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이 개인형 초지능을 위한 열쇠” 메타 커넥트 2025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9월 17일(미국 현지 기준), 메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사에서 커넥트(Connect) 2025 행사를 열고 차세대 스마트 안경과 인공지능 활용 전략 등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메타는 ‘개인형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을 중심으로 스마트 안경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상ㆍ증강현실 기술에서 많이 언급되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의미도 새로 정의했다. 기존에는 가상의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것을 메타버스라 했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안경ㆍ인공지능ㆍ현실 세계의 조합이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최고경영자는 “스마트 안경 속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현실 세계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대신 보고 듣기 때문에 개인형 초지능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환경(폼팩터)”이라고 말했다. 이는 메타가 스마트 안경을 스마트폰 대체재가 아닌 현실과 가상 영역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이-밴ㆍ오클리와 협업한 차세대 스마트 안경 공개
메타는 아이웨어 브랜드 레이-밴(Ray-Ban), 오클리(Oakley)와 협업한 차세대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먼저 레이-밴 메타는 2세대로 업그레이드됐다. 1세대 제품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배터리 수명과 카메라 품질이 개선됐다. 메타는 스마트 안경을 일상용 웨어러블 기기로 정착시킴과 동시에 인공지능 활용의 일상화를 노린다.
2세대 레이-밴 메타는 배터리 수명이 4시간에서 8시간으로 증가했다. 충전 케이스 배터리 용량도 최대 36시간에서 최대 48시간으로 늘렸다. 고속 충전 기능을 추가해 20분 만에 50%까지 충전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해상도는 1080p(풀HD)급에서 최대 3K UHD로 개선됐다. 기록 능력도 초당 60매로 향상됐다. 동영상 기능 강화로 2세대 레이-밴 메타는 액션캠이나 스마트폰 촬영 기능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번거로운 장비 없이 안경 착용만으로 고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해서다. 저장공간은 32GB가 기본 제공된다.
2세대 레이-밴 메타에는 대화 집중, 실시간 번역 언어 확대, 새로운 촬영 모드 등이 추가됐다. 대화 집중 기능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주변 소음은 줄여준다. 실시간 번역 기능은 상대방 언어를 번역하는 기능이다. 1세대 레이-밴 메타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지원했으나 2세대는 독일어와 포르투갈어가 추가된다.
동영상 촬영은 하이퍼랩스와 슬로우 모션 기능이 추가됐다. 하이퍼랩스는 장시간 촬영한 영상을 짧게 압축해 보여주는 기법이다. 슬로우 모션 기능은 빠른 움직임을 천천히 기록하는 기법이다. 두 기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게 메타 측 설명이다.
레이-밴 메타가 일반 대중을 겨냥한 스마트 안경이라면 오클리 메타 뱅가드(Oakley Meta Vanguard)는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 제품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운동 지능(Athletic Intelligence)을 언급하며 타 웨어러블 기기와 다른 데이터 기반 운동 관리 장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클리 메타 뱅가드는 헬멧, 모자와 함께 착용하도록 디자인을 최적화했다.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과 최대 9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카메라는 122도 화각으로 레이-밴 메타의 카메라 화각인 100도 보다 더 넓게 기록할 수 있다. 전자식 떨림 보정 기능도 있어 흔들림이 적은 사진영상 기록을 지원한다.
메타는 기존 가민(Garmin), 스트라바(Strava)의 운동 측정 장비와 연동을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시장 진입을 시도한다. 예로 사용자가 "헤이 메타, 내 페이스 어때?"를 외치면 실시간으로 가민 장비의 데이터를 알려주는 식이다. 이 외에도 심박수, 페이스, 거리와 같은 운동 지표에 대한 자료를 음성으로 실시간 전달받을 수 있다. 거리 기록, 심박수, 고도 등 사용자가 미리 정한 목표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영상을 녹화하는 기능도 담았다.
표면 근전도 기술 접목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2024년, 메타는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 오리온(Orion)’을 공개한 바 있다. 안경 렌즈 위에 문자,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출력해 마치 착용하는 스마트폰에 가까웠다. 메타 커넥트 2025에서는 프로젝트 오리온이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라는 이름으로 공개되면서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렌즈 내부에 고해상도 화면을 출력하도록 설계됐다. 화면은 600x600 화소 해상도 사양으로 오른쪽 눈에만 출력된다. 직사광선 아래에서도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 5000니트 (1제곱미터 면적을 비추는 촛불 1개 밝기) 밝기도 구현했다. 메타는 외부에서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고효율 도파관(Waveguide)과 실리콘 액정장치(LCoS - Liquid Crystal on Silicon) 투사 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용자 눈에만 정보가 출력되므로 개인 정보 보호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에는 ▲문자 ▲사진영상 ▲실시간 영상 통화 ▲알림 ▲길 안내 ▲실시간 번역 자막 등 여러 정보가 표시된다. 하지만 메타는 화면이 사용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기능을 쓸 때만 출력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사라지게 했다.
기기 조작에 필요한 장비도 개발했다. 메타 신경망 밴드(Meta Neural Band)로 사용자가 손동작을 취할 때 팔 근육에서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근전도 기술을 적용했다. 밴드를 손목에 착용하고 손동작을 취하면 글을 쓰거나 메뉴를 조작할 수 있다. 예로 엄지손가락을 미끄러뜨려 화면 전환하고 손가락을 집어 선택하며 손목을 돌려 볼륨을 조절하는 등 다양하다. 메타는 업데이트를 통해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는 기능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메타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가 스마트 기기 사용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 인식, 동작 추적, 기기 조작(컨트롤러)이 아닌 증강현실 시대를 위한 새로운 상호작용 기술이기 때문이다. 메타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차세대 멀티터치 기술로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메타의 전략은 인공지능을 호출하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하루 종일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사용자를 돕는 '상시 작동(Always-On)'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출시될 스마트 안경은 전력 효율 개선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