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일회용컵 재활용 문제, 컵끼리로 해결” [혁신스타트업 in 홍릉]

강형석 redbk@itdonga.com

※ 홍릉강소특구는 산·학·연·병을 모두 갖춘 의료·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로 다방면의 딥테크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합니다. 우리나라를 딛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일회용컵 사용에 의한 환경문제는 전 세계적 고민이다. 우리나라도 일회용컵에 의한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컵 소비량은 연간 약 260억 개에 달한다. 이 중 일회용 종이컵이 166억 개로 추정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0억 개에 달하는 일회용컵이 소비되지만 재활용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대로 버려져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문제는 일회용컵 사용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컵 시장은 2024년 134억 5000만 달러(약 18조 6753억 원)에서 2025년에는 149억 5000만 달러(약 20조 7581억 원)로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환경오염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정책적 개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2003년과 2022년에 시행되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과 2023년에 폐지되었고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조치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정책의 반복적인 실패는 규제를 통한 행동 변화 유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청년 스타트업 나와(NAWA)는 답이 없어 보이는 일회용컵 재활용 문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영호 나와 대표 / 출처=나와
서영호 나와 대표 / 출처=나와

2022년 설립한 스타트업인 나와는 '지구를 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환경 파괴를 지연시키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현실적인 목표를 제안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기업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나와의 비전은 일회용컵 재활용 설루션, 컵끼리로 구체화됐다. 나와는 어떻게 1%의 절망 속에서 100%의 기회를 발견했을까? 서영호 나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 난제를 탐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할 때였어요. 직접 조립한 아크릴 시제품을 들고 현장에 나섰습니다. 며칠 밤을 새워 조립한 기계, 불투명한 미래에 모두가 지쳐갈 무렵이었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콜라가 담긴 종이컵을 기계에 넣더니 왜 종이컵을 씻는지 묻더군요. 엔지니어는 종이컵을 씻으면 재활용이 된다고 설명해 줬죠. 잠시 후, 아이는 부모님을 데려와 기계를 소개했고 다른 사람들까지 데려왔어요. 그리고 이런 기계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와(NAWA)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회용컵 재활용 설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은 지금의 나와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한 아이의 격려가 사회 문제 해결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게 한 연료가 된 셈이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험난한 스타트업의 길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게 서영호 대표의 설명이다.

나와는 2022년 10월,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지를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당시 사회적 난제였던 일회용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나와의 구성원들은 이상적인 구호 대신 현실적인 해법을 찾고자 했다. 팀 이름을 나와(NAWA)라고 지은 이유도 ‘답이 없는 문제에 우리가 답한다(No Answer We Answer)’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는 목표 달성을 향한 여정에 나섰다. 2023년 중립적이고 가치 있는 행동(Neutrality And Worthy Action), 2024년에는 우리의 행동으로 만드는 새로운 답(New Answer We Action)이라는 의미를 담아 활동을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와 투자자들을 초청해 ‘2023 청년 ESG 기업간 대화’를 주최하며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시작했고, 대학과 지역 축제 현장에서 시제품을 운영하며 시장 검증을 진행했다.

2025년, 나와는 ‘다음 목표를 향한 행동(Next Action With Aim)’이라는 뜻을 담아 조직의 성장과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일회용컵을 세척 및 분리하는 장비, 컵끼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나와의 구성원은 ‘고객이 느끼는 두려움을 해결’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이 일컫는 두려움은 일회용 컵을 아무렇게 버리면서 느끼는 죄책감이나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불편함이다. 서영호 대표는 “저를 포함한 나와의 구성원은 대중이 느끼는 두려움을 파고들어 사용자가 심리적 부담 없이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설루션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회용컵을 깔끔하게 세척해 분리하는 ‘컵끼리’

대부분의 자원순환 스타트업이 페트(PET)병이나 알루미늄 캔처럼 재활용 시 경제적 가치가 높은 품목에 집중할 때 나와는 의도적으로 일회용컵 시장에 접근했다. 서영호 대표는 일회용컵 재활용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불편함'에 있다는 입장이다. 남은 음료를 비우고 컵을 헹구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가 도입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같은 정책들이 실패한 이유도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나와는 사람이 일회용컵 재활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 힘을 쏟았다. 먼저, 사용자는 초소형 컵을 제외한 대부분 규격의 일회용컵을 투입구에 넣기만 하면 된다. 투입구를 통과한 일회용컵을 장비가 인식하면 손잡이가 장착된 로봇 팔이 컵을 단단히 고정한다. 이어서 로봇 팔은 컵 안에 담긴 음료를 별도의 오물통에 버리고, 세척 장비를 활용해 일회용컵 내부를 물로 헹궈 잔여물을 제거한다. 세척을 마친 컵은 건조된 후 압축기로 보낸다.

일회용컵 재활용 과정 중에 잔여 음료를 버리고 헹구는 과정을 거치므로 악취와 해충 발생 확률을 크게 낮춘다. 기존 일회용컵 분리 배출은 사람이 세척과 분류 대부분 과정에 관여했다면 컵끼리는 모든 과정을 기계로 대체했다. 사람은 일회용컵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나와는 다회용기나 텀블러 사용이 확대되는 미래 시장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서영호 대표는 “다회용 컵을 위한 NFC 리더기, 텀블러 사용자를 위한 별도의 세척 공간 등을 통합한 설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규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나와가 개발한 일회용컵 재활용 설루션, 컵끼리 / 출처=나와
나와가 개발한 일회용컵 재활용 설루션, 컵끼리 / 출처=나와

컵끼리는 단순한 일회용컵 분류 장비가 아니다. 기기 내부에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적용해 유동인구, 체류 시간, 성별 비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한다. 컵끼리 장비 자체에 디스플레이와 맞춤형 디자인 반영도 가능해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와의 사업 모델은 실용성에 기반한다. 먼저 장비 대여(렌탈) 사업이다. 일정 금액으로 장비를 대여해 줘 사용자의 투자수익률(ROI)을 높여주는 전략이다. 서영호 대표는 하루 30분씩 소요되던 쓰레기통 청소 및 정리 업무가 사라지면서 월간 약 18만 원(최저시급 1만 2000원 기준)의 인건비가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컵 부피가 줄면 쓰레기 봉투 사용량이 줄어 월 약 2만 원 가량 추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영호 대표는 월간 약 20만 원의 비용 절감 외에 위생 개선, ESG 경영 실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가치까지 고려하면 장비 대여에 대한 이점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 기기 전면 모니터를 활용한 광고, 수집 데이터 기반 서비스형 데이터 사업(DaaS – Data as a Service), 탄소배출권 확보 등 수익 다각화를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해 친환경 가치 알릴 것

나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 중이다. 가장 먼저 컵끼리의 가능성을 점친 국가는 일본이다. 나와는 2024년, 자산 2000조 원 규모의 일본 3대 대형은행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즈호 은행과 어드바이저리(Advisory) 계약을 체결했다. 어드바이저리 계약은 기업이 특정 사업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자문과 지원을 받기 위해 체결하는 계약이다. 나와는 미즈호 은행과 맺은 계약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한 카페에 컵끼리가 설치된 모습 / 출처=나와
일본의 한 카페에 컵끼리가 설치된 모습 / 출처=나와

이어 일본 에너지 대기업인 시나넨 홀딩스가 손을 내밀었다. 시나넨 홀딩스가 일본 내에 운영 중인 시소(SEESAW)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두 일본 기업의 지원을 토대로 일본 고베시에 있는 카페 노로시(NOROSI)에 컵끼리를 설치해 실증 작업을 진행했다. 수거한 종이컵으로 비료를 만들어 인근 라임 농장에 공급하고, 농장에서 재배된 라임이 다시 카페로 납품되는 자원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나와가 글로벌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전략적 시야를 넓힌 데에는 홍릉강소특구 지원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업 방향에 대한 멘토링,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함께 고민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서영호 대표는 “홍릉강소특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국내에만 머물러 있던 시야를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일본 시장에 맞는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갇혀 있던 생각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영호 나와 대표 / 출처=나와
서영호 나와 대표 / 출처=나와

나와는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이상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일본 진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일회용컵 재활용 문제 해결에 나선다. 단기적으로 KC 인증과 조달청 등록을 마무리해 국내 공공 시장 진출에 나선다. 이후 미국, 아프리카 등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서영호 대표는 “2026년까지 일회용 컵 문제를 해결하고 나와가 구축한 기술과 인프라, 문제 해결 경험을 활용해 사회의 또 다른 '답 없는 문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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