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I·인스타360에 쫓기는 고프로, 액션 캠 왕좌 지킬까
[IT동아 차주경 기자] 액션 캠 시장을 만들고 일군 고프로가 9월 23일(이하 미국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8K VR 카메라 고프로 맥스 2(Max 2) ▲초소형 액션 캠 고프로 리트 히어로(LIT Hero) ▲액션 캠·스마트폰 겸용 짐벌 고프로 플루이드 프로 AI(Fluid Pro AI) 등 신제품 3종을 공개했다. 하지만, 신제품의 기기 성능과 개성이 DJI, 인스타360 등 경쟁사의 제품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 경쟁사의 급격한 성장 등 악재에 시달리는 고프로는 제품군 다변화와 구조조정으로 액션 캠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킬 계획을 밝혔다.
고프로 맥스 2는 1/2.3인치 이미지 센서와 화각 180˚ 렌즈 두 개를 활용, 최대 8K 해상도 30fps 360˚ 전방위 영상·사진(사진의 최대 해상도는 2900만 화소)을 담는다. 기본 비트 레이트(1초에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는 60Mbps인데, 이를 최대 300Mbps까지 높여 색 정보를 풍부하게 담는다.
고프로 맥스 2는 GP-Log, 고프로 LUT 등 다양한 전문가용 색상 설정을 지원한다. 본체 곳곳에 마이크 6개를 탑재, 360˚ 전방위 영상 촬영 시 소리의 방향과 음량을 명료하게 녹음한다. 전용 앱 퀵(Quik)은 인공지능 피사체 추적과 360˚ 전방위 영상 편집 등 각종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
이 제품은 VR 카메라 가운데 드물게 내장 GPS를 탑재, 위치 정보를 기록한다. 방수 기능도 지원한다. 본체 아래 삼각대 마운트에는 인비지블 스틱(360˚ 전방위 영상 촬영 시 자동으로 보이지 않게 처리되는 지지대)을 포함해 16종에 달하는 액세서리 마운트를 장착 가능하다. 고프로는 맥스 2를 9월 30일 미국에서 공식 판매한다. 가격은 499달러(약 71만 원)다.
고프로 리트 히어로는 초소형 액션 캠이다. 1/2.8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4K 60fps 동영상이나 1200만 화소 사진을 찍는다. 이 제품의 개성은 LED 조명이다. 3단계로 밝기를 조절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보충하거나 사진·영상에 독특한 효과를 준다.
고프로 리트 히어로의 무게는 93g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5m 방수 기능을 지원,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영상을 담는다. 내장 배터리는 100분 이상 연속으로 영상을 찍도록 돕는다. 고프로는 리트 히어로를 10월 21일부터 판매한다. 가격은 269달러(약 38만 원)다.
고프로 플루이드 프로 AI는 고프로 액션 캠 혹은 스마트폰, 무게 400g 이하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해 쓰는 흔들림 보정 기구다. 3축 구동 짐벌로 영상 촬영 시 흔들림을 줄인다.
이 제품은 정면 혹은 후면의 피사체 추적 기능을 지원한다. 이름에 걸맞게 고프로 플루이드 AI는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화면 내 포착한 사람의 얼굴 혹은 신체를 자동 추적해 초점을 조절한다. 어두운 곳에서 빛의 양을 보충하는 필 라이트도 갖췄다. 고프로는 플루이드 프로 AI를 10월 21일부터 229달러(약 33만 원)에 판매한다.
고프로의 신제품 3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길은 차갑다. 앞서 DJI, 인스타360 등 후발 주자들이 선보인 제품들보다 기기 성능과 개성 모두 모자라서다.
고프로의 신제품 3종의 가장 큰 단점은 소형 이미지 센서를 가진 점이다. 이미지 센서의 면적이 클수록 빛을 더 원활하게 받아들여 사진·영상을 더 선명하게 표현한다. 고프로 맥스 2의 경쟁 제품인 DJI 오즈모 360은 크기가 큰 1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덕분에 8K 해상도 60fps 360˚ 전방위 영상과 1억 2000만 화소 360˚ 전방위 사진을 담는다. 또 다른 경쟁 제품인 인스타360 X5도 1/1.28인치 대형 이미지 센서로 고화질 360˚ 전방위 영상을 담는다.
고프로 리트 히어로의 이미지 센서 크기도 DJI 오즈모 나노, 인스타360 고 울트라 등 동급 제품보다 작다. 방수 깊이와 배터리 지속 시간, 확장성도 고프로의 신제품이 열세다. 인스타360은 고프로 플루이드 프로 AI보다 먼저 인공지능 짐벌 플로우 2를 판매했다. 가격도 이 제품이 더 싸다. 최신 제품의 성능이 앞서 출시된 제품보다 낮은 셈이다. 소비자들은 고프로의 신제품보다 DJI, 인스타360의 기존 제품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이는 자연스레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제품의 판매 부진은 고프로의 실적을 더욱 나쁘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DJI와 인스타360 등 경쟁자가 등장한 후 고프로의 실적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 10억 9350만 달러(약 1조 5429억 원)에 달하던 고프로의 매출은 2024년 8억 150만 달러(약 1조 1309억 원)로 줄었다. 이에 영업이익도 2022년 3920만 달러(약 553억 원) 흑자에서 2024년 1억 2720만 달러(약 179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2015년 87달러(약 12만 4000원)로 고점에 도달한 고프로의 주가는 2025년 10월 현재 2달러 20센트(약 3100원)에 머문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는 2026년까지 성장과 수익성 회복을 이끌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제품군과 공급망을 넓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전달하고, 운영 비용을 30% 이상 줄이는 것이 골자다. 구독 매출도 고프로의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구독 매출의 이익률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프로의 구독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고, 구독자 수도 2024년 기준 256만 명으로 견조하게 늘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