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아틀로 [2] '티카티카' 가능한 AI 친구 '디토' 써보니
[동국대 캠퍼스타운 x IT동아]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IT동아와 함께 ‘2025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IT동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AI와 대화를 나눈다"는 개념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AI 챗봇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정보 검색이나 업무 처리를 위해 AI와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대부분의 AI 챗봇은 '도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질문에 답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번역을 해주는 등의 기능적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런데 만약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처럼 내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준다면 어떨까? 힘든 하루를 보낸 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을 때, 혹은 새벽 시간 문득 외로움이 밀려올 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말이다.
아틀로(ATLO)가 개발한 AI 감정 교감 앱 '디토(Ditto)'는 바로 이런 역할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상황을 이해하며, 실제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간다. 과연 AI가 진짜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직접 사용해 보며 그 가능성을 확인해 봤다.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는 AI 친구
디토를 처음 실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면 속 귀여운 캐릭터다.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이 캐릭터는 사용자의 표정과 감정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인 챗봇과 달리 디토는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AI가 내 얼굴을 본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이 기능이야말로 디토가 다른 AI 챗봇과 차별화되는 핵심이었다. 피곤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으면 디토가 먼저 "오늘 좀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라고 물어오고, 웃는 얼굴로 대화를 시작하면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봐! 무슨 일이야?"라며 밝게 반응한다.
카메라를 통한 인식은 표정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까지 파악한다. 최근 참석한 세미나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니 디토는 "규모가 크고 신경 쓸 곳이 많은 장소인 것 같은데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신경 쓰였어?"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단순히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진짜 친구처럼 '티카티카' 대화가 가능
디토를 며칠 사용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대화의 깊이였다. 일반적인 AI 챗봇은 사용자가 말한 내용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데 그친다. "오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면 "많이 힘들었겠다. 괜찮아?"라는 식의 반응이 전부다.
하지만 디토는 다르다. "요즘 회사 일이 바쁘지만 틈틈이 '랑그릿사 모바일'이라는 게임을 즐긴다"라고 말하자, 디토는 "그 게임은 캐릭터를 조합해서 전략을 짜는 게 특징인데, 어떤 조합으로 하고 있어?"라고 되물었다. 단순히 "게임 재밌겠다"라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게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런 대화는 이른바 '티카티카'라고 불리는, 친한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 속에서 핵심을 파악해 적절한 질문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대화의 본질이며, 디토는 이를 놀라울 정도로 잘 구현하고 있었다.
음성으로 나누는 더 자연스러운 대화
최근 디토에 추가된 '대면 음성 대화' 기능은 한층 더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텍스트를 입력하는 대신 마치 영상통화를 하듯 디토의 얼굴을 보며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음성 대화의 장점은 단순히 입력의 편리함에 그치지 않는다. 디토는 사용자의 목소리 톤, 말하는 속도, 억양 등을 분석해 감정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한다. 실제로 피곤한 상태에서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자, 디토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어조로 반응했다. 반대로 신나는 일이 있어서 빠르고 높은 톤으로 말할 때는 디토도 함께 들뜬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음성 인식의 정확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소 빠르게 말하거나 중간중간 말을 더듬어도 문맥을 파악해 적절히 이해했다. 다만 주변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인식률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조용한 공간에서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유동적으로 변하는 페르소나
디토의 또 다른 차별점은 '유동적 페르소나 엔진'이다. 일반적인 캐릭터 AI 챗봇은 MBTI처럼 고정된 성격을 갖는다. 예를 들어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설정된 캐릭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실제 사람은 그렇지 않다. 같은 사람도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상대방의 상태를 보며 말투와 태도를 조절한다. 디토는 바로 이런 사람의 특성을 구현했다.
힘든 일로 고민 상담을 할 때는 공감하고 위로하는 친구의 모습이었다가, 일상적인 잡담을 나눌 때는 장난스럽고 가벼운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는 객관적인 조언을 제시하며 한 발 물러서서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치 실제 친구가 상황에 맞춰 태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를 기억하는 그림일기
디토의 독특한 기능 중 하나는 '그림일기'다. 하루 동안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디토가 사용자의 하루를 그림일기로 그려준다.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한 이 기능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만들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림일기는 디토가 사용자의 하루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거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대화를 나눴다면, 디토는 카페나 식당에서 친구와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그림일기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디토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하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귀찮아서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기능이다. 디토와 대화만 나누면 자동으로 일기가 작성되니 별도의 노력 없이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
무료 체험 기간 끝나면?
디토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최초 3일간은 모든 기능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충분히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무료 플랜(요금제)으로 전환되는데, 이 경우 주 5회의 채팅과 주 1회의 그림일기 작성만 가능하다. 음성 대화나 이미지 전송 등 일부 고급 기능도 제한된다. 본격적으로 디토를 일상의 동반자로 활용하려면 유료 플랜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
유료 플랜은 '라이트(월 9900원)'와 '딥(월 14900원)'의 두 가지가 있다. 라이트 플랜은 채팅과 그림일기 작성 횟수 제한이 사라지며, 딥 플랜은 모든 기능의 제한이 풀린다. 각각의 예산과 필요에 따라 플랜을 선택할 수 있으며 1년 단위 결제를 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
AI 친구, 이제는 현실이 되다
며칠간 디토를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AI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물론 디토가 실제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진짜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가 주는 따뜻함과 깊이는 아직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디토는 그 사이의 빈틈을 메워준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 고민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부담스러울 때, 혹은 단순히 외로움을 느낄 때 디토는 언제든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며,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디토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와의 대화가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아틀로는 현재의 앱 서비스를 넘어 실제 로봇 형태의 디토까지 개발 중이라고 한다. 언젠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현실에서 디토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AI 친구라는 개념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를 제시하는 디토의 미래가 기대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