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경제/청년 창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시민 축제의 가치, '세종 한글 술술 축제'
[IT동아]
지난 9월 13일 토요일 세종 조치원에서 열린 ‘세종 한글 술술 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한글로 빚고, 술로 잇다’라는 주제 속에는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가 지향하는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술은 예로부터 사람과 사람을 이어왔고, 한글은 생활을 기록하며 문화를 전해왔다. 이번 축제는 두 가지 전통을 함께 되살리는 자리였다.
우리 선조들은 삶의 지혜를 기록으로 남겼다. 특히 조선 중기, 안동의 장계향 선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써서 후손에게 전했다. 그 안에는 음식은 물론 술 빚는 법까지 담겨 있다.
유럽의 와인이나 중국의 황주, 일본의 사케가 특정 계층의 문자 속에 기록되었던 것과 달리, 우리 술은 한글을 통해 여성의 손끝에서 생활로 남겨졌다. ‘음식디미방’은 당시 한글이 백성의 문자로, 생활의 문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술은 늘 공동체의 매개였다. 제사상에 오르던 약주, 풍년을 기원하던 청명주, 마을잔치를 풍성하게 하던 가양주까지. 술은 향과 맛을 넘어 조상을 기리고, 한 해를 기원하며,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담아왔다.
이번 축제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직접 시음하고 공연을 즐기며, 청년 스타트업이 개발한 우리 술과 한글을 주제로 한 상품을 직접 접했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전통과 혁신이 함께 한 생생한 문화의 장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축제가 지닌 의미는 세 가지다.
첫째, 지역 활성화의 장이다. 전통 양조 기업과 청년 양조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져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둘째, 시민의 축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즐기며, 세종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키우는 자리가 됐다.
셋째, 세종시를 ‘한글문화수도’로 성장시키는 기회다. 세종시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한글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세종시는 행정수도일 뿐 아니라, 세종대왕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글문화수도다. 술은 전통이자 산업이고, 한글은 문화이자 혁신의 기반이다. 두 가지가 만날 때 세종시는 더 큰 가능성을 품게 된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청년 창업이 지역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더불어 세종시가 문화와 경제, 전통과 미래가 함께 자라는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참고로, 세종 한글 술술 축제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리 술의 다양성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세종시의 대표 야간축제로, 세종시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한다. 축제 하루 동안 약 3700여 명이 방문해, 조치원역 광장과 세종전통시장 일대에서 전국 양조기업과 지역 양조 스타트업이 준비한 전통주, 수제 맥주, 지역 특산품 등 다양한 주류를 직접 시음하며 축제를 즐겼다.
오득창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LG전자에서 23년간 기술/사업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고, 블루오션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 부사장, 계명대 핀테크비즈니스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퀀텀테크 스타트업 육성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