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꿈꾸는 인베랩의 도전 "AI·드론으로 생태계 복원"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타운]
[서울시립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 임팩트(Seoul Impact)’ 사업을 시작으로, '가장 서울다운 영향력, 가장 세계적인 가치'를 비전으로 내세워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을 선도합니다. 특히 AI 기반 도시혁신과 소셜임팩트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서 지역활성화 분야 우수 사례로 선정됐으며,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서울시립대학교가 육성 중인 AI 스타트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혁신 성과를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생태계 피해가 심각하다.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서양등골나물 등과 같은 생태계 교란 식물도 국내 곳곳을 뒤덮으며 자생종을 위협한다. 이들은 빠르고 강한 번식력으로 토착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피해와 알레르기 유발 등으로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 피해 지역 범위 역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생태계 교란 식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광범위한 현장 조사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데다가 제거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네이처테크 스타트업 주식회사 인베랩(InvaLab)이 AI, 드론, IoT 기술 등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신원협 인베랩 대표를 만나 사업의 방향성과 목표를 들어봤다.
생물다양성 분야 전문성으로 뜻밖의 창업 결심
2023년 설립된 인베랩은 생태계 교란 식물 방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침략' 또는 '침투'를 뜻하는 '인베이전(Invasion)'에서 영감을 받아 사명을 지은 신원협 대표는 "'생태계 교란 식물의 침략을 막고, 원격 탐사 기술로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침투해 생물다양성을 정량화하겠다'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생물종, 생태계, 유전자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한다. 생태계 기능 유지 기반이 되는 만큼 중요하다.

인베랩의 설립일인 9월 7일은 국제기구 유엔(United Nations, UN)이 지정한 '푸른 하늘의 날'이다. 푸른 하늘의 날은 환경오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오염 저감과 청정 대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2020년부터 기념한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최초의 유엔 공식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신원협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8년 서울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전공으로 석사 졸업을 앞두고,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의 태국 방콕 지역사무소 인턴 기회를 얻어 약 6개월 동안 근무했다. 이때 사회와 기후 이슈는 가속화되는데 기술이 있어도 조직적 거버넌스 문제로 해결 속도가 느린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조직 특성상 잦은 인사 이동으로 추구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2024년 조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자연환경 생태계 분야의 전문성을 키웠다.
또 식물생태학 관련 분야를 꾸준히 연구한 신원협 대표는 "식물생태학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력집약적 분야지만, 고된 현장 업무와 낮은 처우로 인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면서 "현장 자료 취득부터 분석까지 노동이 배가되는 구조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빠른 솔루션 적용을 위해 자연스럽게 인베랩을 창업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정밀 진단부터 맞춤형 실행까지 통합 솔루션 제시
인베랩은 자연환경 생태 복원에 과학적 근거 기반의 핵심 기술을 더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핵심 기술은 정밀 진단(모니터링)과 맞춤형 실행(복원)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정밀 진단은 다분광 드론과 일반 고해상도 드론 영상을 융합 분석하는 원격탐사 기법을 활용한다. 현재 생물 탐지 정확도를 95%까지 확보한 상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까지 생물을 정량화하는 것. 이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인베랩은 자체 개발한 시드볼(Seed Ball)을 생산 및 파종하며 맞춤형 실행이 이뤄진다. 복원에 필요한 시드볼의 기능과 수량을 적절하게 판별하는 것도 핵심 기술인 셈이다.
신원협 대표는 "의료 분야의 영상 진단 기술인 씨티(Computed Tomography)나 엑스레이(X-ray) 장비는 많지만, 이를 촬영한 이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베랩도 마찬가지다. 드론 촬영 이미지와 생태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시드볼의 기능과 수량을 판별하는 등 독자적 기술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인베랩에서 선보이는 솔루션은 ▲네이처 블리츠(NATURE Blitz) ▲네이처 X(NATURE X)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처 블리츠는 훼손지 복구 및 복원을 위한 맞춤형 시드볼 제품이다. 자생종의 기능적 경쟁 원리를 반영해 종자를 선별, 적합한 토양과 영양 물질을 배합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관련 특허 2건과 SCI급 논문 9건을 보유한 국내 최고 수준의 대안 식물 기술력이 강점이다. 기존 관리 방법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고, 드론 운용으로 인력 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접근 제한 지역에서도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모니터용과 파종용 드론을 분리해 운용하는 것도 인베랩의 특징이다. 모니터용에는 라이다(LiDAR) 센서나 다분광 센서를 장착한 소형 드론을 사용하고, 파종에는 25kg 이상의 농업용 대형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이때 파종하는 임펠라 모듈의 경우 인베랩에서 보유한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네이처 X는 원격 탐사를 통해 생성한 공간 내 정량 데이터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형태의 플랫폼으로 현재 개발 중이다. 축적된 공간 정량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기업의 ESG 성과 평가와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 장기적 공간 관리 의사결정도 지원한다. 이에 대해 신원협 대표는 "훼손 지역에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게 아니라, 어떤 생물이 추가로 들어오고 탄소배출권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정량화해 더 많은 성과나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인베랩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하지만 낯선 생태복원 분야…설득 과정에 어려움
인베랩은 신원협 대표를 포함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및 공과대학원 석박사급 연구진 3명과 함께 출발, 현재 7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2023년 '이노베이션캠프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2024년 'CBC KOREA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각각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4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창업중심대학 초기 창업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과 팁스(TIPS) 지원사업에도 선발되는 등 성과를 냈다.

이러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베랩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부담감은 물론 생태복원이나 생물다양성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고객사 및 투자자를 설득한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신원협 대표는 "생태복원은 경쟁사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장이 아니라 수요자를 찾고 고객사를 설득하는 데 비용이 더욱 많이 드는 편"이라며 "불투명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시장을 계속 정량화하고 사회에 의미 있는 것을 기술적으로 풀어간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은 여전히 인베랩의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베랩은 독자적인 기술과 정부 및 민간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PoC(개념 증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생태복원 시장 개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며 네트워크 역시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디자이너를 영입해 고객 친화적인 브랜딩에도 힘쓰고 있다. 신원협 대표는 "생물다양성이라는 표현이 어렵게 느껴지면 인베랩의 미션도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객 친화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창업경진대회서도 인정받아 해외 진출까지 목표
인베랩은 올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글로벌 창업경진대회 'Creative Business Cup 2025'에 한국 대표로 참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인베랩의 자연 기반 생태복원 솔루션이 국제 무대에서도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받은 것. 이에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를 계기로 인베랩의 목표는 더욱 명확해졌다. 글로벌 생물다양성 관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특히 산불이 빈번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같은 지역에서 대규모 재해 발생 후 재발하지 않도록 '회복탄력성' 있는 복원 계획을 제공하고자 한다. 신원협 대표는 "단순히 나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방화림이나 덜 타는 수종을 배치하고,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플래시포레스트(Flash Forest), 호주의 덴드라(Dendra) 같은 인베랩의 해외 경쟁사도 있지만, 이들 역시 5년 전후의 신생 기업으로 아직 입증 단계다. 신원협 대표는 "인베랩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성과를 판매한다고 생각한다"며 "파타고니아처럼 기업의 비전을 고객에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베랩은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인베랩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을 꿈꾸며 성장하고 있다.
한편 인베랩은 올해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타운의 AI 임팩트 랩 입주 기업에 선정됐다. 신원협 대표는 "AI 임팩트 랩 입주 기업에 선정된 후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았다. 인베랩의 제품과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인베랩에 필요한 세미나를 신청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이외에 멘토링과 컨설팅 등 서울시립대 캠퍼스타운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