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솔트룩스 "AI 혁신, 혼자서는 불가능...파트너십이 답"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세계에서 AI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AI 서비스, 그리고 AI 인프라(데이터센터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중요성도 주목받는다. 이에 AI 인프라 공급 기업은 AI 서비스 기업과 파트너십을 적극 구축 중이다.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레노버 ISG)도 예외가 아니다. 레노버 ISG는 9월 11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AI 전문기업 솔트룩스와 함께 '레노버 테크데이(Lenovo Tech Day - Smarter HPC for All)' 세미나를 열어 양사의 협업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레노버의 차세대 AI 인프라 전략과 솔트룩스의 초거대 언어모델(LLM) 기반 AI 솔루션 '루시아 GPT'가 소개됐으며, 국내 유수 기업의 임원진들이 다수 참석해 AI 인프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왼쪽)와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오른쪽) / 출처=IT동아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왼쪽)와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오른쪽) / 출처=IT동아

취재진은 행사 당일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과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를 만나 양사의 파트너십 배경과 의미, 그리고 향후 비전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각사는 현재 어떤 시장에서 역할을 하고 있나?

윤석준 레노버 부사장(이하 윤 부사장): 저는 한국 레노버의 ISG(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 총괄을 맡고 있다. 데이터센터, 엣지 서버 등을 비롯한 기업용 IT 인프라 사업 전반을 담당한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하 이대표): "2000년에 창업해서 25년 동안 AI에만 몰두했다. 이를 통해 자연언어 처리, 텍스트 마이닝, 온톨로지 그리고 LLM에 이르기까지 AI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이른바 ‘풀스택’의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해왔다.

Q. 최근 많은 기업들이 AI의 도입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고민은 무엇일까?

이 대표: 큰 변화가 있고 도전과 기회가 있다는 걸 아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를 잘 모르는 게 가장 큰 고충이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AI는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부른다. 기업의 문화와 시스템을 바꿔야 하니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미국 고용 시장에서는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난다. 카네기 멜론, 스탠포드, MIT 같은 미국 명문대의 작년 전체 졸업생 취업률이 50%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30만 명이 해고됐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이 모두가 AI 기술의 대두 이후 벌어진 일이다.

윤 부사장: 해고된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AI 관련 인력은 부족하다. 회사의 요구와 취업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인재 부족과 더불어 전문성 부재, 초기 투자 비용 부담, 그리고 AI 모델 인프라 구축의 복잡성 등이 최근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Q. AI 도입 과정에서 인프라의 성능이나 특징을 고려하지 없을 수 없다.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이 대표: AI 부문은 소프트웨어, 데이터 기술 뿐만 아니라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들어서는 성능과 더불어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와 더불어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병렬 분산 인프라와 플랫폼들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윤 부사장: 전력소모와 발열이 너무 심하니 에어쿨(공랭식)에서 워터쿨(수랭식)로 데이터센터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저희는 '넵튠'이라는 액체 관련 워터쿨링 솔루션을 갖고 있다. 최근에 만든 게 아니라 IBM 시절(레노버는 2014년 IBM 서버 사업 인수)부터 가지고 있던 워터쿨링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Q. 레노버와 솔트룩스는 기업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나?

윤 부사장: "저희는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약 150개 이상의 ISV(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와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SV AI 이노베이터 프로그램'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파트너들과 상생 및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솔트룩스는 현재 저희의 AI 이노베이터에 ISV로 등록되어 있고, 함께 협력해서 코마케팅(공동마케팅)이나 PoC(개념 증명)를 하고 있다."

이 대표: 저희가 이번에 레노버와 함께 하며 준비한 것이 있다. 하드웨어 일체형 AI 어플라이언스(통합장비)를 개발해서 고객들이 겪는 초기의 구성 고민과 경제적인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자 했다.

이 제품의 이름은 '루시아 온(LUXIA-ON)'으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형태로 제공되며 최적화된 AI 시스템이 통합된다. 현재 레노버의 SR680a v4와 650a v4 서버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 예정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왼쪽)와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오른쪽) / 출처=IT동아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왼쪽)와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오른쪽) / 출처=IT동아

Q. AI 관련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정말 많다. 솔트룩스만이 가진 차별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대표: 보통 LLM만 생각하는데. 저희 제품은 추론 AI 기술과 에이전틱 AI(자율 행동 AI), 그리고 딥 리서치(심층 조사)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전 세계를 둘러봐도 몇 개 없다. 특히 온프레미스(자체 구축)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저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몇몇 기업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클라우드를 이용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금융이라든가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름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솔트룩스의 고객 중에는 은밀한 정보를 많이 다루는 공공기관도 적잖게 있다.

이번 신제품 역시 공공 조달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는 레노버 입장에서도 윈윈 전략이다. 공공 조달 시장은 외국 기업이나 대기업들에게 어느 정도 장벽이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업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Q. 레노버의 파트너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솔트룩스의 어떤 점에 주목했나?

윤 부사장: "매출액 같은 기계적인 기준보다는 종합적인 가능성을 본다. 다방면의 검토를 통해서 기준을 만족한다면 충분히 협업할 수 있다. 솔트룩스는 당연히 그 기준에 넘친다. 저희 AI 팀에서도 이미 솔트룩스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외에도 레노버는 리벨리온, 세이지, 모레, 모티프 등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Q. 중국 기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레노버를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 부사장: 레노버는 다른 중국 기업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저희는 IBM의 PC 및 서버 사업부를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브랜드다.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레노버 ISG 본사는 지금도 IBM 시절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건물을 쓰고 있다.

이 대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요즘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인데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다. 실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그런 편견보다는 파트너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더 중요했다.

Q. 그 외에 주목할만한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 대표: 저희는 이미 AWS의 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AI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구버(goover)'라고 해서 저희 자회사를 통해 선보인 AI 서비스도 있다. 챗봇이 아닌 에이전트 AI 서비스로, 에이전트 스스로가 조사 분석해서 리포트를 생성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최근 선보인 에이전트 AI 서비스 '구버(goover)' / 출처=솔트룩스
최근 선보인 에이전트 AI 서비스 '구버(goover)' / 출처=솔트룩스

서비스명은 '고오버(go over)'라는 의미인데 비공식적으로는 구글과 네이버를 합친 것만큼 깊게 파고들고 조사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구버는 출시된 지 두 달여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넘었다.

Q.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거나 망설이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조언한다면?

이 대표: 제가 요즘 국내 최고 의사결정자분들을 뵙곤 한다. 대통령님이나 장관님들, 그 외에 누구나 다 알만한 대기업 회장님들도 포함이다. 그분들의 요즘 고민은 “도대체 우리가 뭘 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뭘 시작해야 될까”더라.

이럴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조그맣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장에서 경험을 얻으면 실패하든 성공하든지 간에 그 과정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변화기, 혁신기에서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윤 부사장: "예전에는 HPC(고성능컴퓨팅)나 AI를 일부 전문가만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AI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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