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초창패 2025] 912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 음성 보안 기술, 피싱 폐해 줄인다”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고려대학교 소속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전화를 악용한 사기 행각 ‘보이스 피싱’의 폐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경찰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보이스 피싱 범죄 1만 6765건이 일어났다. 피해액만 8857억 원에 달한다. 보이스 피싱은 수 분에서 수십 분 사이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그러면서도 피해액은 크다. 그래서 대응보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와 정보통신기업은 다양한 보이스 피싱 방지 기술을 연구한다. 이 가운데 고려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기업 '912 커뮤니케이션'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보안 기술 '음성보안 AI'를 선보여 주목 받는다.

912 커뮤니케이션 임직원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912 커뮤니케이션 임직원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912 커뮤니케이션의 음성보안 AI는 사람의 목소리를 재현하거나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음성합성(Text To Speech, 이하 TTS)’ 기술에 인공지능을 적용, 전화 통화 중 민감 정보(생년월일, 주소, 주거래은행, 비밀번호 등)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윤정원 대표는 광고 대행사 재직 시절 TTS 기술을 접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음성 합성의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사람의 목소리를 단순히 듣고 생성하는 기술을 넘어 대화 내용을 분석,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윤정원 대표는 함께 일하던 연구원과 개발자들을 설득해 팀을 구성했다. “인공지능은 잘 쓰면 큰 효용을, 잘못 쓰면 심각한 폐해를 낳는다.”며, “AI의 폐해는 줄이고 효용은 극대화하자.”는 목표 아래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912 커뮤니케이션은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인공지능 음성 생성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응용해 전화 음성 보안 기술을 구현했다. 사용자가 통화 중 민감 정보를 말하면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자동으로 조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솔루션이 바로 ‘MUTARI’다. ‘목소리를 무탈하게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912 커뮤니케이션 MUTARI 소개 사진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912 커뮤니케이션 MUTARI 소개 사진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MUTARI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크다. 우선 스마트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보이스 피싱 위험을 알리는 경고가 표시된다. 이후 통화 중 민감 정보를 감지하면 MUTARI가 사용자 또는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경고 알림을 전송한다. 스마트폰을 쓰는 고령층 사용자와 이들의 보호자를 염두에 둔 조치다. 경고가 세 차례 반복되면 보다 적극 개입한다. 민감 정보 구간에 자동으로 노이즈를 삽입해 상대방이 내용을 명확히 들을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 이 기능은 실시간 통화뿐 아니라 통화 녹음에도 적용된다.

윤정원 대표는 “MUTARI는 단순히 보이스 피싱 경고 알림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피해를 차단하는 능동 기술”이라며 “보호자 알림 기능,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 대한 민감도 조절, 무료 이용 정책 등이 MUTARI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912 커뮤니케이션은 정부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며 기술 고도화를 추진했다. 여러 기관과 실증도 준비 중이다.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디딤돌)과 글로벌 R&D를 통해 TTS 기반 음성 보안 기술을 강화했고, 고려대학교 SLP Lab과 함께 전화 통화 중 민감정보 탐지 및 자동 노이즈 차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912 커뮤니케이션 MUTARI 소개 사진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912 커뮤니케이션 MUTARI 소개 사진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또한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은 912 커뮤니케이션의 안정적 사업화를 위해 연구 공간 제공, 투자 연계,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지원했다. 특히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동 연구와 기술 검증을 진행하며, 912 커뮤니케이션이 음성 보안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 같은 연구와 지원은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현재 912 커뮤니케이션은 국내외 특허 14건(출원·등록 포함)과 PCT(Patent Cooperration Treaty, 해외특허출원) 3건을 보유했다. 또한 관악 S밸리의 지원으로 CES 2025에 참가했으며, 미국·싱가포르·네덜란드·홍콩 등 해외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보이스 피싱 방지 기술을 한층 고도화하고 있다. 통화 중 민감 정보를 감지할 경우 경고 알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찰에 자동 신고하는 시스템도 올해 말까지 실험할 예정이다.

전시회에서 기술을 소개하는 912 커뮤니케이션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전시회에서 기술을 소개하는 912 커뮤니케이션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이와 함께 TTS 기술을 활용해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를 인식하고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로드킬 방지 기술도 개발 중이다. 자체 실험 결과 멧돼지 등 동물 소리의 인식률은 92%에 달했다.

윤정원 대표는 MUTARI 앱을 2025년 말 혹은 2026년 초 정식 출시할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지방 중소도시 고령층을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준비 중이다. 출시 이후에는 디지털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하고, 영업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 유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한 고령자의 통화 음성을 분석해 치매 등 인지저하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간단한 전화 통화만으로 인지 저하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의료·복지 분야와의 협력이 기대된다.

전시회에서 기술을 소개하는 912 커뮤니케이션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전시회에서 기술을 소개하는 912 커뮤니케이션 / 출처=912 커뮤니케이션

윤정원 대표는 “음성 보안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눈에 띄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공기 같은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