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즈 “엑셀로는 한계…설치형 에이전트로 IT 자산관리”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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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예지 기자]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단순한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다. IT 기기, 사무용품, 소프트웨어까지 경영 효율과 직결되는 요소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 기업 다수는 여전히 엑셀로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중복 구매, 미사용 자산 방치, 부정확한 회계 집계 등 비용 누수가 빈번히 발생하게 되고, 수작업으로 인한 비효율성도 크다.
자산을 잘 관리하면 기업이 쓰는 비용 전반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인력이 자주 바뀌어도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산 관리는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IT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셀리즈(Sell Ease)는 기업의 자산 운영 전반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AI) 기반 IT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단순히 자산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 분석, 전사 자산 전수조사, 열람 기록 추적, 서비스 데스크를 통한 이슈 관리까지 지원해 경영지원·IT운영·실무를 연결하는 통합 구조의 구축을 목표한다.
기업 실제 어려움에서 시작된 혁신
B2B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유민재 셀리즈 대표는 총 14년간의 제품 개발과 사업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섰다. 그는 “제품을 잘 만들었다 해도 전부 판매되는 게 아니고, 영업을 잘 해도 제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객이 사고 싶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겪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70여 명의 기업 담당자와의 미팅을 통해 유민재 대표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수만 개의 자산을 엑셀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 바코드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이 있어도 실무자 중심이 아닌 관리자 중심으로 설계돼 UI/UX가 복잡하고, 반응 속도는 느리며, 커스터마이징 유연성도 떨어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유민재 대표는 “엑셀로 인한 여러 문제가 누적되면 기업 자산의 투명성과 생산성을 저해한다”고지적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산관리 SaaS 솔루션을 개발했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품게 됐다고 말했다.
질문 중심의 AI 자산관리 솔루션
셀리즈는 ‘자산관리를 처음부터(Zero) 다시 설계한다’는 철학에서 ▲Zero UI(쉽고 직관적인 관리) ▲Zero Work(반복적인 수작업 제거) ▲Zero Waste(자산 비효율 감소) 등 세 가지 가치를 담고 있다. 유민재 대표는 “최근 슬랙처럼 직관적인 업무 툴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다루기 쉬운 UI/UX에 신경 썼다”며, “실제로 기업 고객들이 높은 사용성과 편의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고 덧붙였다.
셀리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입력 중심이 아닌 질문 중심의 구조다. 사용자가 복잡한 필터 대신 AI 챗봇에 자연어로 질문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우리 회사에 남는 노트북 몇 대 있어?”와 같이 질문하면 AI가 바로 답을 찾아준다. 유민재 대표는 “‘펑션 콜링(Function Calling, LLM이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특정 도구를 직접 호출하는 기능)’ 기술을 통해 LLM의 환각(거짓 정보 생성) 문제를 보완하고, 실제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결된 데이터를 정확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자산 등록 과정도 간편하다. 기존 솔루션이 QR코드 다운로드 기능만 제공했다면, 셀리즈는 라벨지 구매부터 인쇄까지 전 과정을 웹에서 지원해 손쉬운 라벨링 작업을 돕는다. 자산의 사진 한 장만 찍으면 모델명, 제조사, 사양이 자동 인식되는 기능도 갖췄다.
핵심은 에이전트 기술이다. PC나 모바일에 설치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디바이스 활용도와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IT 자산 정보를 자동 수집한다. 유민재 대표는 “직원에게 분배한 PC 중 20% 정도가 7일 이상 미사용 상태로 나오며,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절반뿐인 경우도 많다”며, “셀리즈의 에이전트를 설치하면 사용 이력, 활용률, 성능, 미사용 라이선스 등 비용 효율성이 정량적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결국 에이전트가 기업의 숨겨진 비용 낭비를 찾아내고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1조 원 수출 목표, 비전은 현재 진행형
2024년 9월 정식 출시 후 셀리즈는 토스 플레이스, 러쉬 코리아, 노랑푸드 등 약 30개의 국내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셀리즈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품질을 갖추기 위해 시스템을 지속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 향후에는 AI 에이전트, 비용 분석 리포트 등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셀리즈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협업 기업으로 선정돼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았다. 유민재 대표는 “서울 투자 포럼 등 해외 투자사 박람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 진출을 검토하는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리즈는 이러한 지원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유민재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입증된 서비스 품질을 바탕으로 일본과 미국 등 IT 자산관리 수요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며, “다국어 지원, 글로벌 결제 연동,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수출형 SaaS 모델 구축을 목표한다”고 말했다. 특히 셀리즈는 최근 싱가포르 교육 솔루션 기업 ‘ACP Computer’와 기술 검증을 진행하며 싱가포르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유민재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중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 도입률이 60%에 불과한 만큼, 국내에는 아직 자산관리 솔루션 도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도전 과제가 있다. 셀리즈는 직관적인 솔루션으로 IT 자산관리부터 서비스 및 운영까지 전체 IT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해 1조 원 수출을 달성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국가 경제의 중심 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