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SPP 국제콘텐츠마켓 2025 개최··· 'K-컬쳐 확산의 마중물'
[IT동아 남시현 기자]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이사 김현우)이 개최하는 ‘SPP 국제콘텐츠마켓 2025’가 지난 9월 24일부터 26일 사이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진행됐다. SPP(서울 프로모션 플랜)는 2001년 애니메이션 마켓으로 시작해 올해로 25회 차에 접어들며 현재 국내 최대 종합 콘텐츠 B2B 마켓으로 거듭났다. 올해 행사는 국내외 500여 곳의 콘텐츠 수요 기업과 1000여 곳의 콘텐츠 공급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됐다.
SPP는 B2B(기업 대 기업) 행사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및 투자사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상담회’ ▲ 콘텐츠 장르별 기업 관계자들이 만나는 ‘콘텐츠 밋업’ ▲ 서울 콘텐츠를 주제로 하는 네트워킹 파티 ‘서울의밤’ ▲ 콘텐츠 업계 추세 및 성공 전략 등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및 포럼 ▲ SPP 2025 우수 지식재산권(IP) 등을 발표하는 SPP 나잇 등으로 구성된다.
행사 첫날인 24일에는 서울시 중구 및 종로구 일대에 위치한 스페이스 소포라, 하이커그라운드, 전통주 갤러리 등지에서 IP 피칭 및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위한 콘텐츠 밋업이 열렸고, 저녁에는 서울 콘텐츠에 관심있는 수요 기업 및 공급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SPP 나잇이 개최됐다. 기자는 K-콘텐츠의 해외 판로개척 및 시장 진출을 위한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25일 현장을 찾았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SPP를 발판삼아 해외로
SPP의 꽃은 국내·해외의 콘텐츠 서비스 기업과 프로모션 기업, 국내 콘텐츠 스튜디오와 제작사 등이 만나는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들이 SPP를 찾은 해외 수요기업 관계자의 손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진다. 9월 25일 SPP 일정은 전 세계 29개국, 1086개 기업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상담회로 시작했다. 행사장에는 미국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텐센트, 릴숏을 비롯한 국내외 511개 수요기업과 총 575개 콘텐츠 공급 기업 간의 1:1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을 찾은 록 앤 로즈 스튜디오(Rock And Rose Studios)의 공동창업자 로즈몬드 퍼듀(Rosemond Perdue)와 제스 카놈(Jess Khanom)을 만나 방문 배경을 들어봤다. 로즈몬드 퍼듀는 “록 앤 로즈 스튜디오는 영화,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 전 세계 콘텐츠를 다루는 종합 IP 전문 기업이다. 현재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동유럽, 호주, 영국, 중동 등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구매 중”라고 설명했다. 제스 카놈 공동창업자는 “폭스, 워너브라더스에서 30년 간 글로벌 배급을 맡았고, 주로 영국에서 콘텐츠 유통을 추진 중이다. 주요 고객사에게 보여줄 콘텐츠를 찾고자 한국을 찾았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 모두 프랑스 밉컴(MIPCOM), 싱가포르 아시아 TV 포럼(ATF), 일본 영화박람회(TIFFCOM)에서 콘텐츠 계약을 찾아다니지만, SPP가 가장 신속하고 적극적임을 강조했다. 로즈몬드 퍼듀는 “일본, 싱가포르에서는 계약 담당자를 만나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SPP는 1시간 안에 관계자를 만날 수 있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미팅을 시작한지 몇 시간도 안됐지만 이미 웹소설 기업 ‘고즈넉이엔티’, JTBC 스튜디오 ‘SLL’, 애니메이션 제작사 ‘투니모션’, 숏폼 기반 웹툰 제작사 ‘원미닛고’까지 만났다. 제스 카놈은 “사람들은 새로운 장르를 찾고 개척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에서 숏폼 드라마는 많은데 숏폼 웹툰은 원미닛고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이번 일정을 거치면 전 세계에 소개할 한국 콘텐츠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성과도 냈다. 로즈먼드 퍼듀는 지난해 SPP에서 피타팻스튜디오와 콘텐츠 공동기획 및 개발, 배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협력해왔다. 그 결과, 올해 SPP에서 캔버스엔이 IP를 보유하고 피타팻스튜디오가 관리 중인 국내 드라마 두 편에 대한 리메이크 제작 및 튀르키예 배급 계약이 체결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 찾아오는 외국 기업 늘수록 국내 기업 해외진출도 유리
해외에서 K-콘텐츠를 찾을 목적으로 SPP를 찾는 기업이 늘면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과의 양해각서 체결이나 전략적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재담미디어는 이날 프랑스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및 배급사 ADN(Animation Digital Network)과 콘텐츠 애니메이션화 계약을 맺었다.
노은정 재담미디어 총괄이사는 “재담미디어의 오리지널 IP로 네이버, 라인 웹툰에서 연재 중인 ‘히어로킬러’라는 작품을 프랑스 ADN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히어로물 기반의 시원시원한 액션 판타지 웹툰이 애니메이션화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듯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재담미디어는 앞서 만화 원작인 ‘궁’을 태국, 멕시코, 중국 등에 드라마 계약으로 연결하기도 했고, 중국에는 ‘표준규격전사’라는 웹툰을 중국 반다이남코 상해와 계약해 작년 말부터 텐센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중이다. 프랑스, 유럽 권역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IP를 앞세워 다양한 국가로 K-콘텐츠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비브라보 역시 프랑스 웹툰 스튜디오 플래그캣(Flagcat)과 웹툰 콘텐츠 공동 제작, 배급, 지식재산(IP) 공동 라이선싱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채원 비브라보 대표는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집사가 나를 과잉보호해!’ 같은 프랑스 작품이 한국 시장에 유통되고, 비브라보의 오리지널 IP인 그림 725, 글 김지숙 작가의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 등이 프랑스에서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지게 됐다”라고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서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2차 가공함으로써 지식재산권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나의 콘텐츠 장르를 다양한 포맷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23개 투자사, 82개 참가기업 참여하는 ‘투자상담회’·‘IR데이’도 성료
한편 서울경제진흥원과 서울 콘텐츠 투자협의체가 협력,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서울 소재 중소 콘텐츠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상담회와 IR 피칭데이도 진행됐다. 투자상담회는 문화콘텐츠에 관심 있는 국내 23개 투자사가 참여했고,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웹툰, 영화산업, 게임 등의 콘텐츠 산업은 물론 OTT,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분야의 82개 기업이 현장을 찾았다. 각 투자 기업들은 상호 매칭을 통한 1:1 투자 컨설팅 지원은 물론 네트워킹의 기회도 제공됐다.
이어서 진행된 IR 피칭데이는 2025년 1월 이후 서울 콘텐츠 투자 협의체를 통해 투자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기업이 참여했다. 해당 사업은 이미 7월 말 IR 피칭데이를 진행했으며, 이중 우수기업 다섯 곳이 이날 행사장을 방문해 IR 피칭을 진행했다.
우수 기업은 ▲ AI 기술과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결합한 콘텐츠 제작 기업 ‘스튜디오메타케이’ ▲신규 IP를 발굴해 제조, 유통, 라이선스까지 원스톱 사업화를 제공하는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기업 ‘헬로우아폴로’ ▲ 국내외 유명 게임 브랜드의 IP를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슈퍼플레이 ▲ 스크린과 스포츠를 결합한 실감형 스포츠 체험 콘텐츠 기업 ‘플레이레전드’ ▲ NFC, QR 등 디지털 기반 티켓 예매처 연동 설루션 ‘부스터랩’이 참가했다.
SPP, K-콘텐츠 성장과 함께하는 콘텐츠 협력의 장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올해 3월 작성한 ‘K-콘텐츠의 비상(飛上): 산업 특성과 성장 요인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24억 5000만 달러(약 17조 4461억 원)로 집계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한국 콘텐츠의 역량이 강화되며 콘텐츠의 해외 의존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 19 당시 결과인 만큼 현재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찾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를 해외로 알리려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끊임없는 노력도 있다. 그런 점에서 SPP는 명실상부 전세계 콘텐츠 플랫폼 및 기획자들이 찾는 아시아 넘버원 B2B 콘텐츠 마켓으로 자리잡았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찾는 협력의 장이 됐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는 “SPP 2025는 K-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대표의 바람대로 K-콘텐츠의 저력이 커질수록 SPP의 위상도 함께 성장할 것은 분명해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