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고민 마세요" AI 노동법 상담, 가입 없이 24시간 무료로

[IT동아 박귀임 기자] "어려운 노동법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24시간 인공지능(AI) 맞춤형 상담을 통해 소중한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가 9월 5일부터 시작됐다 / 출처=AI 노동법 상담 사이트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가 9월 5일부터 시작됐다 / 출처=AI 노동법 상담 사이트

고용노동부는 9월 5일 고용노동행정 AI 대전환 회의(AX Summit)를 통해 'AI 노동법 상담'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하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고용노동행정의 AI 대전환 방안의 일환이다.

AI 노동법 상담은 임금, 근로 시간, 퇴직금, 실업급여 등 국내 노동법과 관련된 지식 검색을 돕는 서비스다. 누구나 AI 노동법 상담 사이트를 통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I 노동법 상담은 별도의 가입 절차가 없어 익명이며 24시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AI 노동법 상담은 별도의 가입 절차가 없어 익명이며 24시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플랫폼 기업 마음AI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에 참여, AI 노동법 상담 시제품을 개발했다. 올해 3월에는 한국공인노무사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공인노무사 173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의 전문적인 감수를 통해 AI 노동법 상담 내 답변 정확도를 높였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32개 언어를 지원하는 작업도 마쳤다.

AI 노동법 상담 사이트를 보면 '실업급여 신청 방법을 알려주세요' '법정 근로시간 한도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떤 경우에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하나요' '퇴직금과 평균임금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사례로 나온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고용주나 사업주 등 사용자에게도 효용성이 높은 수준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의 AI 대전환은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넘어 일하는 모든 사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전문기업, 한국공인노무사회 등과 적극 협업해 AI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안전한 일터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라고 밝혔다.

AI 노동법 상담 모바일 버전 / 출처=IT동아
AI 노동법 상담 모바일 버전 / 출처=IT동아

실제로 서비스를 써 보면 어떨까. AI 노동법 상담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봤다. 모바일과 PC 모두 가능하다. 우선 '서비스 이용'과 '이용 약관'에 대한 동의를 각각 하거나 전체 동의를 누르고 '시작하기'를 선택하면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된다.

AI 노동법 상담 도우미의 말풍선에 '안녕하세요. 저는 AI 노동법 상담 도우미입니다. 임금, 근로 시간, 실업급여 등 노동법에 관련한 궁금한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주세요. 어떤 부분이 궁금하신가요?'라고 나온다. 화면 아래 '질문을 입력하세요'라고 적힌 입력창에 궁금한 내용을 적는다. 이어 입력창 오른쪽에 있는 화살표 아이콘을 누르면 관련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AI 노동법 상담은 32개 언어를 지원한다 / 출처=IT동아
AI 노동법 상담은 32개 언어를 지원한다 / 출처=IT동아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 아랍어, 뱅골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32개국 중 선택하면 된다. 글자 크기는 '작게'부터 '가장 크게'까지 5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단 글자 크기는 단계를 바꿔도 상담 내용이 남아 있지만 언어를 변경하면 모두 초기화된다.

AI 노동법 상담 PC 버전 / 출처=IT동아
AI 노동법 상담 PC 버전 / 출처=IT동아

입력창에 '기간제 근로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묻자 AI 노동법 상담 도우미는 몇 초 안에 답변을 마쳤다. 답변 중에 '법'과 '판' 등이 나오는데 각각 '법령'과 '판례'라는 의미다. 해당 문자를 누르면 팝업창으로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정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등을 물을 때는 달랐다. AI 노동법 상담 도우미는 '해당 주제는 서비스 준비 중인 주제이거나 서비스 범위 외의 주제로 정보 제공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노동법 관련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AI 노동법 상담 시 일부 주제는 답변에 제한이 있다 / 출처=IT동아
AI 노동법 상담 시 일부 주제는 답변에 제한이 있다 / 출처=IT동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와 관련된 'E-9, H-2 등 비자별 근로 가능 범위가 궁금하다'는 질문에도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대한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 장벽, 체류 자격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노동법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32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것은 올바르지만 일부 제한적인 답변은 아쉽다.

현재 AI 노동법 상담은 시범 운영 중이다. 모든 답변마다 'AI의 답변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중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 또는 공인노무사에게 연락주세요'라고 마지막에 덧붙여 나온다. 이에 상담 내용은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왼쪽부터)AI 노동법 상담 모바일 버전에서 글자 크기를 '작게' '보통' '가장 크게' 적용한 모습 / 출처=IT동아
(왼쪽부터)AI 노동법 상담 모바일 버전에서 글자 크기를 '작게' '보통' '가장 크게' 적용한 모습 / 출처=IT동아

이렇듯 AI 노동법 상담은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깔끔한 구성과 직관적인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중장년층의 접근성 역시 높인 것 뿐만 아니라 익명으로 기존 상담 서비스의 문턱을 낮춘 것도 의미가 크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이나 육아휴직 등 복잡한 법적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나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며 AI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는 보다 양질의 상담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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