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회계·세무] RCPS·CB의 가치 및 리픽싱 조항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세무와 회계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낍니다. 대부분 처음 접하는 생소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을 위해 반드시 신경 써야 합니다. 이에 IT동아는 최대한 회계법인 파인우드 이사(공인회계사)와 함께 스타트업 종사자가 알아야 할 세무·회계 정보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세무와 회계로 고민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실질적인 도움과 명쾌한 해답을 얻기를 바랍니다.
[IT동아]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를 활용한다. 이번 시간에는 RCPS와 CB의 공정가치를 산정하는 방법과 투자 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리픽싱(Refixing) 조항에 대해 알아보자.
RCPS·CB의 가치, 전환·상환·보유 시 기대 가치 합산해 산정
RCPS와 CB는 보장수익률이 있는 채권에 전환권과 조기상환청구권이 결합된 상품이다. 투자자는 특정 시점에 주가, 전환가액, 상환가액을 비교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한다. 이때 얻는 이익으로 상품의 공정가치를 산정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어보자. 회사가 투자를 유치해 2025년 1월 1일에 RCPS를 발행했다. 투자자는 발행 시점으로부터 5년(만기)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전환가액은 발행가액과 동일한 1만 원이다. 투자자는 발행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상환가액은 매년 300원씩 증가한다. 주가는 편의상 매년 25% 상승하거나 20% 하락할 수 있고 상승 및 하락 확률은 50%로 동일하며 연간 기회비용은 10%다. 기회비용은 투자자가 다른 수익원에 투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이다. 해당 예시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매년 주가가 25% 상승 또는 20% 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가는 현재 1만 원에서 5년 동안 다음과 같이 상승 또는 하락한다.
투자자가 전환권 행사 시 얻는 이익은 시점별 전환권 행사로 얻는 주가와 투자자가 최초 투자했던 발행가액(1만 원)의 차이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예를 들어 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주가가 1만 9531원일 때 전환권을 행사하면 투자자는 9531원의 이익을 얻는다. 결국 투자자는 본인이 투자한 금액보다 주가가 높은 경우에만 전환권을 행사하게 된다.
상환권은 전환권과 반대 논리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의 주가가 5120원일 때 상환권을 행사하면 투자자의 이익은 상환가액(1만 900원)이 아니라 상환가액에서 주가 제외한 5780원(1만 900원 - 5120원)이다. 전환권 행사 시 받을 수 있는 보통주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만기 시점에 주가가 3만 518원, 1만 9531원, 1만 2500원일 경우 전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하고, 주가가 8000원, 5120원, 3277원일 경우에는 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만기 이전 시점에서는 상환권 및 전환권 행사 이외에 주식을 보유할 경우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행 후 4년이 지난 시점에 주가가 1만 원인 경우 전환권을 행사하면 투자자가 얻는 이익이 0원이고, 상환권을 행사하면 투자자는 1200원의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전환권이나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경우 다음 해 주가는 1만 2500원으로 상승하거나 8000원으로 하락하게 되는데, 1만 2500원으로 상승하는 경우 전환권 행사 시 2500원의 이익을 얻고 8000원으로 하락하는 경우 상환권 행사를 통해 35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주가 상승 및 하락 계수가 50%로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투자자의 기대 이익은 3000원(=2500원(전환권 행사 시 이익) X 0.5(50%) + 3500원(상환권 행사 시 이익) X 0.5(50%))이고, 기회비용(10%)을 고려하면 만기 기대 이익 3000원의 4년 시점 가치는 2727원(=3000원(기대 이익) / 1.1(=1 + 0.1(기회비용 10%)))이다. 이런 경우 투자자는 전환권이나 상환권을 행사하기보다 우선주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투자자는 시점에 따라 전환, 상환, 보유라는 선택지를 두고 가장 유리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들 기대 가치를 합산된 결과가 곧 RCPS의 공정가치가 된다.
RCPS·CB의 가치는 분리 어려워
투자자는 발행 후 일정 시점이 경과된 후부터 만기 직전까지 계약상 보장되는 수익률(이자율)로 회사에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정 원리금이 보장되는 일반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전환이 유리한 경우 얻을 수 있는 전환 이익의 가치, 상환이 유리한 경우 얻을 수 있는 상환 이익의 가치, 보유가 유리한 경우 얻을 수 있는 미래 전환이익 또는 상환 이익의 가치가 가산된다.
따라서 RCPS의 공정가치는 일반 사채의 가치, 전환권의 가치, 상환권의 가치로 나타낼 수 있다. 다만 전환권과 상환권은 각각 독립적으로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투자자는 시점마다 전환, 상환, 보유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각 가치를 따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반면 일반 사채의 경우 독립적으로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환권은 만기 시점 부근까지 행사 가능하므로 발행일로부터 만기까지 상환보장수익률로 원리금이 증가하는 채권이 있는 것과 동일하며, 만기 시점의 채권 원리금을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신용위험을 고려한 이자율로 할인해 산출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기업은 일반 사채의 가치를 회계 처리할 때 전환권과 상환권의 가치를 합산해 내재파생상품부채라는 계정과목으로 분류한다.
스타트업 투자 계약의 숨은 변수, 리픽싱 조항
투자 계약서를 보면 RCPS 계약에는 상당수 리픽싱 조항이 포함된다. 이는 후속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낮춰 재조정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기존 투자자가 1주당 1만 원에 RCPS를 인수했는데, 1년 뒤 신규 투자자가 1주당 5000원에 투자한 경우 리픽싱 조항에 따라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은 5000원으로 낮추고, 보통주로 전환할 때 주식 수를 2배 받을 수 있게 한다.
이는 기존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항이지만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분율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속적인 리픽싱 조항을 적용하면 스타트업 대표 지분율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준까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회계사의 한 줄 조언: 정량적 요건(후속 투자 또는 매출 미달 등)에 따라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조항은 투자자 보호 장치로는 유효하지만,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지분 구조, 경영권, 상장 전략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요소다.
글 / 최대한 회계법인 파인우드 이사
삼일회계법인 조세본부, 안진회계법인 가치평가팀 등에서 회계 및 세무, 가치평가, M&A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금은 회계법인 파인우드에서 법인, 개인사업자,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에 회계 및 세무 자문을 제공한다. 또한 실무진 대상 강의와 스타트업 멘토링도 진행 중이다.
정리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