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세컨드클로젯 “작업복 렌탈/관리 플랫폼 ‘데어바이’로 시장 바꿀 것”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이유빈 세컨드클로젯 대표 / 출처=IT동아
이유빈 세컨드클로젯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영우 기자] 1970년대 이후 한국 제조업의 호황기를 거치며 작업복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작업복의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공급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히 구매하고 끝나는 전통적인 관행 속에서 기업들은 작업복 구매 외에도 세탁, 수선, 교체 등 예상치 못한 숨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의류 디자인 전문가 출신 이유빈 대표가 이끄는 '세컨드클로젯'이다. 이 회사는 작업복 렌탈 및 사후관리 토털 솔루션 '데어바이(THEREBY)'를 통해 작업복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의류 디자이너에서 작업복 혁신가로

이유빈 대표는 국내에서 의류 디자인을 전공한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와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는 오랜 기간 의류 업계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쌓았지만, 단순히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의류 시장에서 일하면서 단순히 만들고 파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사회적 문제나 기업의 과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제 전공을 살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이유빈 대표는 창업 계기를 밝혔다.

그는 2022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며 본격적인 창업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고 의류를 리폼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약 2년간의 사업 과정에서 작업복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업들의 재고 회전 문제 해결을 위한 리폼 사업과 여행객 대상 물품 보관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를 거치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끝에, 2024년 작업복 시장으로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을 단행했다.

특히 이유빈 대표는 유학 자금을 모으기 위해 현대중공업에서 2년간 배관 작업을 하며 매일 작업복을 착용했던 경험이 있다. "작업복은 작업자들이 편하고 안전해야 하는데, 1970년대 이후 디자인이나 기능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의류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세컨드클로젯은 자체 개발한 기능성 작업복을 선보였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세컨드클로젯은 자체 개발한 기능성 작업복을 선보였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작업자 친화적 디자인으로 차별화

세컨드클로젯은 자체 개발한 작업복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 저가 작업복은 내구성만을 우선했다. 그러다 보니 땀 배출이 잘 되지 않아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등의 많은 문제가 있었다. 세컨드클로젯이 만든 작업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업자 친화적 설계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이를테면 작업 시 종종 손상되는 밑위 (바지의 허리선에서 가랑이 부분까지) 부분에 입체 패턴을 추가해 내구성과 착용감을 높였다. 그리고 무릎 부분에 완충용 패드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다양한 도구를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포켓(왼쪽)과 완충용 패드를 넣어 무릎 부분을 보호할 수 있는 주머니(오른쪽) / 출처=세컨드클로젯
다양한 도구를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포켓(왼쪽)과 완충용 패드를 넣어 무릎 부분을 보호할 수 있는 주머니(오른쪽) / 출처=세컨드클로젯

그 외에 줄자나 펜 등 다양한 도구를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포켓(기능성 주머니)도 갖추고 있다. 기존 작업복이 단순히 손을 넣는 주머니 정도만 있었다면, 세컨드클로젯의 제품은 실제 작업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도구의 휴대까지 고려했다.

이러한 제품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이유빈 대표가 의류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덕분이다. 그는 직접 제품 디자인에 참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세컨드클로젯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한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세컨드클로젯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한다 / 출처=세컨드클로젯

“데어바이로 작업복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 일으킬 것”

세컨드클로젯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작업복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작업복의 주요 수요처는 기업이지만, 전통적으로 작업복을 단순히 구매하고 끝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다. 작업복 공급처가 몇 곳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제품 개선이나 유통 방법의 혁신에 소극적이었다.

세컨드클로젯이 제시하는 솔루션은 기존과 다른 렌탈 모델이다. '데어바이(THEREBY)'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작업복 렌탈과 사후관리를 결합한 토털 솔루션이다. 데어바이는 영어에서 부사로 쓰이며, 원인과 긍정적인 결과를 연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작업자들에게 더 편한 환경과 안전성, 효율성을 제공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단순히 작업복을 구매하는 기존의 방식이 얼핏 저렴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세컨드클로젯은 강조한다. 이런 기업은 세탁이나 수선 시설도 보유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담 인원도 고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시설을 구축하지 않고 세탁이나 수선이 필요할 때 마다 외주 업체에 맡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역시 효율적이지 않다.

매일 새 작업복 입는 느낌, 비용은 절감

데어바이 서비스는 이러한 비효율을 해소한다. 업체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작업자 1명당 매일매일 작업복을 교체해서 입을 수 있는 물량을 제공한다. 주 1회 방문하여 착용한 작업복을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작업복 세탁이나 수선 등의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일 깨끗한 작업복을 입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근로 환경이 훨씬 좋아진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기능의 작업복을 선택할 수 있다. 덕분에 기업의 사업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기존 작업복을 폐기하거나 교체할 필요 없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이유빈 대표는 강조했다.

작업복 구매나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 및 수고를 해소함으로써 기업은 더욱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ESG 경영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작업복을 이용할 수 있고, 작업복의 세탁이나 폐기에 따른 유해물질 발생도 억제할 수 있어 ESG 평가 지수를 보다 손쉽게 만족시킬 수 있다.

제조업부터 요식업까지 확대 가능

데어바이 서비스는 제조업이 가장 대표적인 타겟이다. 정유화학 등도 물론 포함된다. 하지만 이유빈 대표는 일반적인 작업복 외에 요식업, 호텔 서비스업 등 유니폼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작업복 대여 서비스나 세탁 서비스 등은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작업복의 제조 및 렌탈, 사후지원까지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은 사실상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유빈 대표는 차별점을 강조했다.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한 로고 및 패키지를 소개하는 이유빈 대표 / 출처=IT동아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한 로고 및 패키지를 소개하는 이유빈 대표 / 출처=IT동아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프로그램 통해 사업 방향 잡아

스타트업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이유빈 대표는 "결국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한 빠른 검증으로 바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전에 울산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사전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며 "단순한 패키지 지원을 넘어 브랜드 구축 및 브랜딩, 마케팅 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서포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습니다"고 평가했다. 특히 브랜딩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단순히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 이를 현실에서 팔 수 있는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었습니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지원으로 그는 브랜드 개발 전문 기업인 '브랜드디렉터스(대표 전진수)'와 3개월에 걸쳐 협업하여 로고나 패키징 등을 개발했다. 톱니바퀴 모양의 로고를 통해 산업 현장과 관련된 브랜드임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비정형적인 로고를 통해 산업의 다양성을 담고자 했다. 의류에 들어가는 택, 스티커, 포장 박스 등도 데어바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이유빈 대표는 밝혔다.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의 만남을 통한 네트워크 보강도 기대됩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울산을 거점으로 작업복 시장 혁신

울산을 사업 거점 중 하나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유빈 대표는 "울산은 가장 큰 국가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합니다"며 "제조업체, 조선소, 자동차, 석유화학 등 다양한 업체가 있어 작업복 수요도 많을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및 규모의 기업이 있어 시장이 큽니다"라며 "유용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유빈 대표는 "데어바이는 제가 의류 디자이너로서 산업 현장에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꿈을 다양한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수단"이라며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작업복 시장은 전통적 관행이 지배적이었지만, 세컨드클로젯의 데어바이는 이를 거부한다. 의류 디자이너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차별화된 제품, 그리고 렌탈과 사후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작업복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세컨드클로젯의 행보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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