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릿툰 [2] 인스타툰 작가 3인이 말하는 숏툰 플랫폼의 가능성

강형석 redbk@itdonga.com

[동국대 캠퍼스타운 x IT동아]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IT동아와 함께 ‘2025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IT동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타트업 릿툰(LitTOON)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모으는 숏툰(20컷 이하 분량의 짧은 만화, 숏폼 웹툰)을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짧아서 더 즐거운 숏툰 플랫폼'이라는 주제 아래 콘텐츠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할 목표도 세웠다. 숏툰을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콘텐츠 시장 주류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릿툰이 2025년 11월 서비스를 앞두고 작가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출처=IT동아
릿툰이 2025년 11월 서비스를 앞두고 작가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출처=IT동아

릿툰이 2025년 11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초기 서비스를 위해 작가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중이다. 창작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릿툰은 어떤 모습일까? IT동아는 릿툰에 합류할 최주연(필명 고애미), 곽세영(필명 부키), 남혜린(필명 쭈미) 작가를 만나 인스타툰에서의 경험과 새 플랫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낮은 접근성, 빠른 반응이 숏툰의 매력

IT동아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작가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고애미 작가 : 안녕하세요. 아이 둘을 키우며 반포에 거주하는 고애미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일상 속 제 생각들을 숏툰으로 남깁니다. 주로 헬스장, 목욕탕, 아이들 셔틀버스 정류장 등 생활 속에서 영감을 받아요. 다양한 인물들의 인간적 면모와 ‘반포’라는 동네가 주는 특별함을 담으려 해요. ‘반포 인간극장’ 같은 느낌이죠.

부키 작가 : 안녕하세요. 7년간 다이어리 꾸미기(다꾸)를 취미로 하다가 저만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꿈이 생겨 인스타툰을 시작했습니다. 다꾸러(다이어리 꾸미는 사람)들의 이야기, 문구 꿀팁 등을 소개합니다. 제 부모님과 함께한 일상을 짧은 애니메이션 툰으로도 제작합니다.

쭈미 작가 : 안녕하세요. 2030 직장인을 위한 재테크 툰을 그리는 쭈미입니다. 정보 불균형 때문에 손해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과거 부동산 사장님 말만 믿고 상급지 전세 오피스텔로 이사했다가 집값 폭등기에 큰 피해를 봤거든요. 어려운 재테크 정보를 친구처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릿툰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나눈 세 작가. (왼쪽부터) 고애미 작가, 부키 작가, 쭈미 작가 / 출처=고애미, 부키, 쭈미 작가
릿툰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나눈 세 작가. (왼쪽부터) 고애미 작가, 부키 작가, 쭈미 작가 / 출처=고애미, 부키, 쭈미 작가

IT동아 : 세 분 모두 각자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창작 활동을 진행 중인데요. 전통적인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고애미 작가 : 사실 과거에 웹툰 연재를 시도했어요. 문제는 반응입니다. 웹툰 플랫폼은 꾸준히 연재해도 독자 반응이 즉각 오지 않아요. 답답함이 쌓이니 지쳐서 연재가 힘들더군요. 그런데 마흔을 앞두고 제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 플랫폼을 고민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인스타툰에 흥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부키 작가 : 저는 현실적인 이유로 인스타툰을 시작했어요. 저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네이버 웹툰 같은 곳과 비교하면 인스타툰은 그림 품질 자체에 대한 문턱이 낮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고, 작업 시간도 단축되니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진입이 훨씬 수월했죠. 부담 없이 시작 가능하다는 부분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쭈미 작가 : 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저는 회사원이라 부업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카카오 이모티콘을 출시하면서 만들어 둔 캐릭터를 활용하고 싶었죠. 이 캐릭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인스타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작업합니다.

이야기를 응축해 담아내는 게 숏툰의 미학

세 작가는 숏툰의 장점으로 ‘빠른 반응’을 꼽았다. 한정된 지면 안에 이야기를 압축해 담는다는 점도 창작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짧은 콘텐츠를 한계가 아닌 현대 콘텐츠 소비 습관에 부합하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변화로 인식한 셈이다.

고애미 작가는 릿툰의 소통 기능에 주목했다 / 출처=고애미 작가
고애미 작가는 릿툰의 소통 기능에 주목했다 / 출처=고애미 작가

IT동아 : 인스타툰은 짧고 간결한 게 특징입니다. 이런 숏툰 형식의 콘텐츠가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애미 작가 : 무엇보다 반응이 빠른 게 크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제 이야기에 호감을 느끼는지, 아닌지 즉각 판단 가능하죠. 웹툰은 몇 화를 소화해야 나에게 맞는 작품인지 판단하게 됩니다. 반면, 숏툰은 화면 전환(스와이프) 몇 번으로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 알게 됩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응축해 전달하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생략할지 깊이 고민하게 되니까요.

부키 작가 : 저도 즉각적인 반응에 동의해요. 한두 컷만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나옵니다. 짧기 때문에 공유가 쉽다는 부분도 장점이죠.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하면 바로 친구에게 공유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독자 유입이 됩니다.

쭈미 작가 : 유튜브도 숏폼 비중이 커지는 게 느껴져요. 저조차도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을 더 많이 보는 세대인데, 앞으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거라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숏툰의 방향성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임팩트) 메시지와 빠른 공감을 위해 고민합니다. 제한된 컷 안에 정보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고민 과정 자체가 저에게 큰 자극이 됩니다.

박햇님 릿툰 대표 / 출처=IT동아
박햇님 릿툰 대표 / 출처=IT동아

소재 확보와 불안정한 수익은 작품 활동의 어려움

IT동아 : 창작 과정의 고충, 수익 같은 현실적인 문제 등 작가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고애미 작가 : 저는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소재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 어려워요. 인터뷰를 하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옮겨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거든요. 최근에는 같은 동네 엄마나 술집 사장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지만, 제 성격상 편한 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시간 제약도 많고요.

부키 작가 : 다꾸 이야기와 문구 작가라는 꿈 사이에서 어떤 쪽에 더 집중해야 할지 고민되는 과도기 상태입니다. 수익도 아직 많지 않아서 캐릭터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인스타툰 외에 페어(전시회) 참가, 굿즈(상품) 판매,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습니다.

쭈미 작가 : 저는 본업과 병행하다 보니 시간 제약이 큰 걸림돌입니다. 그리고 제 작품 활동의 목표가 정보 불균형 해소인데, 숏툰으로는 정보 전달에 한계가 따르는 게 아닌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좀 더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세 작가가 본 릿툰의 첫인상은?

작가의 눈으로 본 릿툰은 어떤 모습일까? 인스타그램의 한계를 경험한 이들에게 릿툰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세 작가는 독립된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팬들과 가까이 소통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부키 작가는 릿툰의 비즈니스 중개 역할에 주목했다 / 출처=부키 작가
부키 작가는 릿툰의 비즈니스 중개 역할에 주목했다 / 출처=부키 작가

IT동아 : 이 자리에서 숏툰 플랫폼, 릿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플랫폼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고애미 작가 : 저는 싸이월드 세대입니다. 릿툰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현대판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 개개인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독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기능이 합쳐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 찐팬을 만들기에 좋은 플랫폼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쭈미 작가 : 실용적인 비즈니스 기능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광고주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할 때는 다이렉트 메시지(DM)나 개인 메일로 광고 제의가 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믿을 만한 업체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릿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연락이 온다면, 일차적으로 검증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부키 작가 : 저는 커뮤니티 소통 기능에 주목했어요. 댓글을 인기순으로 정렬해주는 기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독자로서 콘텐츠를 볼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궁금증 때문에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거든요. 독자들의 반응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하도록 돕는 기능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박햇님 릿툰 대표 / 출처=IT동아
박햇님 릿툰 대표 / 출처=IT동아

작가와 릿툰이 함께 성장하려면 ‘이것’ 필요해

세 작가는 릿툰이 콘텐츠 저장소가 아니라, 비즈니스 연결부터 커뮤니티 활성 등 다양한 역할에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릿툰이 서비스 플랫폼 모델보다 파트너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창작자들이 플랫폼 사용자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으며,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의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IT동아 : 릿툰이 앞으로 작가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기능 또는 지원이 제공되면 좋을까요? 플랫폼에 기대하는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고애미 작가 : 제 찐팬(열성팬)들과 소규모 오프라인 모임을 여는 게 꿈이에요. 작은 바 같은 공간에서 팬들과 함께 소통하는 거죠. 릿툰이 이런 팬미팅을 기획할 때 홍보, 지원 등을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가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릿툰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지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부키 작가 : 작가 개인이 진행하기 어려운 기업 콜라보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인생네컷 같은 포토부스 업체와 협업해 작가들의 캐릭터 프레임을 만드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릿툰이 중개해주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쭈미 작가 : 부키 작가님 의견에 공감해요. 플랫폼 차원에서 작가와 함께할 온ㆍ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합니다. 작가와 플랫폼이 함께 윈윈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릿툰에서 다양한 작품 연재하고 싶어

IT동아 : 마지막으로 릿툰에서 어떤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인가요?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쭈미 작가는 작가와 릿툰이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대했다 / 출처=쭈미 작가
쭈미 작가는 작가와 릿툰이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대했다 / 출처=쭈미 작가

고애미 작가 : 최종 목표는 성공한 웹툰들처럼 제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탄한 팬심과 긴 호흡의 서사가 필요하죠. 릿툰이 제 서사를 쌓을 좋은 발판이 되어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릿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부키 작가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지금까지는 단발성 콘텐츠를 주로 게재했는데, 앞으로는 긴 시리즈물을 연재해보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는 유지하기 어려운 긴 호흡의 이야기를 릿툰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쭈미 작가 : 저는 정보성 숏툰을 넘어, 주제별로 정리(큐레이션)된 모음집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 모음, 사회초년생 투자 가이드 같은 내용 말이에요. 2030 세대 청년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하나의 완성된 자료집 같은 거죠. 이런 콘텐츠를 릿툰과 함께 기획하거나 제작, 유통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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