캐릭터를 디자인에 접목한 이유다.

이후 양사는 디자인 방향을 논의했다. 오세영 대표는 클래식한 유럽 스타일을 선호했다. 방패 문양의 엠블럼, 명조 계열 폰트, 골드 컬러 등 전통적인 브루어리(양조)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하길 원했다. 전통, 권위, 역사 등 가치를 지키면서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길 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응석 대표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변화를 생각했다.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며 협업은 원만하게 진행됐고, 장인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최종 선택됐다. 울산이 산업도시인 만큼 제조업의 장인정신을 담되, 친근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주변 사람들이 새 브랜드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오세영 대표는 변화를 수용했다. 오세영 대표는 “주변 반응을 보니 그래피디자인의 역량과 결과물을 신뢰하게 됐어요. 디자인 분야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울산 디자인진흥원의 과업 발표 현장에서도 이 브랜드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어포트브로이가 장인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세영 대표는 “장인 캐릭터는 이야기를 확장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인 울산에서 최고의 맥주를 만드는 장인으로서 자부심도 담고 싶었어요. 이제 캐릭터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세영 대표는 이미 장인 캐릭터를 활용한 이야기까지 구상했다. 예로, 장인 캐릭터가 성장해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즐거운 모습으로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하면서 울산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들 계획이다.
새로운 디자인에 우려를 보이는 비어포트브로이 임직원도 있었다. 오세영 대표는 “아직 사내 일부 임직원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요. 파격적인 디자인에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까 우려된다는 이유죠. 변화가 없으면 성장도 없다는 논리를 토대로 임직원을 열심히 설득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혁신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으로
비어포트브로이는 트레비어 브랜드 혁신을 토대로 지속 성장을 꿈꾼다. 새 브랜드 이미지는 2026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구성도 개선한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면 제품 패키지부터 온라인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전망이다.
울산광역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지원은 비어포트브로이의 브랜드 역량 강화에 힘을 보냈다. 비어포트브로이는 디자인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디자인과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이미지 변화를 모색했다. 오세영 대표는 “4주간 디자인 개념 자체를 배웠습니다. 개인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디자인과 마케팅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어포트브로이는 울산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를 꿈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울산 지역과 상생하며 지속 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오세영 대표의 설명이다. 관광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반구대 암각화가 양조장에서 가까운 점을 활용, 양조장 투어와 연계한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 비어포트브로이는 장기적으로 맥주 마을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