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은? “공익 추구하는 기술기업으로”

김예지 yj@itdonga.com

지난 10월 28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AI와 한류: AI × K-CULTURE, 한류의 미래를 설계하다’ 세미나가 열렸다 / 출처=IT동아
지난 10월 28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AI와 한류: AI × K-CULTURE, 한류의 미래를 설계하다’ 세미나가 열렸다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예지 기자]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제조업, 의료, 금융, 예술 영역으로 확장된 영향력은 미디어 산업에도 도달했다. AI는 미디어 산업의 제작부터 유통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AI와 한류: AI × K-CULTURE, 한류의 미래를 설계하다’ 세미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한 자리였다. 한국AI서비스학회,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정보처리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정보처리학회,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디지털포용미래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AI 시대 미디어 혁신과 공영방송의 역할, 한류 콘텐츠(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전략을 조명했다.

김종하 한라대학교 부총장(미디어광고콘텐츠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김종하 한라대학교 부총장(미디어광고콘텐츠학과 교수) / 출처=IT동아

김종하 한라대학교 부총장(미디어광고콘텐츠학과 교수)은 개회사에서 “AI는 콘텐츠 생산 전 과정을 혁신하며 한류의 확산 방식과 글로벌 소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AI가 문화산업과 공영미디어의 미래를 어떻게 재편할지 탐구하고,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AI와 한류의 결합은 한국 문화의 새로운 도약이자, 글로벌 가치 창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사로는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김정환 KBS PD(박사)가 나섰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진홍 ICT르네상스 위원회 위원장, 전용주 아이윌 미디어대표가 함께 했다.

AI 시대,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 출처=IT동아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 출처=IT동아

첫 기조발제를 맡은 이경전 교수는 MBC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도입했던 ‘AI 하이라이트 서비스’ 사례를 통해 AI가 전통 미디어의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방송국은 단순히 콘텐츠를 송출하는 기관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플리토 등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통역/번역 서비스’를 미디어와 결합한 사례를 통해 AI가 언어 장벽을 허물고 미디어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전 교수는 “이러한 AI 기반 서비스는 과거 방송사가 ‘시청자를 알 수 없었던’ 일방향적 관계를 극복하고 일대일 기반의 관계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창곤 사무총장은 AI 기술이 스토리 제작을 넘어 배우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창작자와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시급함을 역설했다. 그는 “AI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감동을 창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AI 기술 발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무분별한 규제보다 창작물과 배우에 대한 보호와 정당한 보상에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AI, 한류 팩토리 비전 실현의 기회”

김정환 KBS PD(박사) / 출처=IT동아
김정환 KBS PD(박사) / 출처=IT동아

김정환 박사는 공영방송이 직면한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는 “KBS가 RF 기반의 일방향성 지상파 방송 단계에 머물러, IP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및 AI 미디어 생태계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4대(플랫폼, 신뢰, 콘텐츠, 경영) 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위기 극복을 위해 AI 기반의 글로벌 공영 미디어 테크 기업으로 근본적인 정체성 전환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이는 모든 미디어 기업의 공통된 문제로, AX가 이뤄져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KBS의 디지털 변혁(DX)을 위한 5대 축으로 ▲공익 알고리즘화 ▲멀티 플랫폼화 ▲글로벌 스튜디오화 ▲경영 효율화 ▲인적 혁신을 제안했다.

김정환 박사는 디지털 변혁의 중심에는 결국 기술이 사람이 있다고 봤다. 그는 “AI 공익 알고리즘을 도입해 전 영역에서 공정성과 다양성 중심의 의제를 정하고, 데이터 기반 공익 판단 시스템으로 한국형 공영 AI 윤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경영 전반의 합리성을 높이고, 기존 인력에게 AI 전환 교육을 제공하며 AI 마인드를 장착한 창의 인재를 선발해 AI 전환(AX)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공익을 재정의하는 기술”이라며, “상업 미디어가 ‘얼마나 벌었는가’를 묻는다면, 공영 미디어는 ‘얼마나 옳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류는 KBS의 사업일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며, “AI 통해 한류를 선도하는 한류 팩토리가 되겠다. 공영기업으로서 ‘가장 기술적인 공익기업, 그리고 가장 공익적인 기술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제 AI가 언어 장벽을 허물고, 콘텐츠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한류 콘텐츠를 더 넓은 세계 시청자에게 우리 문화를 전달하도록 돕는 시대가 왔다. AI가 산업 효율화와 콘텐츠 자동화를 이끌지만, 결국 그 끝에 남는 것은 ‘공공의 신뢰’다. AI가 미디어의 구조를 바꾸는 기술이라면, 미디어는 그 기술을 공익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기술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데이터의 시대에 공익을 설계하는 미디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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