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팝콘 “AI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혁신합니다”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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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콘텐츠 개발 환경을 바꿨다. 배경 생성, 움직임 보정 등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이야기 창작을 돕는다. 과거 3D CG 기술이 콘텐츠 제작 효율을 크게 높였다면,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맡았다. 제작자들은 스토리텔링과 연출 같은 창의적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됐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인공지능 도입이 활발하다. 수백 명이 몇 달간 매달려야 했던 작업을 소수 인력으로 단기간에 끝내는 장점 때문이다. 2025년 3월 일본 지상파에서 방영된 '트윈즈 히나히마'는 전체 제작 공정의 95%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픽사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 중이다.

콘텐츠 스타트업 스튜디오팝콘은 애니메이션 개발 과정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해 제작 효율과 작품 완성도를 모두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황준호 스튜디오팝콘 대표를 만나 인공지능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25년 경력 베테랑의 노하우에 인공지능 날개를 달다
"과거 톰과 제리 같은 20분짜리 2D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려면 3만 장~4만 장의 그림이 필요합니다. 제작 기간만 최소 15주~20주가 소요되고 기획부터 방송까지 5년이 걸리기도 하죠. 시간과 인력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지만, 한정된 비용으로 작업하는 국내 환경에 맞지 않아요. 반복되는 작업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제작 환경 혁신이 가능할 거라 보고 스튜디오팝콘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황준호 대표는 25년간 2D 애니메이션 업계에 몸담으며 제작 과정의 비효율과 싸웠다. 비효율을 해결할 방법으로 주목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었다. 2012년 애니메이션 제작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순탄치 않았다. 미래를 내다봤지만, 업계는 여전히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다.
기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가 필수가 되면서 종이에 그리던 방식은 자연스럽게 디지털로 옮겨갔다. 황준호 대표는 "과거에는 종이에 일일이 그려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 팬데믹을 거치며 집에서 타블렛으로 작업하는 디지털 방식이 보편화됐습니다. 현재 국내 80~90% 이상이 페이퍼리스 환경에서 작업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튜디오팝콘이 보유한 기술은 캐릭터 관절을 움직여 연기하는 컷아웃(Cut-out) 제작 방식이다. 종이 인형극처럼 캐릭터의 관절마다 뼈대를 심어(리깅, Rigging) 마우스로 움직이는 2D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이다. 황준호 대표는 "디즈니나 다른 카툰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이 방식을 씁니다. 레이아웃부터 채색까지 여러 팀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 가능합니다. 제작 인원은 줄지만 제작 기간이 5주에서 8주로 단축되는 게 장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팝콘은 컷아웃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에 인공지능을 결합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원화와 원화 사이의 중간 동작을 그리는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이다. 3D 애니메이션은 구현이 쉽지만, 2D는 까다롭다. 스튜디오팝콘은 이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해 제작 기간을 줄였다.
황준호 대표는 2024년부터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인터폴레이션 구현에 필요한 프롬프트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안정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2D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이 평균 3분의 2가량 단축된다. 제작 인원 최적화도 가능해졌다.
모픽과 협력, 인공지능 기술에 완성도를 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스튜디오팝콘 같은 중소 제작사가 오픈AI의 소라(Sora) 같은 거대 모델을 직접 개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전략은 개발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도구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전문 사용자(Expert User)'가 되는 겁니다."
스튜디오팝콘은 초기 인공지능 개발 환경을 구축하면서 국내외 애니메이션 제작 도구들을 활용했다. 하지만 화질과 용량 제한 때문에 실무에 쓰기 어려웠다. 시행착오를 겪던 중 애니메이션과 실사 등 콘텐츠 창작 도구를 만드는 기업 모픽(Mopic)의 인공지능 도구를 접했다. 스튜디오팝콘은 사용 편의성과 결과물 품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모픽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스튜디오팝콘과 모픽은 2025년 5월부터 기술 협업까지 진행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황준호 대표는 "모픽에 직접 연락해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스튜디오팝콘이 기획과 후반 작업을 담당하고, 모픽이 인공지능 도구 기술을 지원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고 예상했죠"라고 말했다. 긴밀한 기술 협업 관계는 사업 확대로 이어졌다. 스튜디오팝콘이 모픽 인공지능 도구의 국내 유통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이다.
스튜디오팝콘은 모픽 도구 유통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애니메이션 개발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동양대학교, 호남대학교 등 대학 애니메이션 학과의 정규 과정에 모픽 도구 활용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황준호 대표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생들이 모픽 인공지능 도구로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교 협업과 애니메이션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와 투자 유치 확보는 도전 과제
인공지능 콘텐츠 테크 기업을 목표로 하는 스튜디오팝콘의 고민은 기술 고도화와 투자 유치다. 먼저 기술 고도화는 인터폴레이션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미지가 점의 집합이라는 점에 착안해, 점의 움직임을 인공지능이 추적하는 부분에 집중한다. 기술이 완성되면 스튜디오팝콘의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술 고도화에는 비용이 따른다. 문제는 애니메이션 분야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점이다. 황준호 대표는 "솔직히 말해, 국내에서 작은 규모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투자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투자자도 장기적으로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데, 애니메이션은 그 시점이 불투명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스튜디오팝콘은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수주하는 전통적인 외주제작 사업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체 지식재산권(IP) 개발이다.

스튜디오팝콘이 제작한 '몽글몽글 베이커리' 관련 사업 진행에도 속도를 붙인다. 캐릭터를 활용해 키링, 맥세이프 장비, 스티커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대중 투자)도 준비할 예정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유튜브 채널을 연계해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 숏츠 영상을 대중에게 노출하며 캐릭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황준호 대표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혁신 도시에 지사를 세워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활용하고, 정부의 인공지능 바우처 사업 등과 연계해 연구개발 비용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인공지능 콘텐츠 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것
스튜디오팝콘은 인공지능 기반 TV 애니메이션 '몽글몽글 베이커리'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지식재산권 작품으로, 낮에는 평범하지만 밤에는 효모 정령이 등장해 빵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5분 분량 애니메이션인데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제외한 배경, 음악, 효과음 등 80% 이상을 인공지능으로 제작했다. 스튜디오팝콘은 2025년 안에 2작품을 공개한 후, 2026년에 26부작을 방영하는 게 목표다.
2025년 11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콘텐츠IP 마켓에 참가해 몽글몽글 베이커리와 인공지능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알릴 예정이다. 싱가포르, 베트남, 베이징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해 현지 기업과 협업 방안도 모색한다.
스튜디오팝콘의 끊임없는 도전 뒤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도움이 있었다.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을 받은 스튜디오팝콘은 해외 투자설명회(IR), 관계 기업 네트워킹, 투자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과기대와 창업진흥원이 연계한 두바이 투자설명회 프로그램은 성장의 전환점이 됐다. 이 자리에서 스튜디오팝콘은 파키스탄 기업과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만나 시장 진출을 논의했다.
황준호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초기창업패키지는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꼼꼼한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잘 아는 투자사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흘려듣지 않고 실제 기업과 미팅을 주선해 줬거든요. 이런 세심한 지원 덕에 스튜디오팝콘은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용 문제로 출시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은 만큼, 이제 우리만의 기획과 이야기로 K-애니메이션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겠습니다."
스튜디오팝콘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인공지능 콘텐츠 테크' 기업으로의 확장을 꿈꾼다. 인공지능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토대로 자체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뜻이다. 황준호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 프로젝트와 특수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개발에 나선다. 황준호 대표는 "스튜디오팝콘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2D 애니메이션 기술 선도 기업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