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e스포츠 산업과 문화의 미래를 설계하다” GES 2025

강형석 redbk@itdonga.com

게임ㆍe스포츠 서울(GES) 2025가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에서 개최됐다 / 출처=IT동아
게임ㆍe스포츠 서울(GES) 2025가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에서 개최됐다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34억 달러(약 18조 7466억 원) 수준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크다. K-문화(Culture) 바람을 탄 K-게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지식재산권(IP) 다각화와 게임 장르, 유통 플랫폼 확장에 힘 쏟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딜로이트가 발간한 e스포츠 산업의 현황 분석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은 2025년 3억 달러(약 4174억 원)에서 2034년 5억 2000만 달러(약 7236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도 같은 기간 81억 달러(약 11조 2719억 원)에서 480억 달러((약 66조 7968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게임 관련 시장은 단순한 콘텐츠 소모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미래 경제 성장 동력이 될 게임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이 팔을 걷어붙였다.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게임·e스포츠 서울 2025'(Game Esports Seoul 2025, 이하 GES 2025)’가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에서 개최된 것이다. '아시아 최고의 게임·e스포츠 페어(글로벌 플랫폼)'를 목표로 개최된 GES 2025는 게임 콘텐츠 생태계를 아우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관람객은 행사장 내에서 게임 시연, 혼합현실 콘텐츠, 게임 관련 상품 구매 등을 경험했다. 이터널 리턴ㆍ발로란트ㆍFC 온라인ㆍ철권 8 등 다양한 e스포츠 경기 관람 기회도 제공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아크 시스템 웍스 아시아 ▲님블뉴런 ▲CJ ENM ▲해긴 등 유명 게임 개발ㆍ유통사도 참여했다. 서울 소재 중소 게임개발사 26개가 모인 인디 게임사 전용관 ‘서울 게임 공동관(Seoul Game Alley)’도 운영됐다.

김현우 SBA 대표이사는 “GES 2025는 대중에게 게임·e스포츠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현장이자 산업 관계자들에게는 서울의 게임·e스포츠 산업 역량을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비즈니스 거점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의 대표 게임·e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게임산업 및 연관산업의 발전과 e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게임 체험 공간부터 2025 서울컵까지

GES 2024가 인기 AAA급 게임과 e스포츠에 집중했다면, GES 2025는 엔터테크(Entertech)와 확장현실(XR) 등 광범위하게 융합되고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품었다. 이 외에 게임 산업을 이끄는 중심축인 대형 게임 개발사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디 게임 개발사의 공존을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전시된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출처=IT동아
관람객이 전시된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출처=IT동아

주 전시장은 인기 게임들을 즐기도록 구성됐다. 네오위즈는 산나비 외전: 귀신 씌인 날을 GES 2025에 처음 공개하면서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액션 로그라이트 신작 셰이프 오브 드림즈, 안녕 서울 : 이태원편, 킬 더 섀도우 등 게임 3종도 추가로 선보였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2를 체험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아크 시스템 웍스 아시아는 길티기어 : 스트라이브, 그랑블루 판타지 : 라이징 등 대전격투 게임을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길티기어 : 스트라이브에 추가된 새 캐릭터, 루시를 조작해 보려는 관람객이 많았다. 루시는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2077 : 엣지러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님블뉴런은 배틀로열 게임 이터널 리턴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2025 서울컵 청소년 리그, 발로란트 대회에서 수상한 선수들 / 출처=IT동아
2025 서울컵 청소년 리그, 발로란트 대회에서 수상한 선수들 / 출처=IT동아

GES 2025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아트홀 2관 특설 무대에서 펼쳐진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2025 서울컵' 결승전이었다. 서울컵은 서울시가 주최하는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로 GES 2025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편성됐다. 2025년 9월 21일에 진행된 서울컵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전국 중·고등학생, 장애인 게이머가 우승을 향한 경쟁을 펼쳤다.

e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젠지(Gen.G)와 DRX 등 프로게임단은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DRX 부스에서는 프로게이머와 함께 '철권' 콤보를 따라 해보는 이벤트가 열렸고, 젠지는 브롤스타즈 선수단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팬 사인회와 아카데미 홍보를 통해 팬 문화를 행사의 중요한 일부로 만들었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지원 인디 게임사들 게이머들과 만나

GES 2025에서 눈에 띈 곳은 서울 소재 중소 게임개발사 26개를 모아놓은 인디 게임사 전용관이다. ▲브릿지뮤직 ▲저승협회 ▲포스메이게임즈 ▲네오게임즈 등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입주 기업 14개사와 SBA 게임 콘텐츠 맞춤형 지원 기업 6개사, 공개모집 기업 6개사 등이 모였다. 관람객은 인디 게임 전시관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게임을 즐겼다.

게임을 즐기는 기회를 마련한 것 외에 개발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함께 이뤄졌다. SBA가 게임 테스트 플랫폼 기업 플리더스와 함께 소규모 테스트(FGT – Focus Group Test)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준비한 자리로 향후 혁신적인 게임 생태계 개발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소재 중소 게임개발사 26개를 모아놓은 인디 게임사 전용관에서 관람객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출처=IT동아
서울 소재 중소 게임개발사 26개를 모아놓은 인디 게임사 전용관에서 관람객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출처=IT동아

인디 게임은 작은 게임이 아닌 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손꼽힌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실험적 시도로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하데스, 할로우 나이트 등 AAA급 수준의 인기를 누리는 인디 게임이 있을 정도다. 이에 SBA는 인디 게임사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인디 게임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GES 2025 속 인디 게임의 면면을 보기 위해 SBA 지원 게임 개발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로 게이머들과 공감하고 싶어 - 강보영 브릿지뮤직 대표

GES 2025 서울 게임 공동관에 참가한 브릿지뮤직은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입주기업으로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를 개발했다. 강보영 브릿지뮤직 대표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했지만 내이의 전정기관에 있는 돌가루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석증으로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한 강보영 대표는 대중과 소통을 포기할 수 없어 리듬 게임, 도도리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를 개발한 강보영 브릿지뮤직 대표 / 출처=IT동아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를 개발한 강보영 브릿지뮤직 대표 / 출처=IT동아

강보영 대표는 도도리를 통해 리듬 게임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어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브릿지뮤직은 이야기와 탐험, 꾸미기 등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했다.

도도리의 세계관은 5명의 여고생 밴드부 멤버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캐릭터와 함께 3D로 구현된 마을과 학교를 자유롭게 탐험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리듬 게임 스테이지와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캐릭터를 꾸미는 요소(커스터마이징)도 갖춰 장시간 플레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를 즐기고 있는 관람객 / 출처=IT동아
리듬 어드벤처 게임 도도리를 즐기고 있는 관람객 / 출처=IT동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는 게임을 완성할 수 없다. 출시 전까지 매출이 없는 인디 게임 개발사에게 현실적인 사업운영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다. 브릿지뮤직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SBA의 지원을 통해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에 입주한 브릿지뮤직은 개발 인프라와 공간 등을 지원받았다. 강보영 대표는 “인디 게임 개발사는 오롯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는 개발 도구부터 공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장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도리의 안정적인 개발 및 출시가 가능했어요”라고 말했다.

도도리는 2025년 하반기에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미리 해보기(얼리 억세스)로 게이머들과 만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 중에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도 출시된다. 닌텐도 스위치 판은 게임 개발사 CFK를 통해 퍼블리싱된다.

‘귀귀살전’으로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싶어 - 장현준 저승협회 대표

GES 2025 서울 게임 공동관에 참가한 저승협회도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입주기업으로 꼬리잡기 추론 게임 귀귀살전을 개발했다. 저승협회는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개발자 모두 20대 청년으로 구성된 독특한 인디 게임 개발사다.

꼬리잡기 추론 게임 귀귀살전을 개발한 장현준 저승협회 대표 / 출처=IT동아
꼬리잡기 추론 게임 귀귀살전을 개발한 장현준 저승협회 대표 / 출처=IT동아

귀귀살전은 과감한 세계관과 게임성을 갖췄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암살 목표를 할당 받는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목표가 된다. 선량한 시민과 사악한 마피아간 이분법적 대결 구도는 사라지고, 오직 생존과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이는 게이머들의 치열한 심리전만 남는다. 장현준 저승협회 대표는 한 예능 프로그램의 꼬리잡기 게임에 비유했다.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 전통 저승관과 귀신, 요괴라는 소재를 썼다. 이 콘셉트는 2022년 'K-몬스터(K-Monster)'라는 주제로 열린 게임잼에서 우연히 탄생했는데 현재는 K-문화 바람을 타고 귀귀살전 특유의 매력 요소가 됐다. 서양 판타지나 과학적(SF) 세계관과 달리 귀귀살전의 한국적 테마는 그 자체로 강력한 차별점이 된 셈이다.

꼬리잡기 추론 게임 귀귀살전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 / 출처=IT동아
꼬리잡기 추론 게임 귀귀살전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 / 출처=IT동아

저승협회도 SBA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 게임랩 입주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개발 인프라를 제공받았다. 전시회 참가 프로그램도 제공됐다. 저승협회는 도쿄 게임쇼 2025에 참가해 게임사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장현준 대표는 “SBA의 도움으로 여러 게임 관계자와 만남 및 전문 통역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과거 자체적으로 해외 게임쇼에 참가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저승협회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 사이에 귀귀살전을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귀귀살전을 접할 수 있게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게임 출시 이후 행보도 독특하다. 장현준 대표는 “죽음이라는 테마를 진지하게 다루고 싶습니다. 향후 귀귀살전의 세계관을 확장해 저승협회만의 지식재산권(IP)을 구축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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