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다노니아 “렉시오로 온ㆍ오프라인 보드 게임 르네상스 꿈꾼다” [SBA x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창동·성수·동작에 창업허브(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5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조사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보드 게임 시장이 2024년 1437억 달러(약 202조 원) 규모에서 2025년 1589억 달러(약 223조 3975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시장도 2024년 3억 5207만 달러(약 4949억 7521만 원)에서 2025년 3억 8400만 달러(약 5398억 6560만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보드 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인간적 교류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분석했다. 무한한 디지털 연결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반대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단절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이광희 디다노니아 대표 / 출처=IT동아
이광희 디다노니아 대표 / 출처=IT동아

소비자들이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기 위해 보드 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유명 보드 게임을 수입하는 데 그쳤던 우리나라도 자체 개발한 보드 게임을 선보일 정도다. 하지만 디다노니아(Didanonia)가 선보인 보드 게임, 렉시오(Lexio)처럼 온ㆍ오프라인 시장으로 세계관을 확장한 보드 게임은 드물다. 렉시오의 성공 비결과 향후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광희 디다노니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보드 게임으로 건전한 소통의 장 만들고 싶어

이광희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전신인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출신으로 2003년부터 보드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 한국 게임 시장은 ‘리니지’의 성공 신화에 힘입어 온라인 게임이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과 사행성 문제도 함께 대두됐다. 이광희 대표는 우연히 접한 보드 게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2003년, 이광희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작 보드 게임 삼국이야기를 개발했다. 게임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식 게임으로 지정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2005년에는 리니지2 보드 게임으로 보드 게임 최초 ‘이달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사단법인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를 설립, 산업의 기틀을 닦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광희 대표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당시 국내 보드 게임 시장은 해외 유명 게임을 수입해 유통하는 구조로 한정됐고, 창작 게임을 위한 유통망과 시장 인프라는 전무했다. 이로 인해 이광희 대표는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없어 첫 폐업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디다노니아는 건전하고 의미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은 이광희 대표의 꿈을 담은 두 번째 창업이다. 사명 '디다노니아'는 교육을 뜻하는 헬라어 '디다케(Didache)'와 친교를 뜻하는 '코이노니아(Koinonia)'의 합성어다. 게임을 통해 건전하고 유익한 관계를 형성하자는 가치를 담았다.

이광희 대표는 보드 게임이 평범한 오락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잠시나마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강조한다. 순간적인 쾌감을 주는 도파민 대신 지적 즐거움과 상호 교감에서 발생하는 세로토닌을 추구하는 것이다.

청장년을 위한 치밀한 전략 게임 ‘렉시오’

디다노니아는 현대 사회의 도파민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드 게임 '렉시오(Lexio)'를 제안한다. 렉시오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청장년 시장을 겨냥했다. 서양의 카드 게임인 포커의 족보를 기본 규칙으로 차용하되, 일반적인 카드 대신 동양의 마작패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플라스틱 타일을 사용한 게 이유다. 이광희 대표는 게임의 접근성 외에도 손맛까지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렉시오는 적의 패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패 조합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방식이다. 승리 시 다음 게임 시작을 주도하는 ‘선’을 잡게 된다. 선을 잡은 플레이어는 원하는 조건으로 공격을 시작해 게임 흐름을 주도한다. 참가자들은 좋은 패를 보유하더라도 선을 잡기 위한 순간을 대비해 전략적으로 패를 아끼거나 과감히 포기하는 등 전략을 짜야 한다. 이 과정이 2분~3분 정도로 짧아 지루함이 적다.

이광희 대표는 청장년용 게임의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점수 칩은 카지노 칩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었지만, 도박의 느낌을 줄이기 위해 크기를 3cm로 축소했다. 타일은 묵직하게 설계해 경쾌한 소리와 손맛을 제공한다. 이는 렉시오가 소장 가치가 있는 오브제로 인식되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다.

디다노니아가 개발한 보드 게임 렉시오 / 출처=디다노니아
디다노니아가 개발한 보드 게임 렉시오 / 출처=디다노니아

이광희 대표는 렉시오를 보드 게임을 넘어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단증 제도 도입과 렉시오 챔피언십 운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렉시오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대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운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 시스템이 그 이유다. 현재 렉시오 챔피언십은 지역 예선을 거쳐 연말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본격적인 리그로 성장했다. 국내 리그 외에도 한국과 일본의 최상위 랭커들이 맞붙는 한일전도 열린다. 한일전 우승자에게는 '렉시오 월드 챔피언'이라는 문구가 각인된 순금 열쇠가 수여되어 승부욕을 자극한다.

바둑의 단(段) 제도를 본뜬 렉시오 공인 단증 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 예선 상위 20% 게이머에게는 공인 1단 자격이 주어지며, 본선에서 상위 성적을 기록하면 2단, 3단 등으로 승급 가능하다. 2025년 기준으로 3단 3명, 2단 44명, 1단 440여 명 등 500명 이상의 유단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광희 대표는 “단증이 현실적으로 쓸모는 없지만, 렉시오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동기 부여와 소속감을 제공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날로그의 쾌감, 디지털로 확장한다

오프라인에서 충실한 팬층을 쌓아온 디다노니아의 다음 목표는 디지털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우선 렉시오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해 접근성을 높인다. 보드 게임의 가장 큰 제약은 플레이어가 모여야 한다는 점인데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접속만으로 게임 실행이 가능하다. 이광희 대표는 “렉시오를 모바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게임을 온라인으로 구축하면 세계 대회 운영도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 확장은 렉시오 오프라인 세계 대회의 청사진 중 하나다. 렉시오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어를 발굴하고 글로벌 예선전을 진행하기 위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디다노니아는 온ㆍ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렉시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K-보드 게임 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렉시오 오프라인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 / 출처=디다노니아
렉시오 오프라인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 / 출처=디다노니아

디다노니아는 모두의마블 출신 개발자를 영입할 정도로 렉시오의 모바일 플랫폼 확장에 진심이다. 베타 테스트 단계에 있는 렉시오 모바일 게임은 2026년 3월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수익 모델(BM)도 게임 특성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카드 게임 우노 모바일을 벤치마킹한 부분 유료화(Free to Play) 방식을 도입했다. 게이머가 게임을 무료로 즐기면서 게임 내 재화가 부족할 경우 때 광고 시청이나 소액 결제를 통해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게이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타일 스킨, 테이블 디자인 등 꾸미기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디다노니아의 고민은 안정적인 투자 확보다. 모바일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투자는 필수지만, 모바일 게임 투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광희 대표는 투자 시장이 인공지능, 자율주행, 딥테크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것을 이유로 꼽는다. 이어 “투자 시장은 모바일 게임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외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지만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디다노니아는 투자 확보의 어려움을 해외 시장 진출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2025년 10월, 글로벌 보드 게임의 심장부인 독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2026년 3월, 렉시오 모바일이 상용화에 돌입하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렉시오의 성공에 올인, 차세대 렉시오도 발굴 나설 것

렉시오는 크라우드 펀딩(개인 투자) 플랫폼에서 투자금 6억 3000만 원을 달성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도 투자금 2억 7000억 원 확보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엔젤 투자자로부터 1억 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디다노니아는 독일 시장 흐름을 분석한 후 렉시오 판매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디다노니아의 도전에 서울경제진흥원(SBA) 서울창업허브 창동은 든든한 거점 역할을 한다. 2025년 6월에 입주한 디다노니아는 서울창업허브 창동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촬영 장비와 조명 장비를 갖춘 전문 스튜디오, 미디어 사업과 지원사업 공고 안내 등 다양한 지원 때문이다. 이광희 대표는 “입주 전부터 제품 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창업허브 창동의 스튜디오를 이용해 왔습니다. 입주 이후에는 스튜디오에서 렉시오 홍보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서울창업허브 창동의 공간, 시설, 프로그램은 디다노니아의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광희 디다노니아 대표 / 출처=IT동아
이광희 디다노니아 대표 / 출처=IT동아

"스트레스가 만연한 사회에서 잠시라도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디다노니아의 보드 게임을 통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함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렉시오 모바일 서비스와 해외 시장 진출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디다노니아는 렉시오의 성공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렉시오 모바일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후, 개발팀은 디다노니아 지식재산권(IP) 기반 보드 게임을 단계적으로 모바일화 할 예정이다. 렉시오의 뒤를 이을 차세대 보드 게임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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