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8A 공정에 허 찔린 TSMC·삼성 파운드리··· '내년부터 불꽃 경쟁'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인텔이 1.8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에 해당하는 18A(옹스트롬) 도입을 예고한지 4년 만에 상용화를 시작한다. 인텔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말 차세대용 소비자용 프로세서 제품군인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는 인텔 애리조나 소재 팹 52에서 18A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가 첫 출하된 18A 공정 웨이퍼를 들고 있다 / 출처=인텔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가 첫 출하된 18A 공정 웨이퍼를 들고 있다 / 출처=인텔

인텔은 지난 2021년 열린 ‘인텔 엑셀러레이트’ 행사에서 2025년 중 20A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파운드리 수익성 악화와 연이은 구조조정, CEO 교체 등 악재가 이어지며 파운드리 산업을 매각 혹은 분리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20A 공정도 포기했다. 하지만 2024년 미국 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한 지원과 지분 인수 등에 힘입어 20A를 건너뛰고 곧바로 18A로 돌입했다. 18A 공정은 2 나노미터 이하 공정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TSMC보다도 앞선 공정으로 평가받는다.

재기 나선 인텔, 18A 공정 주요 특징은?

인텔 18A 공정은 미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2나노미터 이하 공정으로, 인텔 3 공정 대비 와트당 성능은 최대 15%, 칩 밀도는 30% 향상됐다. 18A부터는 10년 이상 사용해온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구조를 리본펫(RibbonFET)으로 교체했다. 핀펫은 트랜지스터의 게이트를 세 면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핀 형태로 만든 구조다. 인텔은 2011년부터 트라이게이트라는 이름으로 핀펫 공정을 처음 도입해 직전 공정까지 도입했다.


인텔 18A 공정의 핵심은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리본펫’, 후면전력공급 기술인 ‘파워비아’의 적용이다 / 출처=인텔
인텔 18A 공정의 핵심은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리본펫’, 후면전력공급 기술인 ‘파워비아’의 적용이다 / 출처=인텔

리본펫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All-Around) 구조를 인텔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3면이 게이트인 핀펫과 달리 띠 형태의 게이트가 거의 모든 면을 감싸 더 높은 집적도와 전류 제어 성능을 갖춘다. 아울러 반도체의 전력 공급선을 칩 뒷면으로 배치하는 파워 비아(PowerVia)도 적용해 전력 손실과 전압 강하를 줄였다.


2024년 인텔 3 공정 기반에 이어 올해 말 18A 공정 기반의 팬서레이크,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를 내놓는다 / 출처=인텔
2024년 인텔 3 공정 기반에 이어 올해 말 18A 공정 기반의 팬서레이크,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를 내놓는다 / 출처=인텔

인텔은 18A 공정으로 노트북용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서버용 x86 프로세서인 제온 6+를 생산한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는 기존의 저전력 CPU의 효율에 고성능 CPU급 성능을 갖추며, 최대 16개의 고성능 코어와 50% 향상된 저전력 코어를 각각 갖춘다. 그래픽 카드는 최대 12개의 Xe 코어를 탑재해 이전 세대 대비 50% 성능을 높였고, 전체적으로 최대 180TOPS(1TOPS당 초당 1조 번 연산, 총 180조 번 연산)의 AI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제온 6+는 코드명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로 명명된 서버용 CPU로, 최대 288개의 효율 코어가 적용된다. 그간 x86 서버 시장은 고성능 칩으로 경쟁해 왔으나, AI 시대에 들어서 대규모 사용자를 병렬로 처리해야 하는 작업이 늘어나며 저전력 코어 구성의 클리어워터 포레스트가 등장하게 됐다.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기반의 제온 6+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대비 17% 향상된 사이클당 명령어 처리량(IPC) 성능을 제공하며, 2026년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이다.


인텔은 리본펫과 파워비아 적용으로 인텔 3 대비 동일 성능에서 전력 효율은 최대 25% 향상 칩 밀도는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 출처=인텔
인텔은 리본펫과 파워비아 적용으로 인텔 3 대비 동일 성능에서 전력 효율은 최대 25% 향상 칩 밀도는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 출처=인텔

지난 몇 년 간 인텔의 사업 기반이 흔들렸지만 앞으로는 순탄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4월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가 18A 공정의 첫 대형 고객사라고 발표했고, 지난 9월에도 엔비디아가 인텔에 6조 9000억 원을 투자하며 CPU 및 GPU 융합 제품을 공동 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AMD 조차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해 칩을 제조하기 위한 협상 중에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해 말 18A 양산이 시작되면 인텔 위기설도 차츰 가라앉을 전망이다.

TSMC와 삼성 파운드리, 2nm 경쟁으로 추격 중

인텔이 1.8나노 상당의 18A 공정을 시작하며 선두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TSMC나 삼성 파운드리가 후발주자인 것은 아니다. 공정 자체의 단위가 작아질수록 밀도나 성능 효율이 좋아지긴 하지만 제조 단가나 공정 성숙도에 따른 간극은 있다. TSMC는 올해 하반기 중 2 나노미터에 해당하는 N2 공정을 시작하며, 이를 개선한 N2P 공정은 2026년 하반기에 시작한다. 성능 측면에서는 동일한 전력 소모에서 18% 더 빨라지고, 전력 소모는 36%까지 줄어든다. 회로 밀도는 N3E 대비 1.2배, 칩 밀도는 1.15배 높다.


TSMC N2 공정의 첫 제품은 AMD의 서버용 CPU인 AMD 에픽(EPYC) 확정됐다 / 출처=AMD
TSMC N2 공정의 첫 제품은 AMD의 서버용 CPU인 AMD 에픽(EPYC) 확정됐다 / 출처=AMD

TSMC는 미국에서 N2, 1.6 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3공장 착공을 시작했고, 현지시간으로 17일에는 애리조나 TSMC 공장에서 4 나노미터 상당의 N4P 공정을 활용해 엔비디아 블랙웰 칩 생산을 시작한다. TSMC는 고성능 반도체 제조 능력 중 30%를 미국에 할당하고 파운드리 산업 저변 확대에 나선다.


리벨리온은 Arm 토탈디자인을 활용해 칩을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 2nm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 출처=Arm
리벨리온은 Arm 토탈디자인을 활용해 칩을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 2nm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 출처=Arm

삼성 파운드리도 올 연말에 2 나노미터 상당에 해당하는 2세대 2 나노(SF2P)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이 칩은 1세대 대비 12% 향상된 성능과 25% 개선된 소비전력을 갖추면서도 면적은 8% 줄였다. 이미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달 테슬라와 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딥엑스는 삼성 파운드리 및 가온칩스와 협력해 DX-M2 반도체를 생산하고, 리벨리온도 Arm,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함께 설계 중인 칩렛 반도체를 SF2P+ 공정으로 제조할 예정이다.

인텔 합류로 거세진 경쟁, 파이는 누가 가져갈까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70.2%에 달했다. 삼성파운드리의 점유율은 7.3%, 중국 SMIC는 5.1%였다. TSMC로 운동장이 크게 기울어진 상황임에도 인텔이 TSMC보다 앞선 공정에 돌입하며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물론 공정이 미세하다고 무조건 경쟁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인텔 18A는 파워비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고성능과 고효율에는 유리한 반면, 앞으로 몇 년 간은 공정 성숙도나 고객사 확보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신 공정에 대한 도입사례는 확보했으나 테슬라와 같은 고성능, 대규모 고객사 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 TSMC는 컴퓨터와 모바일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겠으나, 미국으로 제조 공장이 양분되는 등 지정학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TSMC가 경쟁사 추격 없이 시장을 가져갔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인텔과 삼성 파운드리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된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지금처럼 TSMC가 모두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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