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캐드 “양자컴퓨팅ㆍAI 접목한 파뮬레이터로 신약 개발 혁신 이룰 것”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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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 기술은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고 있다. 수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인공지능이 몇 분만에 마무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약물ㆍ표적 상호작용 예측, 임상시험 성공률 예측 등 복잡한 실험 과정도 빠른 속도로 해결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완성도가 향상되면서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드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신약 개발 시장은 2024년 18억 6000만 달러(약 2조 5820억 원) 규모에서 2025년 24억 1800만 달러(약 3조 3567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양자컴퓨팅 기술까지 가세하며 신약 개발 시장 잠재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릴 분자 시뮬레이션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정도로 뛰어난 처리 능력을 갖췄다.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분자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이해하고 약물과 인체 내 단백질의 결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성공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상욱 팜캐드 대표 / 출처=IT동아
우상욱 팜캐드 대표 / 출처=IT동아

2019년 설립된 팜캐드는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 테크 기업이다. 물리학과 양자역학 이론 등을 활용해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파뮬레이터(Pharmulator)를 개발했다.

파뮬레이터는 약물 분자가 인체 내 타겟 단백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근본적인 구조를 이해, 정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게 돕는다. 수 시간이 걸리는 저분자 화합물의 양자 계산을 1분 이내로 단축하는 '인공지능 역장(AI Force Field)' 기술과 약물의 독성을 예측하는 기술도 보유했다. 팜캐드는 어떻게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혁신에 도전하고 있을까? 우상욱 팜캐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양자컴퓨팅ㆍ인공지능’에서 신약 개발의 미래를 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모더나가 mRNA 백신 서열 최적화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동시에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설계 플랫폼을 완성하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두 기술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률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팜캐드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우상욱 대표는 2019년,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연산 구조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상하며 창업 전선에 나섰다. 빠른 분석 능력을 갖췄지만 정확도는 낮은 인공지능과 최적화에 강한 양자컴퓨팅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고성능 컴퓨팅(HPC)과 잠재력이 높은 양자컴퓨팅을 결합,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정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부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우상욱 대표는 독특한 이력 보유자다. 연세대학교에서 생화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돌연 이론물리학으로 방향을 틀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는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에서는 분자ㆍ양자역학, 계산생물물리 분야에 몸담기도 했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우상욱 대표가 신약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해법을 들고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팜캐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 혁신’이다. 단순히 신약 개발 속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의 융합으로 실리콘 기반 약물 개발(In-silico Drug Development)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상욱 대표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평균 15년이라는 긴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팜캐드는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통해 과거의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고 싶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팜캐드의 모든 구성원이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약물 평가까지 가능한 ‘파뮬레이터’

팜캐드는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신약 개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 ‘파뮬레이터(Pharmulator)’를 개발했다. 파뮬레이터는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약물ㆍ표적 상호작용 시뮬레이션, ADME/T(흡수ㆍ분포ㆍ대사ㆍ배설ㆍ독성) 평가까지 통합 수행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분석 자료에 양자컴퓨팅을 접목, 슈퍼컴퓨터로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신약 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예로 수많은 후보 화합물의 양자역학적 특성을 동시에 계산하거나 비정형 단백질(disordered protein)의 접힘(folding)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식이다. 비정형 단백질은 고정된 구조 없이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며 신체 상호작용에 관여한다. 3차원 구조로 접히는 일반 단백질과 특성이 다르다. 비정형 단백질 접힘 연구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

파뮬레이터는 ▲단백질 구조 분석(Protein Structure Analysis) ▲가상 탐색(Virtual Screening) ▲물리·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한 정밀화(Physics & Quantum Simulation for Refinement) ▲ADME/T(흡수ㆍ분포ㆍ대사ㆍ배설ㆍ독성) ▲신규 물질 생성 등 5가지 구조로 작동한다. 모두 신약 후보물질 발굴의 전 과정에 필요한 핵심 시스템이다.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신약 개발 SaaS 플랫폼 파뮬레이터 / 출처=팜캐드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신약 개발 SaaS 플랫폼 파뮬레이터 / 출처=팜캐드

사용자가 질병의 원인인 타겟 단백질 분석을 요구하면 타겟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확보한다. 알려진 단백질 구조를 먼저 찾고 없다면 알파폴드(AlphaFold)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해 구조를 예측한다. 약물이 작용할 ‘결합 부위(Binding Pocket)’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두 번째는 팜캐드가 활용하는 서버 클러스터 내에 저장된 수백만 개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타겟 단백질과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루 최대 1200만 개의 화합물을 탐색하고 단백질에 결합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 물질들을 1차로 걸러낸다. 우상욱 대표는 이 과정이 광안리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탐색 과정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간을 대폭 줄였다.

1차로 걸러낸 후보 물질은 물리·양자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하게 계산한다.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하게 물 분자를 채워 넣고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약물과 단백질 간의 결합력을 훨씬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벤젠 고리 같은 특정 구조의 전자 분포를 분석해야 할 때는 뉴턴 역학이 아닌 슈뢰딩거 방정식 기반의 양자화학 계산을 동원하여 정확도를 최대한 높인다.

약물은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독성이 있으면 약이 될 수 없다. 파뮬레이터는 간 독성, 심장 독성, 뇌혈관장벽 투과 여부 등을 인공지능이 예측해 결과를 도출한다. 파뮬레이터는 독성 예측을 30초 이내에 수행할 정도로 성능을 높였다. 탐색부터 분석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최종 후보 물질을 제안한다. 독성, 약물 생산 난이도 등 상세한 자료가 함께 제공된다.

우상욱 대표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은 방대한 분자 공간을 다뤄야 하기에 계산 복잡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시간과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파뮬레이터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패턴 인식,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 양자컴퓨팅 알고리즘을 융합해 단백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합니다”라고 말했다.

우상욱 대표는 이상적인 신약 설계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과 슈뢰딩거 방정식 같은 고전 수학이 조화를 이루면 신약 개발 속도와 성공률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재 확보와 기술 증명은 풀어야 할 과제

성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팜캐드에게도 고민은 있다. 우상욱 대표는 인재 확보와 데이터의 질적 확장, 장비 인프라 확보 등을 꼽았다. 인재 확보의 어려움은 지역적 문제다. 팜캐드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부산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 분야 인재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인재들이 부산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ㆍ지자체의 지방 도시 유인책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도 해결 과제다. 인공지능 모델의 완성도는 데이터의 질과 양에 비례한다. 우상욱 대표는 “제약사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검증을 확보하는 것과 양자 컴퓨팅의 실전 적용성을 입증하는 게 도전 과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팜캐드는 객관적 데이터와 전향적 검증 결과를 제시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객관적 검증 데이터 축적에도 나섰다. 파트너사와 함께 검증 연구를 확대, 파뮬레이터가 실제 신약개발 과정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최신 인공지능 가속기를 도입, 처리 성능 향상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많은 제약 기업들과 파뮬레이터 생태계 구축할 것

신약 개발 플랫폼의 가치는 실제 결과물로 증명된다. 팜캐드는 실제 작동하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구축했다. 성과도 다양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컴퓨팅 기반 양자이득 도전연구 사업’에 선정돼 혁신 항암제 개발을 위한 양자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상욱 팜캐드 대표 / 출처=IT동아
우상욱 팜캐드 대표 / 출처=IT동아

팜캐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운영하는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 IBM과 협업 중이다. IBM 퀀텀을 사용하면서 파뮬레이터의 하이브리드 플랫폼 구축,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산학연계 연구, 기업 맞춤형 전문 컨설팅, 연구자원 활용 기회를 제공, 팜캐드의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줬다. 우상욱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IBM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은 연구 역량 강화 및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팜캐드는 모든 데이터 처리를 양자컴퓨터로 대체하는 게 아닌, 실용적인 ‘하이브리드 플랫폼’ 구축을 꿈꾼다. 고성능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영역을 결합해 속도와 정확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제약 기업과 신약을 개발하고 수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데 힘쓸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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