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 사회적 갈등 극복이 관건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 구글이 지난 11월 4일 발표한 이 원대한 계획은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IT 인프라를 넘어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부으며 데이터센터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증폭됐다. 딥러닝 알고리즘 학습에는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엔비디아의 GPU나 구글의 TPU 등 AI 특화 반도체를 대규모로 집적한 AI 데이터센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나의 서버 랙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이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만큼, 강력한 전력 공급 시스템과 첨단 냉각 기술도 필수다. 결국 누가 더 크고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느냐가 AI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AI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
AI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

AI 시대 필수 인프라,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 가속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 IT 업계도 데이터센터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같은 대형 IT 기업은 물론, LG CNS 등 시스템 통합(SI) 및 클라우드 전문 기업들이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LG CNS는 국내외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액침 냉각 등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도입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까지 이 인프라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가비아는 지난해 과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며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입지를 강화했다. 국내 중견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대기업, 외국계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것은 AI 기반 산업 성장에 큰 힘이 된다.

심각한 수도권 집중, 디지털 재난 리스크 키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구축 붐에도 불구하고 입지 면에서 심각한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79.1%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2029년까지 신규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의 82%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은 지진이나 대규모 정전 등 재난 발생 시 전국의 디지털 서비스가 동시에 마비될 수 있는 리스크를 키운다. 데이터센터가 한 지역에 집중될수록 국가 전체의 디지털 인프라 안정성은 취약해진다.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전국 행정서비스가 마비된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혐오시설' 인식이 지방 건립 막는다

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과 기관의의 노력이 가로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혐오 시설(NIMBY, Not In My Back Yard)'로 인식되어 건립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주요 갈등 요인은 막대한 전력 소모를 위한 초고압선 설치와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다. 주민들은 건강권과 환경권을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며 사업 지연을 초래한다. 지방에서는 이러한 반대로 사업이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수도권은 이미 전력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갈등에도 불구하고 건립이 추진되면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측정 결과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함께 올해 8~9월 국내 데이터센터 6곳과 병원·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4곳의 전자파 강도를 측정한 결과, 모든 측정치가 정부의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치(833mG)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미래전파공학연구소가 발표한 측정 결과에서도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강도가 가장 높은 지점에서 최대 14mG(밀리가우스)로, 기준치의 1.5%에 불과했다.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국제비이온화방호선위원회(ICNIRP) 기준을 준용하며,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2회 전자파 안전포럼에서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디지털 융복합시설인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인체 위해성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줄여야 한다"며 과학적 측정 결과를 근거로 안전성을 강조했다.

지역환경과 조화를 이룬 친환경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
지역환경과 조화를 이룬 친환경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

지역 사회와의 공존 방안 마련 시급

AI가 국가 경쟁력과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은 명확하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속도가 곧 성장 속도인 시대가 왔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인프라와 지역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과 함께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폐터널이나 폐광산 등 유휴 시설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 같은 혁신적 대안 검토도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전력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전자파에 대한 국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서울·경기 지역 데이터센터에 실시간 전자파 측정 정보를 청색, 황색, 적색으로 표시하는 '전자파 신호등'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비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더 이상 기피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관문"이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 사회와의 적극적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프라 구축 속도가 곧 성장 속도임을 인식하고, '공존'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과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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