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연구소 "해외 태권도장 돕는 ‘AI 마케터’ 개발했다"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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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기 요망진연구소 대표 / 출처=IT동아
최성기 요망진연구소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영우 기자] 자영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본업보다 부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태권도장 관장의 경우, 수련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회원 관리, 홍보 마케팅, 세무 처리 등 복잡한 행정 업무에 치이게 된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자영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이다.

'요망진연구소(대표 최성기)'는 바로 이런 문제에 주목한 스타트업이다. 28년간 IT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최성기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자영업자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른바 AI 마케터다. 특히 미국 태권도장 시장을 첫 타깃으로 삼아 '스텝 AI 매니저(STEP AI Manager)'라는 독특한 서비스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취재진은 최성기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그리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미래를 살펴봤다.

- 최성기 대표는 다양한 기업에서 많은 경험을 거친 분이라 들었다.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는데, 어떤 계기로 태권도장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 저는 19세 때부터 창업을 시작해 IT 분야에서 28년간 일해왔다.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디자인, 서버 관리, 웹마스터를 거쳐 30대부터는 프로젝트 매니저(PM)와 사업 기획을 주로 했다.

요망진연구소는 2020년 12월에 창업했는데, 원래는 가상현실(VR)과 여행을 결합한 사업으로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6개월간 거주하며 시장 조사도 하고 모델 검증도 했다. 관광공사에서 관광벤처로 선정되는 등 초기에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실제 고객들과의 괴리가 있었고, 지인이나 IT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조사하다 보니 실수요자와의 접점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미국 수련생들이 여름방학 때 한국 투어를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고, 2023년 잼버리 때 "잼버리보다 태권도 때문에 한국을 오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2024년 내내 한국으로 투어 오는 팀들과 함께 다니며 미국 태권도 시장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게 됐다. 이런 미국 태권도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스텝 AI 매니저 서비스다.

- 미국 태권도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첫 시장으로 선택했나?

: 미국에는 약 1만5000개의 태권도장이 있다. 한국의 2배 정도 되는 규모다. 더 놀라운 건 이 중 70~80%가 순수 미국인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한국인이나 재미교포가 주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현지인 관장님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50여년 동안 미국에 태권도의 브랜딩이 잘 되어서 그런지 오히려 미국에서 한국보다 태권도에 대한 존경심이나 가치가 높게 느껴진다. 이건 한국인으로서는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장이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태권도장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스텝 AI 매니저(STEP AI Manager)' / 출처=요망진연구소
미국 태권도장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스텝 AI 매니저(STEP AI Manager)' / 출처=요망진연구소

- 스텝 AI 매니저의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 기존 도장 관리 시스템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 저도 자영업을 해봤고, 스마트 관광 사업을 하면서 식당이나 박물관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많이 만났다. 이분들은 자기 전문 분야를 좋아해서 창업했지만, 실제로는 홍보, 운영, 세무 처리, 회비 수납 등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태권도 사범님들은 평생 태권도만 수련한 분들이라 전산 시스템 활용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시장에 ERP 솔루션이나 마케팅 홈페이지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걸 활용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챗GPT처럼 대화 기반으로 단순화시켰다. 로그인하면 AI 매니저가 먼저 제안을 한다. "어제까지 문의가 몇 개 들어왔고, 체험 스케줄 신청이 몇 개 있는데 검토가 필요합니다"라고 말이다. 사용자는 그저 확인하고 지침만 내리면 AI가 처리한다.

- 회원 관리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시스템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것 같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 기존 시스템들은 대부분 회원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학원비 결제를 도와주고 거기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미납 관리, 카드 자동 납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태권도장 관장님들과 얘기해보니 더 큰 고민이 있었다. 태권도장은 특성상 자연 감소분이 있다. 수련이 끝나거나 도중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한 달에 3~5% 정도 된다. 100명 규모 도장이라면 매달 3~5명씩 줄어드는 셈이다. 그 이상의 인원을 계속 보충하지 못하면 도장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신규 회원 모집에 특화된 AI 마케터 기능을 중심에 두고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웹사이트 활용도가 높다. 스텝 AI 매니저는 도장 웹사이트를 리뉴얼하고, SNS 콘텐츠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서 방문자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유도한다. 그리고 자동으로 상담해주는 AI 챗봇 및 Q&A 메시징 시스템, 체험 클래스 등록 도우미 같은 기능도 있다.

회원 관리 기능의 경우는 이미 많은 도장들이 기존에 도입한 시스템을 쓰고 있어서 교체하기 어렵다. 새 시스템으로 바꾸려면 모든 회원들한테 카드 등록이나 결제를 다시 요청해야 하는 등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틈새 시장인 마케팅 솔루션으로 먼저 진입한 후, 고객과 신뢰가 쌓이면 회원관리를 비롯한 기존 시장으로 점점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실제 도입 사례와 성과가 궁금하다. 어떤 효과가 있었나?

: 6월에 클로즈드 베타를 시작했고, 8월부터는 오픈 베타로 6개 도장에 추가 도입했다. 우리 파트너인 김대륭 사범의 도장은 노스캐롤라이나에 2곳이 있는데, 여기서 3~4개월 정도 운영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웹사이트 접근율은 작년 대비 2배 증가했고, 문의 후 체험 클래스 전환율도 18% 증가했다. 가장 놀라운 건 매니저가 상담 전화 받거나 이메일에 답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들어 85%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니 학생들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김대륭 사범은 2002년 아시안게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다. 진짜 태권도인이고, 미국에서 20년간 도장을 운영한 분이다. 이런 분이 우리 솔루션의 가치를 믿으며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 1년에 한 번 태권도 스쿨 오너들이 모여서 비즈니스 세미나를 한다. 200~400명 정도의 관장들이 참석하는 큰 행사다. 거기서 우리 제품을 발표하고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 이달 개최 예정인데 기대가 정말 크다.

미국 현지 태권도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최성기 요망진연구소 대표 / 출처=요망진연구소
미국 현지 태권도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최성기 요망진연구소 대표 / 출처=요망진연구소

- 서울과기대의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떤 도움을 받았나?

: 서울과기대의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오라클과 협업하는 ‘미라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를 사용해 빠르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다. 그리고 OCI는 AI 개발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하는데, 이게 정말 큰 장점이었다.

또한 최근 서울 투자자 포럼(서울 인베스터 포럼 2025)에서 오라클 세션에 초청받아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해외의 투자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도 얻었다. 거기서 만난 해외 액셀러레이터가 우리 사업에 관심을 보여서 다음 주 LA에서 후속 미팅도 예정되어 있다.

오라클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를 주는 부분도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우리가 알아서 만들었다"라고 하는 것보다, "오라클의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좀더 높은 신뢰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 운영은 항상 어렵다. 특히 해외 시장 개척은 더욱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자금 조달과 인력 문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도전 정신과 신기술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제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저희 직원들이나 새로 합류하는 분들한테 제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전을 계속 보여주면 따라오게 되어 있다.

자금도 마찬가지다. 투자받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되다 보니 SI(시스템구축) 용역 같은 것도 하면서 자금을 확보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 과제도 많이 받고 있는데 이 역시 큰 도움이 된다.

- 향후 계획은? 태권도장 외에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인가?

: 일단 미국 태권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게 목표다. 태권도 시장에서 안착한 후에는 수많은 자영업 분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미국 자영업 시장은 정확하진 않지만 1000조 달러 수준이라고 들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시장이다. 우리는 미국 자영업자의 동반자로 자리잡고 싶다.

일단은 미국에 집중하지만, 향후에는 유럽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도 넓히고, 동남아나 중국 같은 시장도 검토할 것이다.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무대는 넓으니까.

제가 많은 사업을 해봤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여건에 놓이게 된다. 미국 태권도 관장님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분들도 같은 고충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텝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분들의 동반자가 되어 밝은 미래를 열고자 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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