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 시급···퍼블릭 블록체인 도입 필요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1 가치로 연동한 가상자산이다. 기존 가상자산 대비 가격 변동성이 적고 24시간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혁신적인 결제 및 해외 송금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이미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연간 수백조 원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켰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관련 법제화를 완료했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관련 사업 전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9월 18일 ‘스테이블코인 시대 개막, 디지털 인프라 기반 강화를 위한 국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학계, 법조계, 업계 전문가가 모여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동향을 공유하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 세미나 발표자 및 토론자 / 출처=IT동아
국회 세미나 발표자 및 토론자 / 출처=IT동아

스테이블코인은 혁신 금융 시스템, 규제 도입 서둘러야

서병윤 DSRV 이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스테이블코인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서병윤 이사는 먼저 기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전 세계 거래 기록을 모두 저장하기 위해 각 회원사와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금융망을 구축했는데, 금융망의 유지보수 및 확장에만 매년 3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를 투입한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은 돈을 전송할 경우 지급, 청산, 결제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용자가 돈을 전송하는 경우 금융기관은 거래 정보를 기록하고, 자정이 되면 그날의 기록을 대조해 차액 확정 후, 다음 날 한국은행에서 실제 자금을 전송한다.

서병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 폐쇄망이 필요 없고, 돈을 전송할 때도 기존 금융 시스템의 세 가지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라며 “이는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인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병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비자, 마스터카드의 결제액을 넘어섰으며, 이더리움, 트론 등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존 폐쇄망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멕시코의 경우 미국 근로자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며, 볼리비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화폐 단위로 자리 잡았다”라고 덧붙였다.

서병윤 DSRV 이사 / 출처=IT동아
서병윤 DSRV 이사 / 출처=IT동아

서병윤 이사는 “우리나라는 규제에 막혀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없고, 심지어 스테이블코인으로 무역 대금을 받으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규제 마련을 위해서는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이상 거래 탐지 등 금융 규제 준수 ▲기존 블록체인과의 상호 호환성 확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AI 에이전트 시대, 스테이블코인은 필수

이어 주제 발표를 진행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디지털 금융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기반 자율 결제를 설명하며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마련 시 고려할 사항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 운영 소프트웨어다. AI 에이전트 기반 자율 결제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금융 결제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 이하로 떨어지면 매수하도록 설정하면, AI 에이전트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매수를 실행하는 것이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

김효봉 변호사는 “일반적인 AI 에이전트는 금전 거래를 할 수 없지만, 가상자산은 코드로 표현할 수 있고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 결제가 가능하다”라며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이나 유동성이 부족한 NFT보다 가치가 고정되고 유동성도 충분한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 기반 자율 결제로 활용하기에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일상 곳곳에 활용되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이 구축되면 스테이블코인은 더 많은 분야에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마련 시 고려 사항도 언급했다. 그는 ▲발행 및 운영에 대한 법적 지위 ▲준비금 자산 요건 ▲AI 행위에 대한 책임 주체 ▲KYC, AML 등 보안 규제 ▲회계 및 세무를 위한 데이터 표준 ▲결제 취소가 어려운 블록체인 특성을 고려한 소비자 보호 장치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주요 화두는 퍼블릭 블록체인이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방식에 따라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허가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장성이 떨어지는 대신 속도가 빠르고 안정성이 높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좋지만 속도가 느리고 보안, 관리, 안정성이 떨어진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디지털화를 통해 글로벌로 활용하는 것이므로 퍼블릭 블록체인이 유리하다”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희수 숭실대학교 교수도 “기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라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축하게 되면 새로운 인프라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춰 규제 가능한 표준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
국회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부는 안정성 때문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중시했다”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보안성과 상호운용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경우 결제 횟수가 많아지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며 “어떤 서비스, 어떤 시장에 적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정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사회기획과장은 “현재 정부는 가상자산 생태계 구축이라는 큰 틀 안에서 AI 및 블록체인 융합 기술 개발, 관련 기술 표준화,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며 “오늘 논의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현 방향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등 대형 프로젝트를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혁신 서비스를 시장에서 테스트할 기회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위상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필요한 성과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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