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제빵 즐기도록" 토스터즈, 개인화 발효종 관리 기술 개발 [동국대 캠퍼스타운 2025]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X IT동아] 동국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 서북도심권 창업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딥테크와 문화 콘텐츠 스타트업을 지원해 2년 연속 창업육성 우수 사례로 선정됐고,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과 A+ 등급을 받았습니다.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발전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제빵이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집안 가득 퍼지는 빵 내음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집에서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과정은 긴 시간과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이가 제빵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다.

이러한 일상 속 고민을 혁신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가 있다. IoT 스마트 발효기 제조 스타트업 토스터즈 배기쁨 대표다. ‘누구나 쉽고 맛있게 빵을 구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배 대표를 만나 토스터즈의 비전을 들어봤다.
제빵 취미로 시작된 뜻밖의 창업
토스터즈는 '베이킹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글로벌 리더로서 시장을 선도한다'는 비전 아래 2024년 7월 설립됐다. 배기쁨 대표는 "전 세계 모든 홈베이커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배기쁨 대표가 토스터즈를 창업한 계기는 흥미롭다. 배기쁨 대표는 2024년 B2C IoT 전자기기 및 앱 서비스 기업에서 제품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취미 삼아 제빵을 시작했다. 당시 약 20만 명 규모의 미국 페이스북 제빵 커뮤니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직접 천연발효빵 레시피와 영상을 공유했다. 해당 커뮤니티는 이후 200만 명 이상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천연발효빵은 일반 밀가루, 버터, 달걀을 넣지 않아 건강하고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배기쁨 대표의 레시피나 영상이 커뮤니티 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이유도 그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배기쁨 대표는 제빵 시 발효 과정이 번거로웠다. 천연발효종의 경우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효모와 유산균을 배양해서 만드는데, 빵 반죽에 투입해 발효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유의 산미와 질감을 만들어내는 만큼 제빵 과정에서 중요하다.

배기쁨 대표는 "주로 천연발효빵을 만들었다. 천연발효는 기본 이틀 정도 발효해야 한다. 당시 직장인이라 온도 변화나 상태 파악 등 관리가 어려워 주말에만 제빵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이라도 약속이 있다면 포기해야 했다"면서 "발효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였다. 일정 시간마다 발효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PM 경력을 바탕으로 배기쁨 대표는 직접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직업 특성상 제품을 기획할 수 있었고, 실제 전문가를 찾아주는 플랫폼에 의뢰해 2023년 첫 스마트 발효기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스마트 발효기는 오로지 배기쁨 대표를 위한 것이었다. 발효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반영한 만큼 만족도 역시 높았다. 제빵하는 지인들도 배 대표와 같은 번거로움을 느꼈고, 스마트 발효기도 필요로 했다. 이에 배기쁨 대표는 발효 관련 사업 가능성을 확신하고, 토스터즈를 창업했다.
사워프렌즈 앱 연동까지…개인화된 발효 관리가 핵심
토스터즈의 대표 제품은 IoT 기반 소형 스마트 발효기 '사워프렌즈(Sour Friend)'다. 온도와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해 홈베이커용 발효 과정을 관리해주는 것이 특징. 배양 중인 발효종에 일정한 주기로 새 밀가루와 물을 추가해주는 과정인 피딩(Feeding) 타이밍 알람 기능도 탑재, 효율적이다. 토스터즈만의 특화된 발효 관리 시스템을 통해 발효종의 신선도 유지 역시 가능하다.
발효종은 '사워도우 스타터(sourdough starter)'로 불린다. 여기서 착안한 배기쁨 대표는 "발효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잘 아는 친구가 있으면 편하다. 사워프렌즈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첫 제품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사워프렌즈의 핵심은 개인화된 발효종 관리다. 집이나 공간마다 온도와 습도가 다르고, 발효종의 상태도 제각각이다. 사워프렌즈는 IoT 기술로 온도, 습도, 높이를 측정해 최적의 발효 시간을 제안한다. 배기쁨 대표는 "사용자 편의에 맞춰 원하는 시간에 발효가 끝나도록 만드는 기술에 집중했다. 실제로 제빵할 때 가장 불편하고 번거로웠던 부분을 기술로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워프렌즈 앱도 개발, 발효종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레시피 추천과 발효 시간 조정도 연동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사워프렌즈보다 큰 버전인 '사워팟(Sour Pot)'도 출시해 재료부터 반죽까지 발효 전 과정을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년 이상 우여곡절 끝에 시제품 완성
사워프렌즈를 개발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배기쁨 대표가 처음 접한 제조 분야는 제약이 많은 데다가 전문가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워프렌즈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보니 제조 협력사 찾기도 어려웠다. PCB(회로기판) 업체만 4번 바꿨을 정도다.
배기쁨 대표는 "앱 개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기계 제품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업데이트나 롤백 등으로 앱의 오류를 개선하듯이 기계도 적당히 만들어서 조금씩 보완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기계 개발은 다른 영역이었다. 출시 전에 모든 오류를 잡아야 하고, 정확한 수치와 규격도 필수였다"면서 "완벽하게 정해진 규격이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다. 동일한 규격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금형을 만드는 데 1개당 1000만 원 이상 든다. 스타트업이 가볍게 여러 번 시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발로 뛰는 것 말고 방법이 없었다. 배기쁨 대표는 각 전문가를 수소문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렇게 1년 이상 사워프렌즈 개발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터즈의 시련은 이어졌다.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던 것. 배기쁨 대표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MAU(월간 활성 사용자)로 증빙이 가능하지만 하드웨어는 제품이 출시되기 전엔 검증이 어렵다"며 "사워프렌즈에 대한 고객 문의는 이어졌지만 미완성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다. 투자사에선 매출을 원하는데 이를 위해 마케팅과 제조 비용이 필요했다.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토로했다.

토스터즈의 여정은 한국 제조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좋은 기술과 명확한 시장이 있어도 제조와 투자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킹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도전은 계속됐다. 결국 배기쁨 대표는 직접 자금을 마련해서라도 사워프렌즈의 시제품을 제작하기로 선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시제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토스터즈는 현재 사워프렌즈의 완제품이 나오기 전이라도 구매 의향을 보여준 고객에게 3D 프린터로 제작한 시제품을 유상으로 대여, 피드백을 받아 개선 및 보완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시제품으로 각종 박람회에도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다. 완제품은 오는 12월 출시할 예정이다. 배기쁨 대표는 "투자가 안 되더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건 똑같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분명 잘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책을 찾게 됐다"면서 웃어보였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적극적인 지원도 토즈터즈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토즈터즈는 2024년 생애최초청년창업지원사업으로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에 입주, 현재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배기쁨 대표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으로부터 받은 시제품 제작 지원금이 실제 사워프렌즈 시제품 완성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사무 공간부터 전기료까지 물리적인 지원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으로 F&B 생태계 구축까지

토스터즈는 창업 후 꾸준히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3년 ICT/SW 여성 창업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4년 ICT 스마트디바이스에서는 우수상을,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는 도전트랙과 장려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외에 중소기업진흥원, 한국여성벤처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코트라(KOTRA) 사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향후 토스터즈는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F&B 생태계 구축을 구상 중이다. 초보자를 위한 발효종 키트부터 맞춤형 밀가루 블렌딩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와 오픈 이노베이션도 계획한다. 배기쁨 대표는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와 협업해 레시피 키트를 만들어 토스터즈 제품으로 집에서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인이나 소규모 베이커리 브랜드 등 영세한 매장을 위한 B2B 시장도 노린다. 이들 역시 번거롭지만 필수인 발효 과정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워프렌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배기쁨 대표는 사워프렌즈로 발효 과정을 원격 관리해 최대 2시간까지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토스터즈는 향후 스마트 발효기와 IoT 기술을 융합해 홈베이킹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히 발효기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베이킹 생태계 전체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배기쁨 대표는 "천연발효 제빵이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