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 유럽·중동으로 한류 물꼬 연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관문 튀르키예에서 한류의 물결이 울려 퍼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주관한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가 9월 3일부터 9월 5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렸다. 방송·게임·웹툰 분야 30개 국내 기업과 튀르키예 및 인근 지역 바이어 85여 개사가 참여해, B2B 수출 상담과 현지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을 확인했다. `

9월 3일~9월 5일까지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K-콘텐츠엑스포 in 튀르키예’에서 30개 국내 기업과 85개 현지 바이어 기업이 참석해 상담을 하며 열띤 교류를 이어갔다 /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9월 3일~9월 5일까지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K-콘텐츠엑스포 in 튀르키예’에서 30개 국내 기업과 85개 현지 바이어 기업이 참석해 상담을 하며 열띤 교류를 이어갔다 /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콘진원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 속에서 튀르키예의 시장 규모는 세계 28위에 불과하지만 2023~2028년 연평균 성장률은 9.66%로 조사돼 세계 1위로 평가된다. 2024년 드라마 수출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881억 원)를 돌파하며 세계 3위 드라마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고, 거대한 출판시장을 기반으로 한 웹툰 시장은 향후 5년간 27.4% 성장세가 예상된다. 또한 게임 산업은 유럽 2위 수준의 탄탄한 생태계를 갖추는 등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잠재력을 반영해 콘진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중국 심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튀르키예에서 K-콘텐츠 엑스포를 개최하며 현지 협력 확대에 나섰다. 이번 엑스포는 “B2B 상담 + B2C 팬 접점”이라는 이중 전략을 내세웠다. 낮에는 기업-바이어 간 상담이, 밤에는 K-드라마 OST 콘서트가 열리며 현지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장은 첫날부터 상담 열기로 가득 차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튀르키예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리메이크·MOU성과로 확인된 협력 잠재력”

엑스포 현장은 콘진원의 사전 시장분석과 동일한 진폭으로 반응했다. 글로벌 판권·리메이크 수요가 높은 드라마 장르는 국내 20개사가 참여해 리메이크, 포맷 교환, 공동 제작을 주제로 현지 바이어들과 연일 상담을 이어갔으며, 실질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CJ ENM은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 IP를 선보이며 튀르키예 방송사와 리메이크 협력 가능성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눈물의 여왕>은 지난해 판권계약이 완료되었고, 현재는 공동 제작사인 Hece Medya와 Dass yapim에서 제작을 완료해 이달 초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주현 CJ ENM 팀장과 튀르키예 제작사 관계자들이 2025 K-콘텐츠 엑스포 현장에서 <눈물의 여왕>드라마 리메이크 제작과정을 토크쇼 형식으로 소개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김주현 CJ ENM 팀장과 튀르키예 제작사 관계자들이 2025 K-콘텐츠 엑스포 현장에서 <눈물의 여왕>드라마 리메이크 제작과정을 토크쇼 형식으로 소개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SBS 드라마 제작·판매를 담당하는 스튜디오S는 <나의 완벽한 비서> 등 인기 드라마 IP를 선보이며 현지 제작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고건 글로벌OTT사업부 담당은 “매년 튀르키예에서 3~4편의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 체결되며, 리메이크 프로그램이 제3국으로 추가 수출될 경우 수익 효과가 상당하다”며 “이번 엑스포에는 우수한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했고, 만나고 싶었던 파트너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평가했다.

YTN은 뉴스·다큐멘터리 콘텐츠와 글로벌 채널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현지 언론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태원클라스> 원작 만화 계약과 함께 <사내맞선> 등 인기 드라마 IP를 소개하며 웹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 ‘웹툰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콘텐츠 제작전문 기업인 박병건 ㈜피에이치이엔엠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역사적·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미디어 콘텐츠 수출 강국으로 성장한 튀르키예 바이어들과 협력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며 “현지 방송사 및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을 1차 목표로 삼고있다”고 밝혔다. 과거 K-POP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중동 문화의 특수성으로 일부 제약이 있지만, 현지 전문가와의 협업은 필수 조건이 됐다”고 덧붙였다.

2025 K-콘텐츠 엑스포 튀르키예 상담회 현장에서 국내 기업과 현지 바이어들이 콘텐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K-콘텐츠 엑스포 튀르키예 상담회 현장에서 국내 기업과 현지 바이어들이 콘텐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유럽권역에서 상위권 산업생태계로 평가되는 현지 특수성을 고려해 게임업체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협지 업체들과 상담을 이어갔다.

홍성수 그래피직스 대표는 “융합 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 체험형 상품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튀르키예 전통 그림자극인 ‘카라괼(Karagöz)’을 응용한 상품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문화와 접목한 콘텐츠로 차별화된 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캐릭터 IP 전문 소셜벤처 (주)퍼뷸러스의 유보라 대표는 상담회 첫날부터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튀르키예 시장은 처음이지만 바이어들이 K-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았다”며 “높은 세금·관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제조·패키징 전략을 먼저 제안해왔다. 특히 TV Net과의 첫 MOU는 글로벌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퍼뷸러스 유보라 대표(오른쪽)가 2025 K-콘텐츠 엑스포 튀르키예 상담회 첫날 TV net과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퍼뷸러스 유보라 대표(오른쪽)가 2025 K-콘텐츠 엑스포 튀르키예 상담회 첫날 TV net과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현지 업체들도 K-콘텐츠와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CJ ENM의 <눈물의 여왕> 리메이크 드라마를 제작 중인 Hece Medya 관계자들은 첫날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에 업무 협의를 제안하며 즉석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현지 방송 관계자는 “튀르키예 국민이 한국 콘텐츠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2016~17년경 방송 채널을 통해 소개된 역사 드라마였다. 이후 K-POP 등 다양한 콘텐츠가 알려지며 관심이 커졌다”며 “한국과 튀르키예는 문화적 유사성이 많아 협업할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행사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로의 매력을 이해하는 기회였다. 단기간 파트너십이 아니라 5년, 10년 이상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이어로 참여한 TV Net의 무스타파 투란 씨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이 튀르키예 시장을 충분히 분석해 이해도가 높아 보였다. 또한 친근하고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상담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평가했다. TV Net은 첫날부터 2건의 MOU를 체결하며 참여 기업과 활발히 협의를 이어갔다.

9월 4일 밤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는 K-드라마 OST 선율로 가득 찼다.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드라마 명장면이 흐르고, 그 앞에서 허각·한리이 등 한국 가수들이 OST를 열창하자 객석은 환호와 함성으로 물들었다. 관객들은 장면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에 몰입해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고 현지 사회자는 “드라마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며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팬들은 “음악과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9월 4일 밤 튀르키예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K-콘텐츠 엑스포’ 부대행사 K-드라마 OST 콘서트에서 가수 허각이 열창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9월 4일 밤 튀르키예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K-콘텐츠 엑스포’ 부대행사 K-드라마 OST 콘서트에서 가수 허각이 열창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 개소, 글로벌 거점 전략 가속

개막 첫날 저녁에는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비즈니스센터는 양국에서 개최하는 주요마켓에 콘텐츠 기업이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 및 시장정보 제공, 다양한 협력사업을 발굴하며, 중동과 유럽을 잇는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존 일회성 전시회를 넘어, 상시 지원 체계를 마련해 K-콘텐츠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9월 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 개소식에서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직무대행이 환영사를 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9월 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할리치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 개소식에서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직무대행이 환영사를 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이날 개소식에는 정연두 주튀르키예 한국대사, 전승철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장, 에르뎀 에르쿨 명예영사 및 심준범 CGV 법인장, 이동언 LG전자 법인장등 현지 기업관계자들을 비롯해 100여명이 개소식에 참여했다. 정연두 한국대사는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는 한·튀르키예 콘텐츠 협력의 관문이자 유럽·중동을 잇는 허브로, 양국 기업과 창작자의 신뢰 기반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직무대행은 “한국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파트너 협력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콘진원은 현재 22개국 25개소 해외비지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튀르키예센터 개소로 유럽 권역에 총 7곳의 해외비즈니스센터가 구축되었다.

문화적·지정학적 맥락과 확장 전략

이번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튀르키예의 문화적·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하며 K-콘텐츠 협력의 높은 잠재력을 언급했다. 특히 ‘가족 중심의 가치관’, ‘역사와 전통을 소재로 한 서사’ 등 문화적 유사성 덕분에 양국 간 콘텐츠 교류가 원활할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라마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 간 갈등과 화해를 주요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이 서로의 작품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튀르키예가 유럽연합과 중동을 잇는 요충지라는 점에서, K-콘텐츠 기업들이 이 지역을 교두보 삼아 양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화 콘텐츠가 문화외교 자산으로 작용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지역 간 이해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성 신임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장은 “K-콘텐츠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번 행사와 비즈니스센터 개소를 계기로 방송·게임·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튀르키예 시장을 개척하고, 양국 콘텐츠 기업 간 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중동·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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