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도전장 낸 한국 스타트업 인포플라의 '다윗 전략'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AI 서비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서비스, 즉 ‘AI 챗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단순한 질문 답변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기존 AI 챗봇이 사용자의 질문에 텍스트로 답변만 하는 수준이었다면, AI 에이전트는 한 차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의 일일 매출 보고서를 작성해줘", “9월 30일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하려 해” 같은 명령까지 알아듣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등장 배경에는 업무 효율성에 대한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가 있다.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해준다면, 직원들은 보다 창조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오픈AI '챗GPT 에이전트’ 출시로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전환점
특히 지난 7월 17일에는 오픈AI(Open AI)가 '챗GPT 에이전트(ChatGPT Agent)'를 출시하면서 AI 에이전트 시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픈AI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함께 다양한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챗GPT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AI 에이전트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에이전트는 기존 챗GPT의 대화 기능에 실제 작업 수행 능력을 더한 서비스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챗GPT와 같이 대화형 인터페이스 내에서 작동하며, 이를 통해 웹 검색, 정보 요약, 문서 생성, 데이터 분석, 코딩 등을 수행하며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오늘 일정을 요약해 미팅자료 준비 후 PDF 파일로 저장’, ‘고객 문의 이메일 분석해 상담용 답변 초안 생성’ 같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외부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어하는 기능은 없지만 API 연동을 하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의 자동화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지메일’이나 ‘슬랙’, ‘세일즈포스’ 등의 기능을 챗GPT 에이전트의 자동화 시나리오에서 이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 경쟁 본격화, 토종 기업 인포플라의 ‘셀토’ 눈길
한편, 챗GPT 에이전트의 출시 이전부터 AI 에이전트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시장의 특징은 다양한 규모와 국적의 기업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까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참신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창업해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모니카의(Monica)의 '마누스(Manus AI)'는 강력한 자동화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독일의 ‘딥엘(DeepL)’은 번역 AI 기술을 바탕으로 다국어 업무 자동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루마니아의 ‘유아이패스(UiPath)’는 AI 기술과 결합된 차세대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AI 스타트업 인포플라(Infofla)에서 선보인 'selto(셀토)'는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흥미롭게도 챗GPT 에이전트 출시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7월, 셀토는 V2 업데이트를 통해 한층 강화된 기능들을 선보였다. 이는 치열해지는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자들의 소식에 대응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대부분의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클라우드 형태로만 제공되는 것과 달리, 셀토는 온프레미스(On-Premise) 형태로도 제공된다. 즉, 기업의 자체 서버에 설치해 운영할 수 있어 높은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보안이 생명인 금융권이나 정부기관, 대기업 등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업무 데이터가 외부 서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셀토의 온프레미스 방식은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셀토의 또 다른 차별점은 VLM(Vision Language Model) 기반의 비전(Vision)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존 AI 에이전트들이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작업을 수행한다면, 셀토는 화면을 직접 '보고' 판단해서 작업을 처리한다. 마치 사람이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접근 방식의 장점은 PC에 설치된 어떤 애플리케이션도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 프로그램, ERP 시스템 등은 물론, AI나 자동화 기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이른바 ‘레거시’ 시스템까지도 별도의 API 연동 작업 없이 바로 자동화가 가능하다.
특히 셀토 V2 업데이트에서는 AI가 학습한 화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능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자동화가 진행되는 'if(조건 분기)' 기능, 반복 정보를 변수로 저장해 활용할 수 있는 '변수 기능' 등이 추가되어 실용성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 업무 자동화 예시를 살펴보면 셀토의 차별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금융권에서 고객 대출 심사 업무의 경우, 기존 솔루션들은 API 연동이 필요했지만 셀토는 심사 담당자가 평소 사용하는 화면을 AI가 그대로 보고 학습해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또한 쇼핑몰 상품 등록 업무에서도 엑셀 데이터를 관리자 페이지에 입력하는 등의 반복 작업도 AI가 대신 처리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팝업창이나 오류 메시지가 뜨는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인포플라는 강조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관건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시장이 향후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효율성 추구 욕구가 강해지고 있어,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술적으로는 AI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를 잘못 처리했을 때의 파급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나 데이터 보안 등의 법적·윤리적 이슈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인 오픈AI의 챗GPT 에이전트 출시는 한국 AI 기업들에게 위기이면서 기회다. 최인묵 인포플라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 전략’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 IT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도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차별화 요소를 적용했다"라며 "우리 솔루션은 모 정부기관 홈페이지와 유명 쇼핑몰 등에 적용되어 실증을 거쳤으며, 현재 금융권 및 보험 업계에서도 PoC(개념검증)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챗GPT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사용자의 실제 요구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