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이터 주권 시대, '운영 유연성'이 곧 미래 경쟁력이다

김영우 pengo@itdonga.com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AI 확산과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면서, 데이터 주권이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핵심 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떤 규제를 따르는지에 따라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이 달라진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이전 제한, 국경 간 전송 규제, AI 윤리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규가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소유하느냐'보다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기업 퓨어스토리지가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와 함께 9개국의 업계 리더, 연구자, 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안전 관리를 위한 체계)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 전원이 데이터 주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저장 위치 및 활용 정책을 재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사이버 규제, 기술적 종속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데이터 관리 전략이 더 이상 기술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경영 전반의 리스크 관리 이슈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과 근본적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해답은 바로 '유연성'이다. 유연성은 단순한 기술적 전환 가능성이 아니다. 데이터의 위치, 접근방식, 활용, 보안, 거버넌스까지 상황에 따라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기민한 운영 철학이자,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적응력이다. 바로 이 점이 조직의 혁신 속도와 리스크 대응력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된다.

데이터 유연성과 데이터 주권을 상징하는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함
데이터 유연성과 데이터 주권을 상징하는 이미지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함

그렇다면 데이터 주권 시대의 승부처인 이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조직이 갖춰야 할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통합 거버넌스 체계를 통한 지능형 데이터 관리다.

조직 내부에서 기술, 보안, 컴플라이언스가 분리되어서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 데이터를 중앙집중식으로 가시화하고, 활용 주기와 중요도에 따라 지능형 관리 정책을 세분화하여 이를 자동화할 단일한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일관된 데이터 관리 플랫폼 위에서만 각 환경에 맞춰 거버넌스를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기술적 주권이 확보될 수 있다.

둘째, 멀티클라우드·엣지·온프레미스 환경을 포괄하는 개방형 운영 구조다.

특정 인프라나 벤더에 종속되는 대신, 데이터를 하나의 논리적 환경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연결·복구할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가 필수적이다. 비즈니스 중단 없이 인프라를 확장하고, 데이터를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구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비용 효율성과 데이터 이동성이 극대화된다.

셋째, 지속 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포함한 장기 전략이다.

데이터 주권은 단기 규제 대응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인프라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며, AI 기반 예측 분석과 자율 운영 기술을 접목해 장애를 사전에 감지하고 스스로 복원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효율성 요구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지속 가능한 확장까지 고려한 탄력적 기반만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장한다.

데이터 주권 시대의 핵심 요구사항은 단순한 물리적 '통제'를 넘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역량, 즉 데이터 유연성 확보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유연성은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철학의 변화다. 데이터를 하나의 고정 자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진화하는 지능적 자산으로 관리하는 조직만이, 복잡한 규제 환경과 빠르게 변하는 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비즈니스의 바퀴를 멈추지 않고 굴릴 수 있을 것이다.

글 /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 출처=퓨어스토리지코리아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 출처=퓨어스토리지코리아

전인호 지사장은 퓨어스토리지코리아의 리더로, 국내에서 영업, 채널, 마케팅,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략 수립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전 지사장은 HP, VMware, 스켈리티(Scality)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30년에 걸친 리더십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컴퓨트, 네트워크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사업 성장을 이끈 입증된 경력을 갖고 있다. VMware 한국 지사장 재직 시절에는 사업을 대폭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HP에서의 26년 동안 아태지역 및 일본 지역의 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BCS) 부문과 프리세일즈 컨설팅 조직을 이끄는 등 다양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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