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이센 “움직임으로 읽는 건강…퇴원 후 환자 회복 돕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꾸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자가 재활은 쉽지 않으며, 간단한 경과 확인을 위해 병원을 재방문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의료진 역시 3~6개월 간격의 외래 진료 사이에 환자의 상태 변화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이 간극을 메우고 있다. ㈜이센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활 모니터링부터 비대면 진료까지 실현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주력 솔루션인 ‘이센케어’는 보행분석 의료기기로 신체 기능검사 데이터를 수집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재택 재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뇌질환 비대면 진료 보조 시스템 ‘미리케어’는 환자의 퇴원 후 건강관리와 비대면 진료를 돕는다. 이센은 환자가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정밀한 기능 검사와 재활 및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한다.
의료 기술만큼 중요한 퇴원 후 관리에 집중
유의식 이센 대표는 과거 의료기기 기업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 경험에서 그는 국내 의료 기술 수준이 선진국과 견줄 만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수술의 성공만으로는 환자의 온전한 회복을 보장할 수 없으며 퇴원 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유의식 대표는 “성공적인 수술 이후 환자가 퇴원하면, 의료진이 상태를 모니터링할 방법이 없었다. 환자들도 수술 후 집에서 재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워 한다”고 말하며, 이 회복의 빈틈을 메우고자 이센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이센의 솔루션은 환자의 퇴원 이후를 데이터로 연결한다. 그는 “환자가 어디서든 스스로 회복 과정을 관리하고, 의료진과 동일한 정밀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이센케어, 검사실 필요없는 이센 트래커 활용
이센은 핵심 디바이스 ‘이센 트래커’를 기반으로 2가지 핵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관성 측정 장치(IMU) 센서를 탑재해 무릎각, 보행속도, 보폭, 관절 각도 등 환자의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이센케어는 이센 트래커와 보행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발된 기능 검사 및 재택 재활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병원에서 트래커와 모바일 앱을 연동하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유의식 대표는 “별도 검사실이 필요 없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존에는 트레드밀 등 고정형 장비가 필요해 의료 접근성이 낮았다. 반면 이센 트래커는 착용 후 걷는 것만으로 검사가 완료된다”며, “이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환자의 이동 부담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이센케어는 병원 내 검사 외에 환자의 재택 재활에도 적극 활용된다. 앱에서는 동영상 기반의 재활 운동 가이드가 제공된다. 환자는 병원별 재활 프로토콜에 맞춰 초기, 중기, 말기 등 회복 단계별로 매주 다른 운동 루틴을 수행할 수 있다.
이센은 AI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의 정확도와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AI 기반으로 임상 데이터와 센서 데이터를 매칭하면, 신체 기능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의식 대표는 “걸음은 여섯 번째 감각이다. 인간의 움직임 데이터에는 신경, 인지, 근력, 골격, 기능 등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이 반영된다”며, “데이터가 충분히 누적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진단을 넘어 환자의 움직임 패턴 변화로 질병을 미리 파악하는 예측 및 예방 단계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환자의 재활도 돕는다. 유의식 대표는 “정확한 보행 분석과 기능 평가는 곧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 데이터 기반 객관적인 피드백은 환자가 스스로 회복 상태를 점검하며 운동에 대한 동기를 갖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내 주요 5개 대학병원과 120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 임상 연구에서 이센케어를 활용한 실험군은 12주 후 보행 속도가 약 세 배 빠르게 늘었다. 무릎 굽힘 각도도 2.5배 더 크게 개선됐다. 환자 만족도는 92%가 ‘매우 만족’으로 응답했고, 의료진은 환자 대기 시간과 주간 초과근무 시간을 각각 30% 이상 절감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리케어, 퇴원 후 건강관리·비대면 진료 제공
미리케어는 뇌졸중 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 보조 시스템이다. 이센케어가 신체 기능 측정과 재활에 초점을 뒀다면, 미리케어는 일상 데이터 수집과 뇌졸중 환자의 비대면 진료 지원에 특화돼 있다. 환자가 기록하는 활력 징후, 신체 기능 변화, 설문 등 일상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통합적으로 공유된다.
의료진은 미리케어를 기반으로 환자의 일상 건강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처치 및 보톡스 시술 후 결과를 확인하거나, 출혈과 통증 경과에 따라 처방약을 변경하는 식이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을 상담해주고, 주의사항 안내와 맞춤 교육 영상을 제공해 회복을 돕는다. 화상 진료 기능도 지원해 전화 연락 외 비대면 진료의 보조 도구로 활용된다. 유의식 대표는 “핵심은 대면 진료 간격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뇌졸중 환자가 이상 징후를 조기 발견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실증특례로 서비스 확장…글로벌 진출 목표
2018년 설립된 이센은 현재 국내 15개 대학병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이비인후과에 1등급 의료기기 이센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헬스케어 시스템 관련 특허 13개를 등록 및 출원했고, 이센 트래커의 KC 인증, ISO 인증을 완료했다.
이센은 서울홍릉강소특구의 연구개발 자문, 시제품 제작, 실증 특례 등 전방위 지원을 받으며 실증과 개발을 병행해왔다. 특히 미리케어의 실증 특례 종료에 맞춰 확산을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 안암병원과 진행한 뇌졸중 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 실증 특례 사업을 지난 3월 완료했다. 올해는 규제 특례를 2년 연장해 실증 대상 질환을 파킨슨병으로 확장했다. 유의식 대표는 “이센의 센서 기술은 정상 범주와 확연히 구별되는 질환에서 높은 유효성을 검증하기 용이하다”며, “향후에는 근감소증 등 다양한 질환으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가 완화됐지만, 약 배송 등과 같이 안전성 문제로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 이센은 이러한 규제 영역을 선도적으로 실증하며, 향후 법령을 정비할 때 필요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센은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 진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FDA 및 유럽 적합성(CE) 인증 획득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즉시 도입 가능하도록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
유의식 대표는 “이센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고, 데이터 기반의 움직임에 대한 통찰을 통해 단순한 회복을 넘어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라며, “환자에게는 단축된 고통과 빠른 회복을, 의료 시스템에는 효율성을, 사회 전체에는 질병 예측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