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은 회사가, 위험은 직원이? 발레파킹 사고 판결의 의미

김동진 kdj@itdonga.com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발레파킹은 특정 장소를 방문한 고객에게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백화점, 호텔, 고급 식당 등에서 고객 편의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의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과 책임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윤을 얻는 기업일까요, 아니면 현장에서 발레파킹을 담당한 직원 개인일까요?

얼마 전 법원은 한 발레파킹 사고에서 이윤은 기업이 가져가고 위험은 개인이 감수하는 관행에 명확한 제동을 걸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043333, 2022나33059, 대법원 2023다289492).

직원 개인의 잘못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점

사건은 서울의 한 대형 시설 주차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고객이 발레파킹을 맡기고 차량에서 내린 직후, 주차 관리 직원 B 씨가 차량을 이동시키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차량은 바로 앞에 있던 고객을 덮쳤고, 피해자들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급발진 사고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운전대를 잡은 직원의 명백한 과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고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당 직원은 월 1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평균 70대~100대에 달하는 차량을 주차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상시적인 사고 위험을 내포합니다.

사고 직후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A 사는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직원에게 ‘회사의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본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확인서(각서)를 받았습니다.

치명적인 시스템의 결함: '보험'이라는 방화벽의 부재

피해자들은 당연히 A 사와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공동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회사는 직원의 업무상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을 지기 때문입니다.

A 사는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과 기타 비용 등 총 7400여만 원을 지급한 후 앞서 받아둔 확인서를 근거로 직원 B 씨에게 이 돈을 다시 물어내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A 사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습니다. 차량을 다루는 위험한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면서도, 관련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A 사가 가입한 보험은 한 사고당 최고 보상한도가 1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IT 시스템으로 비유하자면,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는 서버를 운영하면서 방화벽이나 백업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택시 회사로 비유하자면, 종합보험도 없이 기사를 도로로 내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공사장에서 인부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은 것과 같은 행태입니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분산해야 할 회사가 그 책임을 회피한 것입니다.

법원의 '디버깅': 신의칙(信義則)과 공평한 손해 분담

법원은 이러한 부당한 위험 전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직원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용자가 직원의 노동력을 통해 영업상 이익을 얻는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분담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른 구상권 제한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때는 사업 성격과 규모, 근로 조건, 가해행위의 발생 원인, 결정적으로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 정도(보험 가입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043333)는 직원이 작성한 확인서의 문구에도 신의칙을 적용, 직원 책임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습니다. 이어진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33059)의 판단은 더욱 엄격했습니다. 직원의 책임 비율을 단 5%로 대폭 낮췄습니다. 사실상 회사가 95%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며, 이는 대법원(대법원 2023다289492)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법원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발레파킹 업무는 그 특성상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상시 존재하며, "이와 같은 위험은 업무 수행을 지시함으로써 영업상 이익을 누리는 사용자가 영업배상보험 등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분산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별다른 손해 보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입니다.

마치며

이 판결은 발레파킹 업계를 넘어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등 위험을 수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윤은 시스템이 독점하고 손실은 개인에게 전가하는 '잘못된 구조'는 법적으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직원이 잘못했더라도 업무적인 일을 하다 잘못한 것이라면 위험부담은 회사에게 있다는 취지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기업은 위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해야 합니다. 더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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