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바이 “AI·데이터로 화학물질 독성 예측…동물실험 없는 안전한 사회 꿈꾼다”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타운]

김예지 yj@itdonga.com

서울시립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 임팩트(Seoul Impact)' 사업을 시작으로, '가장 서울다운 영향력, 가장 세계적인 가치'를 비전으로 내세워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을 선도합니다. 특히 AI 기반 도시혁신과 소셜임팩트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서 지역활성화 분야 우수 사례로 선정됐으며,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서울시립대학교가 육성 중인 AI 스타트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혁신 성과를 소개합니다.

최진희 켐바이 대표 / 출처=IT동아
최진희 켐바이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예지 기자]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화장품, 세제,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부터 산업용 화학물질까지 그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독성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고에서 보았듯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제품이 인체 건강과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실험에 의존했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윤리적 문제로 인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동물실험 금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은 올해 4월부터 동물실험 축소 및 전면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과학 기술 및 방법론(New Approach Methodologies, 이하 NAMs) 관련 이미지 / 출처=미국 NIEHS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과학 기술 및 방법론(New Approach Methodologies, 이하 NAMs) 관련 이미지 / 출처=미국 NIEHS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화학물질의 독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사전예방적 독성 예측’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과학 기술 및 방법론(New Approach Methodologies, 이하 NAMs)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독성을 미리 예측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Safe-by-Design’이 세계 트렌드가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에 발맞춰 등장한 기업이 바로 ㈜켐바이(ChemBAI)다. 켐바이는 AI 기반 독성평가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느리고 부정확했던 독성 평가 문제를 해결하고, 화학물질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년 연구 자산을 사회적 가치로

켐바이는 최진희 켐바이 대표가 서울시립대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에서 20여 년간 쌓아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독성발현경로(AOP, Adverse Outcome Pathway, 화학물질이 분자 수준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생물학적 피해를 유발하는 전 과정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지도) 기반의 메커니즘 독성 연구 및 AI·빅데이터를 결합한 예측독성학 연구가 포함된다. 그는 평생을 이어온 연구 내용을 토대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신념을 가졌고, 환경부 R&D 사업에서 ‘흡입독성 예측 모델’이 우수성과 20선에 선정되면서 사업화를 결심했다.

최진희 대표는 “인체 질환이 환경 유해 인자와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늘어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성 평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유통망에 진입조차 어렵다. 켐바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디지털 독성평가 기술로 지속가능한 화학물질 체계를 구축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AI로 예측하고, 데이터로 설명하는 ‘디지털 독성평가’

켐바이의 톡스바이 플랫폼 / 출처=켐바이
켐바이의 톡스바이 플랫폼 / 출처=켐바이

켐바이의 주요 서비스는 ▲AI 기반 독성예측 플랫폼 ‘톡스바이(ToxBAI)’ ▲차세대 위해성평가 플랫폼 ‘ChemBAI NGRA(Next Generation Risk Assessment, NAMs를 활용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차세대 위해성 평가)’ ▲스마트 화학물질 안전관리 교육이다.

톡스바이는 켐바이의 독성 예측 핵심 엔진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공공 독성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을 기반으로, 화학물질의 독성 유발 가능성을 예측한다. 핵심 기술은 독성발현경로(AOP)를 적용한 것이다. AOP는 화학물질의 노출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거쳐 독성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톡스바이는 이를 활용해 화학물질의 독성 여부, 작용 기전, 질병 연관성, 그리고 규제 대응을 위한 우선순위 정보를 제공한다.

켐바이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바로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에 있다. 최진희 대표는 “기존의 AI 독성 예측 모델은 결과 도출 과정이 불투명했다. 규제 과학 시장에서 AI 예측 결과가 채택되려면 과학적 근거 제시가 필수”라며, “톡스바이는 ‘왜 독성이 나타나는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로써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디지털 독성평가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켐바이의 주요 서비스 소개 / 출처=켐바이
켐바이의 주요 서비스 소개 / 출처=켐바이

톡스바이 엔진을 내장한 ChemBAI NGRA 플랫폼은 차세대 위해성 평가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이다. 실제 노출 시나리오와 빅데이터, NAMs, 전문가 지식을 통합 반영해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구현하고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궁금한 화학물질을 입력하면 독성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평가해 정책 결정까지 제공한다. 최진희 대표는 “NGRA 솔루션은 기업이 신물질 개발 단계에서부터 독성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고, 안전한 대체 물질 및 공정 설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켐바이는 전문가 또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스마트 화학물질 안전관리 교육을 제공한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현업 종사자 및 규제기관 담당자에게는 AI 기반 독성 예측 및 NAMs 활용 실습 과정을 제공해 실무 역량을 강화한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일상생활 속 화학물질 안전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생활 밀착형 교육을 제공한다. 최진희 대표는 “아무리 혁신 기술이라도 이를 활용할 인력과 사회적 이해가 없으면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교육 서비스를 핵심 사업에 포함했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화장품·제조업·규제기관...활용 범위 넓어

켐바이는 과학적 신뢰를 바탕으로 규제 과학 시장(B2G)을, 기술의 효용성을 기반으로 산업 혁신 시장(B2B)을 타겟한다. 정부 규제 기관 및 공공기관에는 유해물질 우선순위 설정과 정책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AI 기반의 과학적 평가를 제공한다.

기업에는 신물질 개발 전 안전성 검증과 친환경 대체 물질 탐색 솔루션으로 제공된다. 화학, 제약, 화장품, 첨단 신소재 개발 기업들이 개발 초기에 독성 리스크를 사전 예측하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진희 대표는 “안전한 대체 물질을 탐색해 친환경 제품 개발 및 ESG 경영을 지원한다. 이는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 준수 및 수출 지원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Safe-by-Design’ 표준화…해외 진출까지 목표

켐바이는 2024년 교원 창업 후, 2025년 4월 서울시립대학교로부터 1억 2000만 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완료하며 핵심 독성예측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6월에는 서울시립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공식 편입돼 연구 인력과 기술 지원을 기반으로 본격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켐바이는 현재 TRL4(연구실에서의 기술 검증 단계) 수준인 톡스바이를 고도화해 2026년 1월 베타 서비스로 공개한다는 목표다. 최진희 대표는 “향후에는 공공기관 및 산업체와의 실증 프로젝트를 거쳐 국내 규제 과학 분야의 표준 서비스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도 준비 중이다. 국제 규제 시스템과 연계된 국제 조화형 독성예측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켐바이는 서울시립대 캠퍼스타운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졌다. 최진희 대표는 “서울시립대로부터 창업공간, 멘토링, 사업계획 컨설팅,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받았다. 특히 기술지주회사와의 연계 덕분에 기술이전 절차가 원활히 진행됐고, 시립대 내부 연구진 및 학생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활발히 이어졌다. 이러한 대학-창업기업-공공지원의 연계 구조가 켐바이의 빠른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켐바이는 AI 기반 독성예측 결과를 실제 화학물질 설계 단계에 적용하는 ‘Safe-by-Design’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최진희 대표는 “사람들에게 기술의 가치를 알리고 인식을 전환시키는 일이 가장 큰 도전 과제”라면서 “안전성을 고려한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화학물질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내재화하는 Safe-by-Design의 실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켐바이는 학문적 연구와 산업 현장을 잇는 디지털 독성평가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사람과 환경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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