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젯텍 "양자 AI로 의료·금융 혁신"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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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AI 기술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의료나 금융 등 일부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비롯한 보안 문제, 그리고 윤리성이나 책임 소재 등의 문제 때문에 AI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를테면 병원 여러 곳이 힘을 모아 더욱 정확한 질병 예측 AI를 만들고 활용하려고 해도, 이것을 만들 때 필요한 환자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탓에 공동 연구가 어렵다. 요리사들에게 각자의 비밀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함께 요리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하는 격이다.
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으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원리를 AI에 응용한 ‘양자 AI(Quantum AI)’ 기술이 주목 받는다. 다양한 주체가 데이터 공유 없이 AI를 가르치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현실로 이끌어 의료·금융 부문 혁신을 노리는 스타트업이 르노 미셸 베샤드(Renaud Michel Bechade) 대표가 설립한 ‘안젯텍(Anzaetek)’이다.
20여년 경력 금융 전문가, ‘양자’ 기업 세우다
안젯텍의 르노 미셸 베샤드 대표는 프랑스 출신으로 약 20년간 글로벌 금융권에서 퀀트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는 수학, 통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금융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 전략을 개발하는 금융 전문가를 의미한다.
도쿄대학교에서 계산생체역학을,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그는 신한금융투자 및 KB증권의 헤드 퀀트,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퀀트 리서치 디렉터, JP모건 크레딧 하이브리드 등의 자리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리고 2023년 7월에 안젯텍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에 대해 그는 "한국은 금융권 마지막 근무지였기 때문에 인연이 깊다. 그리고 서울시 주관 ‘서울 퀀텀 캠퍼스’에서 양자 관련 수강 중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GSC)가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양자 컴퓨팅 원리의 AI 혁신, ‘양자 AI’
양자 AI를 이해하려면 먼저 양자 컴퓨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일반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한다. 마치 동전이 공중에서 돌고 있을 때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베샤드 대표는 "간단히 말해 양자 AI는 적은 데이터로도 더 잘 학습하도록 돕는 고급 수학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는 AI의 학습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데이터 프라이버시(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도 강화할 수 있다"며 양자 AI의 장점을 강조했다.
안젯텍이 개발하는 양자 AI의 핵심은 ‘양자 기반의 연합학습(Quantum Federated Learning, QFL)'이다. 이는 여러 기관이 각자의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공동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병원이나 금융사는 근본적으로 원시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기 어렵다"며 "원시 데이터를 바깥으로 빼내지 않고도 각 기관 간 연합 학습을 가능하도록 하는 양자 연합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베샤드 대표는 설명했다.
보안 문제로 AI 도입 꺼리던 의료·금융 분야 노린다
안젯텍의 주요 고객층은 병원, 자산운용, 은행, 보험 등이다. 베샤드 대표는 양자 AI가 특히 유용한 분야로 희귀질환과 소액신용을 꼽았다.
"데이터의 집약이 어려운 희귀질환 영역에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용, 금융사기, 매우 적은 데이터상 보험 모델링과 같은 흔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안젯텍이 주력하고 있는 주요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12월 출시 예정의 소프트웨어인 ‘QFL 익스플로러(QFL Explorer)’다. 이는 병원들이 환자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도 함께 AI를 훈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양자 컴퓨팅 기술과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한 단계 더 발전된 차세대 플랫폼인 ‘스케치(Sqetch)’다. 이는 이미지, 음성 파형, 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처리한다. 마치 봉인된 상자 안에서 계산을 하는 것처럼, 양자 컴퓨터를 운영하는 사람도 원본 데이터는 볼 수 없고 최종 결과만 확인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데이터 처리의 모든 과정에서 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개발되고 있다.
베샤드 대표는 "특히 급성신장염의 경우는 조기 예측 모델의 활용이 치료와 예후에 매우 유용하다”며 “병원에서 환자 기록을 이동하지 않고도 해당 환자의 급성신장병 발현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안젯텍은 제품 개발을 위해 서울대 분당병원 AI 센터와 협업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인공지능센터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주요 의료 AI 전담 기관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 진단, 치료, 예방 및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 분야의 강자, IBM과의 협업도
한편 안젯텍은 서울과기대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양자컴퓨팅 업계의 글로벌 강자인 IBM과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젯텍은 연세대에 도입된 IBM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베샤드 대표는 “이번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우리 기술을 어떻게 설명할지 한층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보안과 규정 준수 관련 체크리스트를 더 세밀하게 만드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덕분에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더 명확해지고, 고객이 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의 만남이 수월해졌으며, 시제품에서 실제 시범 운영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덧붙였다.
거대 빅테크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기업들과의 차별화에 대해 베샤드 대표는 "그런 빅테크 기업들은 주로 플랫폼 제공자로서 양자 하드웨어 접근, 작업 스케줄러, 클라우드 운영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안젯텍은 의료·금융을 위한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라며 "연합학습, 기밀 컴퓨터 인증, 블라인드 스타일 컴퓨팅 등의 기술로 원시 데이터의 공유 없이 협업하게 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거대기업들이 큰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안젯텍은 그 안에서 실질적인 기술 활용 수단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양자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병원과 금융 등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분야에서 신뢰받는 양자 AI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 안젯텍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1월 QTML(양자 기술 머신러닝) 학회에 참가하여 "맞춤형 양자 머신러닝 임베딩(Tailor-Made Embeddings for Quantum Machine Learning)"이라는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안젯텍은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를 양자 컴퓨터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실제로 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12개월 내에 보안이 강화된 TEE(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신뢰 실행 환경) 컴퓨터 시스템 기반의 연합학습 시스템(Multimodal QML Pipeline)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양자 시대에 안젯텍의 소프트웨어가 여러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자 컴퓨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안젯텍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으로 의료와 금융 분야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시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양자 AI 기술 혁신에 도전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