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인텍 “사람 중심의 이동환경 만들고 싶어요”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타운]
서울시립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 임팩트(Seoul Impact)’ 사업을 시작으로, '가장 서울다운 영향력, 가장 세계적인 가치'를 비전으로 내세워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을 선도합니다. 특히 AI 기반 도시혁신과 소셜임팩트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서 지역활성화 분야 우수 사례로 선정됐으며,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서울시립대학교가 육성 중인 AI 스타트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혁신 성과를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기후 변화, 삶의 질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맞물리면서 인간 중심의 걷기 좋은 도시가 주목받는다.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 부교수가 제안한 ‘15분 도시’ 개념은 도시 계획의 새 표준으로 부상했다. 15분 도시는 도보, 자전거 등 이동 수단으로 일상생활을 15분 안에 해결하도록 설계된 생활권을 뜻한다. 우리나라도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서울특별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보행일상권 조성을 다뤘다. 업무·교육·쇼핑·여가·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도보 30분 내에 누리는 자족적 생활권 구성이 목표다.
각국 정부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 공간을 확충하며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동시에 데이터 기반 도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도시 청사진을 그린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는 아직 차량의 효율적 이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목적지까지 1분 1초 단축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이동하는 과정의 즐거움, 낯선 골목길을 발견하는 설렘, 도시 풍경을 느끼는 여유는 뒷전이다.

모빌리티 기술 스타트업 모빌인텍은 목적지가 아닌 사람의 이동 과정에 집중한다. 빠르고 정교한 경로 안내도 중요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환경의 혁신은 두 발로 도시를 재발견하는 보행에 있음을 의미한다. 모빌인텍은 어떻게 인간의 경험, 걷는 행위를 모빌리티 기술의 중심에 두려는 것일까? 홍지연 모빌인텍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교통 분야 연구 경험이 창업으로
"연구 교수의 삶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연구로 끝나는 게 아닌,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직접 사업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모빌인텍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홍지연 대표는 대학 연구 교수로 활동하며 교통 분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지자체 근무와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기도 했지만, 교통 분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제대로 추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모빌인텍이 보행 영역을 개척한 데는 홍지연 대표 개인 경험과 연구 성과 때문이다. 홍지연 대표는 "저는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모두 왕복하는 챌린지를 혼자 하기도 했죠. 걸으면서 느낀 건, 어떤 거리는 너무 좋은데 어떤 곳은 걷기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행 정보를 데이터화 하면 차별화된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해외에서 경험한 보행 지표 서비스도 영감을 줬다. 미국ㆍ유럽연합 등 해외 선진국은 보행 동선에 점수를 매겨 걷기 좋은 도로를 표시하는 서비스 제공한다. 홍지연 대표는 한국에도 보행 지표 서비스 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혔다. 대학에서 진행하던 보행 관련 연구 과제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지역 기반 보행량 예측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사업에 연결 가능할 것으로 보고 고도화를 진행했다.
도보에 중점 둔 사용자 맞춤형 보행 플랫폼
모빌인텍이 개발에 나선 기술은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이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지도ㆍ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목적지를 지정하면 차량 이동 경로와 소요 시간을 알려준다. 하지만 도보에 최적화된 기능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10분 이내에 이동 가능한 카페, 주변에 자리한 공원 등 영역 기반 정보를 보여주는 능력은 부족하다.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은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 내에 도보로 갈 수 있는 장소를 지도상에 영역으로 표시한다. 직선거리가 아닌 실제 보행 경로를 반영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홍지연 대표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으면 가까워도 못 가는 곳이 많아요. 보행 경로를 기반으로 영역을 표시하면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모빌인텍은 통신사와 정부 기관이 보유한 유동인구 데이터, 서울시의 보행 교통량 데이터를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과 결합하면 플랫폼 완성도가 향상될 것으로 봤다. 주변 토지 데이터까지 활용하면 유동인구 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는 게 홍지연 대표의 설명이다.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정부, 지자체는 도시 계획을 수립하거나 상권 분석할 때 활용하고, 개인은 선호에 맞는 보행 경로를 찾는다. 예를 들어 빠른 길을 원하는 사람, 풍경을 즐기며 걷고 싶은 사람, 교통약자를 위한 길을 찾는 사람 등 다양한 요구를 충족한다. 홍지연 대표는 "현재 서비스 되는 교통 관련 플랫폼은 공급자 중심입니다. 모빌인텍은 도로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맞춤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사람이 체감하는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모빌인텍은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이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탑재되거나, 공간정보 데이터,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물리 인공지능 모델),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에 공공기관과 협력해 데이터를 구축하거나 축제, 박람회 같은 특정 공간에서 개념검증(PoC) 과정을 거친 뒤,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개발비 확보와 데이터 표준화는 해결 과제
모빌리티 환경 혁신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한창인 모빌인텍. 하지만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고민도 많다. 큰 고민거리는 연구개발비 확보다. 모빌인텍의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은 공공 분야를 먼저 공략한다.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바로 제공하기 어렵다. 국가나 지자체의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홍지연 대표는 "공공 데이터 기반 기술 스타트업은 개인 자금만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요. 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야 꾸준히 연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모빌인텍은 모빌리티 연구 역량을 앞세워 국가 연구 사업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기관, 기업 등이 주관하는 사업에 참여해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다. 매출 외에도 보행 가능 영역 표출 시스템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시장에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터 신뢰성 확보와 표준화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공공데이터는 기관마다 제공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하고 상호 연동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공데이터를 민간 서비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제도적 장벽을 해결하는 과정도 병행한다.
사람이 중심인 이동 환경 구축을 목표로
어려움 속에서도 모빌인텍은 교통 관련 연구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과학기술진흥원의 국가 연구 사업 외에도 건설기술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등 여러 기관과 연구를 진행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수원국 도로 교통량 조사 지침 비교 분석, 지자체 대중교통 정책 평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국토교통부 도로국 과제도 수행 중이다. 이 과제는 미래 도로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로 5년~10년 후에 필요한 도로 기술을 기획하고, 우선 시행 과제를 선정한다. 모빌인텍은 과제가 마무리되면 후속 과제에 지속 참여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허 출원에도 적극적이다. 보행 가능 영역 표출 기술 외에 현대건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물로 공동 특허 출원을 진행했다.

모빌인텍이 폭넓은 활동으로 성장의 기틀을 다진 데에는 서울시립대 캠퍼스타운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홍지연 대표는 서울시립대 연구 교수로 일하며 2025년 4월, 캠퍼스타운에 입주했다. 창업공간, 멘토링, 사업계획 컨설팅, 네트워킹 기회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방법론도 배워가며 2026년 계획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홍지연 대표는 “쾌적하고 안정된 공간이 있어야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립대 캠퍼스타운이 제공한 연구 공간은 큰 도움이 됐어요. 공간 지원이 아닌 성장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이동 환경을 만드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 사람 중심의 교통 전환을 기술로 실현하고 싶어요."
모빌인텍은 2026년을 바라본다. 먼저 소규모 자치구를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의 실효성을 증명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량적인 보행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확대해 사업성과를 낼 방침이다. 연구 성과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공지능 개발자 영입에도 나선다. 홍지연 대표는 “정책 입안자, 기술 개발자, 사람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